성륜수의 노트

2025년 11월 26일

버블보다 더 커진 'AI 버블 경고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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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륜수

A glass bubble filled with stressed analysts floating on a chaotic ocean of smartphones and social media comments debating the AI bubble.
AI 버블을 경고하는 애널리스트와 핀플루언서들의 버블 | Google Nano Banana

ChatGPT 모먼트

2023년 공개된 ChatGPT 모먼트로 촉발된 천문학적인 AI용 데이터 센터 설비투자 광풍은 몇년사이에 게임용 그래픽 카드나 만드는 회사로 인식되던 엔비디아(NVDA)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았다.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인해 ChatGPT 서비스가 여러번 다운되자 엔비디아와 관련주들은 여러번 급등을 거듭하다 어느 순간 "ChatGPT는 인간같은 지능이 아니라, 그저 말을 잘하는 멍청한 챗봇에 불과하다" 같은 회의론이 다시 지면을 장악하면 급락으로 전환하기 일수였다. 만 3년이 지난 현재, AI (여기서 AI란, 트랜스포머 설계를 기반으로 한 LLM을 의미함) 사용량은 예상치보다 훨씬 증가한 상태이며 기업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어웨어 AI 인사이트 모음

우리가 지난 1년간 발행한 AI를 주제로 한 아티클을 추려보았다. 2024년말 EUV 노광 장비기업인 ASML의 매출 가이던스 하향과 동시에 AI 관련주들은 동반으로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필자는 GPU의 수요 감소로 인한것이 아니라 인텔(INTC)과 삼성전자의 무식했던 과잉 설비투자가 정상화 되는 과정임을 지적했다. 올해 2월에는 중국의 DeepSeek V3 모델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SotA (State of the Art: 최첨단) 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는데 성공하면서 "더 이상 GPU 투자가 필요없다"는 우려가 짙어질 때, 구글 클라우드 실적 미스 아티클에서 '제본스 역설'을 언급하며 저렴해진 추론 단가는 더 많은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 예측했고, 이후 추론형 모델들이 인기를 끌며 GPU 수요가 오히려 급증하는 결과로 증명되었다. 마지막으로 올해 8월, 어웨어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직전 3년간 볼 수 있었던 엔비디아 주가의 급격한 상승세는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기업의 매출 성장 가속도는 규모에 반비례하기 때문임을 설명했다.

ASML 16%대 폭락, 반도체 투자자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ASML의 3분기 신규 주문량이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반도체 장비 업계에 대한 우려가 커졌으나, 이는 주로 삼성전자와 인텔의 과잉 설비투자에 따른 결과로, 반도체 섹터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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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어 - 성륜수
AI 생태계에 대한 DeepSeek의 함의
DeepSeek의 V3 모델 발표는 제한된 자원으로 고성능 AI를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통해 AI 관련 주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발표 후 관련주의 급락이 이어졌으며, 훈련 비용(557만 달러)과 GPU에 대한 정보가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원 논문에 따르면 비용 효율화와 기술적 최적화로 해당 성과를 가능하게 했으며, 일부 확대 해석된 주장과 달리 현실적인 수준의 연구 결과임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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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클라우드의 실적 미스, GPU에 더 투자해야 할 이유
알파벳이 예상보다 낮아진 구글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전분기 35% → 이번 분기 30%)을 발표하고, AI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서버·데이터센터 등에 7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알파벳 주가는 급락했으나, 이는 클라우드 업계 전반이 겪는 GPU 컴퓨팅 리소스 부족 문제와 맞물려 AI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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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이제 파티를 멈출 시간
엔비디아는 AI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도 메타·MS 실적을 통해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매출·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짐을 입증하며 시가총액 4.4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 글은 AI 지출이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3년 만에 10배 확대된 점과, AI 데이터센터 CAPEX가 5G·닷컴 버블을 넘어선 역사적 수준이라는 점을 짚으며, 엔비디아의 성장률이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다만 이는 모멘텀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고도 비행에 진입한 단계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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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구조와 부채 조달의 함의

11월 들어 AI 기업들의 '순환 재무 구조'와 기업들이 AI/GPU 데이터 센터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부채를 사용하는것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는 우리가 9월에 발행한 오라클 리서치 아티클에서 이미 다룬 내용이다.

오라클의 대박 AI 실적, 아마존을 뛰어넘을 클라우드 기업의 탄생? 버블에 진입한 GPU 투자 싸이클
오라클의 RPO 증가율이 알려주는 AI 설비투자 버블에 대한 시사점, 그리고 투자자로서 생각해야할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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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어 - 성륜수

해당 아티클에서 필자는 오라클의 RPO (잔여실적의무) 증가액 대부분이 OpenAI라는 단일 고객사에서 비롯되었음을 주목하며, OpenAI의 매출이 5년이내 5배이상 증가해야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 오라클은 기존 하이퍼스케일러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알파벳(구글) 같이 영업현금흐름 이내에서 설비투자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근시일내에 회사채 시장을 대규모로 태핑할 것이라 예상했고, 9월말 180억 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현실이 되었다. 이후 메타 또한 사모 신용 투자사인 Blue Owl Capital과 파트너십을 통해 27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필자가 주장한 "부채 조달을 통한 GPU 투자 버블"에 진입했다는 내러티브가 형성되며 주요 AI 주식들은 고점대비 큰 폭의 하락을 겪었고, 현재는 안정화 국면이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건 "우리 분석이 다 적중했다"가 아니라, 몇달전부터 충분히 투명하게 확인 가능했던 잠재 취약점들이 AI 버블 논란의 내러티브의 핵심 원인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There are "Known Unknowns" and "Unknown Unknowns"

투자에서 '블랙스완'이라 일컫는 이벤트에 대한 대비는 사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블랙스완은 "예상치 못한 나쁜 이벤트"를 의미하는데, 이미 뉴스기사나 시장의 수면으로 떠오른 블랙스완 이벤트는 그 정의상 '블랙스완'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문으로 이런 이벤트들을 "known unknowns"라 표현하는데, AI 버블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에 대한 인지는 충분히 이루어지고도 남은 현재의 상황을 묘사하기에 매우 알맞은 표현이다.

Flood of AI Bonds Adds to Pressure on Markets
Prices of newly issued bonds have slid, adding to investors’ anxieties about stock valu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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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 Sam Goldfarb

위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채권시장에서 이런 known unknowns에 대비한 리스크 프라이싱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메타의 Blue Owl Capital 딜, 알파벳(구글) 및 AWS를 합쳐 총 900억 달러 규모의 부채 조달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은 3배이상 급등했고,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신용등급을 가진 메타, 알파벳, 아마존의 회사채 또한 예상보다 더 높은 금리를 내걸고서야 완판이 가능했다. 또한 AI 관련주의 급락과 함께 데이터 센터 담보부 채권 또한 액면가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이 모든것들은 시장이 AI 과잉투자 리스크가 어느정도일지 가늠하려 매우 적극적으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행위를 전개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이제 "AI 버블 붕괴에 대한 경고 버블"이, 실제 AI 버블의 여파를 넘어서지는 않았는지 고민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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