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
오라클의 대박 AI 실적, 아마존을 뛰어넘을 클라우드 기업의 탄생? 버블에 진입한 GPU 투자 싸이클
성륜수

359% 증가한 RPO에 환호한 투자자들
미국의 데이터베이스 및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업체인 오라클은 9일(미국시간)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RPO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잔여 실적 의무)가 전년동기대비 359% 급증한 4550억 달러였음을 밝히자 ORCL 주가는 시간외 및 익일 거래에서 장중 최고 43% 폭등했다.
RPO: 잔여 실적 의무가 뭐길래?
RPO는 미국의 회계기준인 GAAP에서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한 미래 매출지표인데, 쉽게 말해 '수주 잔액'이라 보면 된다. 오라클의 고객사들이 계약상 맺은 미래에 지불할 모든 확정 매출액을 통틀어서 RPO라 한다. 회사는 공시한 대부분의 RPO가 향후 5년이내에 실현될 것이라 전망했다.
오라클의 전년동기(2024년 3분기, 오라클 회계연도 기준 2025년 1분기) RPO가 991억 달러로 현재 환율로 137조원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이미 거대한 규모였던 RPO가 1년만에 4배이상 폭증하는 전례 없는 성장률이다. 시장은 당연하게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엔비디아나 SK 하이닉스와 같은 AI 하드웨어 관련주들도 수혜를 입었다.
오라클의 고객사는 누구일까?
필자는 오라클 발표자료에서 RPO가 600조원이 넘는다는 수치를 본 직후에 기존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AWS, Microsoft Azure, Google Cloud Platform)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현금흐름 부담 때문에 오라클 데이터센터를 일부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재무 엔지니어링(financial engineering: 회계장부를 좋게 보이게 만드는 기법)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었다.
실제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클라우드는 GPU 전문 데이터센터 업체인 CoreWeave(CRWV)로부터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AI 컴퓨팅 용량을 늘리고 데이터센터 설비투자에 소요되는 막대한 현금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까지 자사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AI 컴퓨팅 수요에 대응중이며, 오라클과의 밝혀진 파트너십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3000억 달러를 차지하는 OpenAI
더 상세히 알아본 결과 증가한 RPO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고객사는 OpenAI였다. OpenAI의 CEO 샘 올트먼은 최근 수년간 자사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AI 컴퓨팅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올해 OpenAI의 연간 매출은 130억 달러로 전망되는데, 이는 작년의 40억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상태에서 오라클은 OpenAI와 2027년부터 5년간 연평균 6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현재 OpenAI의 비용 대부분은 컴퓨팅 자원에 소요되기에 OpenAI는 내후년까지 최소 5배 이상 매출이 성장할것을 전망하고 해당 계약을 체결했을것이다. 현재까지의 폭발적인 성장속도가 유지된다면 무난히 달성 가능한 금액이지만,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오라클 입장에서는 상당한 모험을 강행한 셈이다.
알파벳 재무제표에서 확인하는 AI 설비투자 비용의 영향
| Exposure Type | Q1 2025 (Mar 31) | Q2 2025 (Jun 30) | QoQ Δ |
|---|---|---|---|
| Purchase commitments | $62.1B total$41.5B short-term | $72.5B total$51.0B short-term | +$10.4B total+ $9.5B short-term |
| Leases not yet commenced | $17.3B | $23.9B | +$6.6B |
| CapEx (PP&E purchases) | $17.2B | $22.4B | +$5.2B |
| Total cash flow (Op + Inv) | +$20.0B inflow | +$3.2B inflow | –$16.8B |
| Infra spend acceleration | — | – | +23.0% |
구글 클라우드의 모기업인 알파벳(GOOG)의 10Q 분기보고서를 보면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비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에서 2분기 사이만 하더라도 AI 투자비용은 구매계약, 데이터센터 리스계약, 설비투자비 증가분을 토대로 분석했을때 대략 23% 정도 증가했을것으로 추측되며, 이는 연율 기준 128%로 환산된다.
추가적으로, 다섯번째 Total cash flow열을 보면 1분기 200억 달러에 달했던 순현금흐름은 2분기에 32억 달러로 대폭 줄어든게 확인된다. GPU 서버의 감가상각 기간은 주로 6년이 사용되는데, 쉽게 말해 AI 데이터센터 올해 설비투자비에 60조원의 현금을 집행했다면 회계상으로 반영되는 비용은 연간 10조원이란 것이다.
영끌해서 AI에 투자하는 오라클,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엔비디아
상위 3개 주요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업체(하이퍼 스케일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모두 현재까지는 자사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한 설비투자비를 조달했다. 세 기업 모두 매우 자본집약적인 클라우드 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비를 주력인 광고나 소프트웨어 사업부의 원할한 현금흐름으로 보조한 것이다. 현금흐름과 신용도가 매우 좋은 기업들이기 때문에 저렴한 부채 조달을 통해 더 빠른 확장에 투자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는돈만 투입하는 방식을 사용해 보수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이는 CoreWeave와 같은 GPU 전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네오 클라우드' 업체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컴퓨팅 자원에 대한 수요에 대응해 높은 이자비용을 감당하고 데이터센터 설비를 확충했고, 장기 구매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어느정도 헷징했다. 또 엔비디아 역시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보다는 CoreWeave와 오라클을 GPU 공급순위에 우선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존의 하이퍼 스케일러들은 어떻게든 자사 칩을 개발해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견제를 하는것이다. 또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앨리슨과 젠슨 황은 오래전부터 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는 엔비디아 GPU 성능이 타사 제품대비 매우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중이고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누릴수 있는 특권이다.
오라클은 AI 설비투자에 있어서 주요 3사와 다른 매우 공격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및 ERP 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었던 오라클의 설비투자비 항목은 2025 회계연도 1분기의 78억 달러에서 불과 1년만에 274억 달러로 4배 급증했다. 이에 112억 달러에 달하던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58억 달러로 유출 전환했고, 약정된 계약을 충족하기 위해 앞으로의 설비투자비는 지금 수준에서 몇배는 증가할 것이다. 오라클의 분기말 현금성 자산은 100억 달러를 약간 상회하는데 조만간 회사채 시장을 적극적으로 태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라클은 네오 클라우드 기업들보다 신용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GPU 및 데이터센터 담보물에 회사 신용도를 더하면 보다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따라서 투하자본대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오라클은 네트워킹 분야에서 기술적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AI 모델을 학습 시키는 시나리오에서 경쟁사대비 비용적인 이점이 있고, 회장이자 CTO인 래리 앨리슨 또한 이를 투자자들에게 매우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난 우리의 800억 달러로도 충분해요"의 숨겨진 의미
연초 트럼프 대통령과 샘 올트먼의 주도로 총 5000억 달러를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Stargate 프로젝트가 발표되었을때, 올트먼과 사이가 안좋은 일론 머스크는 "그들은 1년내 1000억 달러를 투자할 돈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고, Stargate에 파트너로 참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는 관련 질문이 들어오자 "이봐요, 난 우리의 800억 달러로도 충분해요"라고 답하며 일론 머스크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을 피하면서 자사가 올해 총 800억 달러를 데이터센터 설비투자에 지출할 계획임을 재확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7월말 실적 발표에서 다음 분기에 설비투자비로 300억 달러를 집행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1월에 사티아 나델라를 인터뷰한 CNBC 기자는 이를 꼬집으며 "이제 그는 1200억 달러면 충분하다 생각하는것 같다"는 코멘트를 남긴다. 이미 100조가 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 계획은 6개월만에 또 50% 증가했고, 이는 OpenAI에 가장 많은돈을 투자하면서 내건 조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만 사용할 것을 제한적으로 완화함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궁극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연간 1200억 달러, 한화로는 약 165조원을 투자해도 급격하게 증가하는 GPU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걸 의미한다.
이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그동안의 "영업현금흐름내 투자"라는 족쇄를 풀고 본격적으로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할지, 아니면 오라클에 미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상당부분 빼앗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이들 기업중 하나라도 후자를 선택한다면 다른 기업들도 같이 따라갈 확률이 높아지고, 모두가 우려하는 '버블' 싸이클에 확정적으로 진입할 것이다.
장기계약단가로 보는 GPU 렌탈 경제학, 그리고 맞이할 버블의 붕괴
2020년까지만 해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장비에 대한 내용연수(useful life)를 3년으로 설정했었다. 서버용 CPU나 네트워킹 장비를 새로 구매하면 3년 이후에는 그 이용가치가 0원이 될 것이라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복잡도의 증가로 인한 성능 향상폭 둔화, 장비 내구성의 개선 등 여러가지 이유를 근거로 4년, 이후에는 6년까지 내용연수를 늘렸다. 자산의 내용연수를 3년에서 6년으로 늘리면 현금흐름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연간 소요되는 감가상각비는 반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장부상 마진율 개선 효과를 누릴수 있고, 사업의 이익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내용연수는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합리적 예측'을 토대로 한 가정이다. 6년뒤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라클과 OpenAI의 클라우드 계약은 6년 GPU 상각 스케줄을 가정했을때 EBIT 마진이 4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오라클 전체 마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익률 저하없이 매출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문제는 OpenAI와의 장기계약은 6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 네오 클라우드의 GPU 평균 계약기간은 4년 정도인데, 계약기간이 끝난후에도 현재 단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오라클의 최대 고객사인 OpenAI가 연간 600억 달러를 컴퓨팅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 가정하더라도, 4년후에는 새롭고 더 높은 효율의 엔비디아 GPU 제품이 출시될 것이고 지금 제품은 사용 단가를 낮춰야 할 확률이 높다. 3년전 출시한 엔비디아 H100 제품이 여전히 잘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3년간 H100의 렌탈비용이 더 떨어질 것은 기정 사실이다.
이미지의 Silicon Data의 H100 렌탈지수에 의하면 올해 6월 H100 한대를 빌리는 비용은 2024년 9월대비 23% 가량 하락했다. 폭락보다는 GPU 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상황에서 수급이 완화되며 발생한 '정상화'로 보는게 맞지만, 앞으로 TSMC의 생산량 또한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GPU 공급부족은 결국 완화될 것이다. 그 뒤에 전쟁이 시작된다. 이미 데이터센터를 짓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 기업들은 한 푼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해 시간당 렌탈 단가를 경쟁적으로 낮출것이고, 그동안 AI 설비투자의 근거가 되어주던 장기계약단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투자자로서 지금 해야할 것은 이 AI 설비투자 버블에 참여할 것인지, 그렇다면 얼마나 즐길것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폭탄을 떠앉고 있는 사람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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