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장 시작 전, 공매도 리서치 기관인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가 발행되었습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부정 회계가 의심되고, 제품의 문제로 거래처들이 거래를 끊는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괘씸합니다. 장 시작 직전에 공매도 리포트를 발행하다니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날에 발생했습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연차 회계 보고서 제출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어?

회계 상 문제가 사실이었던 것일까요?

투자자들은 빠르게 불안해졌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전일 대비 19.02% 하락한 $443.49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슈마컴: 분기 마진이 감소하긴 했는데요,

회계 연도나 분기 실적을 수정하지는 않았어요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서버 생산 비용과 경쟁사들의 압박으로 마진이 감소했지만 별 다른 수정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무엇 때문에 보고서 제출을 미룬 것일까요? 힌덴버그에서 무슨 말을 했길래요?


2020년 당시 SEC 문서 내용, 슈마컴의 임원진들이 회계 기록을 좋게 남기기 위해 부당한 행위를 지시했다는 내용.
2020년 당시 SEC 문서 내용, 슈마컴의 임원진들이 회계 기록을 좋게 남기기 위해 부당한 행위를 지시했다는 내용 ,Hidenberg Research

#1.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슈마컴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이전에도 회계 관련 이슈가 있었습니다.

2018년 회계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었었고, 2020년에는 SEC로부터 광범위한 회계 위반 혐의로 기소 당했었습니다. 당시 이에 관련된 임원들을 떠나보냈으나, SEC에 $1750만의 합의금을 지불한 뒤 3개월도 되지 않아 그 원인이었던 고위 임원들을 다시 대부분 고용했습니다.

2024년 4월,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잘못된 수익 인식과 내부 회계 통제 회피를 다시 시작했다는 혐의로 새로운 소송에 걸리게 됩니다. 해당 소송에 따르면,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배송을 일부만 완료한 후 나머지에 대해서는 핑계를 대며 유통업체에 제품을 밀어 넣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배송이 완료되지 않았는데 완료 처리를 하거나, 결함이 있는 제품을 배송 시키는 등 책임을 유통업체에 넘기고 수익으로 처리해버렸다는 뜻입니다. 2020년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입니다.

슈마컴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에이블컴/컴퓨웨어.
슈마컴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에이블컴/컴퓨웨어, Hidenberg Research

#2. 한통속 잔칫상

관련 공급 업체와의 거래도 지적 받았습니다.

에이블컴(Ablecom)과 컴퓨웨어(Compuware)는 지난 3년간 슈마컴으로부터 $9억 8,300만을 수령했고, 이 두 기업은 슈마컴의 CEO 찰스 리앙(Charles Liang)의 형제들인 빌 리앙(Bill Liang)과 스티브 리앙(Steae Liang)이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2020년 이후 에이블컴의 미국 수출의 약 99.8%, 컴퓨웨어의 미국 수출의 약 99.7%가 슈퍼마이크로컴퓨터로 향했습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이들 기업에 부품을 제공하고 이들은 이를 재조립해 재판매를 거듭한다는 뜻입니다.

슈마컴: 우리 회의 때, 너네 제품만 보여주고 빠져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자사의 액체 냉각 기술이 "산업을 혁신할 것"이며, 자사의 "경쟁 우위"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최근 업계 회의에서 슈퍼 마이크로는 관련자 기업인 에이블컴의 액체 냉각 솔루션을 선보였고, 슈마컴은 다른 기업이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숨겼습니다.


이 외에도 찰스 리앙의 두 형제가 같은 공간에서 운영하는 기업들이 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모습을 지적했습니다. 이 한통속 잔칫상이 부정 회계를 저지르기 좋은 환경을 구축해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3. 몰래 팔면 괜찮아

2006년 슈마컴은 이란에 금지 부품 판매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오늘날 반복되고 맙니다. 슈마컴의 러시아 수출 2/3은 러시아 군대가 전장에 활용 가능한 고우선 부품에 해당됐고, 해당 고급 부품의 수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3배 증가했습니다.

이어서 2016년 이후 슈마컴은 중국 국영 기업인 파이버홈(Fiberhome)과 합작 투자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파이버홈은 소수 민족 인권 침해를 사유로 미국 정부의 감시 목록에 오른 기업입니다. 감시 목록에 오르고 난 이후에도 슈마컴은 해당 기업에 약 $1억 9,600만 상당의 고급 컴퓨터 부품을 판매했습니다.

슈마컴: 합작 투자 회사는 감시 목록에 없잖아요? 합법이죠.

파이버홈에 판 것이 아니라, 파이버홈과 합작 투자 중인 기업에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주장입니다.

이란 금지 부품 판매 때 “실수를 통해 배웠다”는 찰스 리앙, 몰래 파는 방법을 배웠다는 뜻일까요?

#4. 쟤랑 놀지마, 왕따 당하는 슈마컴

코어위브(CoreWeave)와 아마존(AWS) 등, 슈마컴의 여러 거래 업체들은 델(Dell)과 같은 슈마컴의 경쟁업체로 거래를 전환하는 모습입니다. 제품 품질과 사후 지원 문제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슈마컴? DELL보다 뛰어난 곳은 없다.

엔비디아는 2024년 5월 "기업용 대규모 시스템 구축에 있어 델보다 뛰어난 곳은 없다."고 언급했으며,

코어위브는 델과 수천 대의 GPU 서버 계약을 체결했고, 일론 머스크의 xAI 또한 델과 주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전환은 델의 우수성보다 슈마컴의 문제점에서 기인합니다.

아마존 AWS는 슈마컴의 고객이었지만, 배송 문제로 계약을 끊었다고 전해지며,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디지털 오션(Digital Ocean)은 서비스 문제로 인해 슈마컴에서 델로 전환했습니다.

GMI 클라우드는 슈퍼 마이크로 서버 256대 주문에서 17.5%의 고장률을 경험, 넥스젠 직원은 슈퍼 마이크로로부터 받은 주문 중 절반 정도에 펌웨어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제가 이 산업에서 겪었던 최악의 경험 중 하나입니다."

제네시스 클라우드의 직원

슈마컴이 자사 웹사이트에서 성공 사례로 선정 중인 제네시스 클라우드의 현·전직 직원들은 슈마컴을 재앙적이라 표현하는 모습입니다. 정말 많은 기업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슈마컴입니다.


찰스 리앙은 사실 가족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슈마컴의 기술 조금 넘겨주고 회사 하나 차려줘서 가족까지 챙기고 싶을 수는 있죠. 합작 투자 회사에 대한 부품 판매도, 이슈는 있을 수 있으나 슈마컴의 주장대로 불법은 아닙니다.

그런데 부정 회계는 그냥 넘길 수 없겠습니다.

아직은 공매도 리포트에서 나온 의혹일 뿐이지만, 2001년 엔론 사의 부정 회계는 시장에 정말 큰 파급을 주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