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같은 방법으로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범죄. (형법 제347조)
“사실 다 거짓말이었다”고 하며 금전적 피해를 주는 사기, 어느 정도 규모의 크기에 이르러야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칭호가 붙게 될까요?
이번 게시글은 $45억, 한화 약 6.2조 원에 달하는 폰지 사기극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루자 이그나토바, 코인 사기의 여왕
루자 이그나토바는 “원코인”이라고 불리는 암호화폐로 전세계 300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45억 규모의 사기를 치고 잠적한 불가리아의 사기꾼입니다.
불가리아의 인구 수는 645만 명, 그녀는 그녀의 출신 국가 인구 수 절반에 육박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입니다.
“이 여성 잡으면 70억 준다”…7년째 찾고 있는 女 정체는?
루나 사태를 일으킨 도권(권도형)조차 잡혔는데, 이그나토바는 잡히지도 않아 FBI에서 지난 달 28일 50배 높아진 현상금을 공개했습니다.
최대 500만 달러, FBI가 쫓고 있는 여성 범죄자 중 최고액입니다. 무슨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왕입니까?
우선 어떤 과정을 거쳐 FBI조차 쩔쩔매는 상황에 이르렀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원코인, 어떻게 이목을 끌었는가
"This coin is going to be number one worldwide. We will be the biggest out there. And we will write history."
"이 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1위가 될 것이고, 우리는 가장 거대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를 쓸 것입니다."
원코인은 2014년에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당시 암호화폐의 상승과 함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비트코인의 성공을 본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었기에 원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잠시만요, 우리가 아는 ‘비트코인 붐’은 2017년이나 2021년, 2024년 아닌가요?
우리가 비트코인의 상승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그 시장이 0에서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특정 종목에 매료되는 이유는 가격보다도 그 상승폭입니다. 지금 2014년 비트코인의 가격을 보고 ‘저 때 샀더라면…’ 싶으시죠?
2014년에 비트코인을 본 투자자들도 3, 4년 전의 가격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합니다.
비트코인이 달러와 교환이 되는 모습을 보며 분명 그 당시의 투자자들은 ‘지금은 가격이 너무 높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당연히 3년 내에 가격이 수 만%의 급등을 보인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확히 이 시점에 루자 이그나토바가 혜성처럼 등장,
우리가 비트코인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놓친 것처럼 느껴지는 버스는 마음을 급하게 만들고 눈을 멀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2018년 태국에서 체포된 원코인 공동 창립자인 칼 세바스찬 그린우드의 증언과 기소 내용을 통해 확인해보면, 루자 이그나토바는 구조적으로도 다단계 형식으로 접근한 모습입니다:
1. 블록체인 기술, 암호화폐의 역사, 투자 전략 등에 대한 교육 자료를 PDF 파일, 비디오 강의, 웹 세미나 등의 형태로 판매
각 교육 패키지에는 일정량의 원코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패키지 가격이 높을수록 더 많은 원코인을 받을 수 있었고요.
2. 원코인 네트워크 내에서 특정 회원 등급을 부여.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혜택과 보너스
3. 새로운 투자자를 유입시켜 교육 패키지를 판매할 때마다 판매 수수료 지급
4. 팀을 두 개로 나눠 매출 실적 차에 비례해 매출이 더 높은 팀에 성과급 지급
이를 판매한 방식은 위와 같습니다.
원코인의 백서를 확인해보면 의심할 여지는 늘어납니다.
우선 원코인은 채굴 과정(PoW)에서 블록체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익스플로러가 있으며 거래 내역이나 지갑 정보 등의 기록을 투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원코인은 이를 제공하지 않았고, 이는 카톡으로 “고객님 현재 수익률 100%에요~” 라고 말한들 실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원코인은 검증 과정을 PoS로 전환한다고 명시했으나 그 방법에 대한 기술적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는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아무 전략이나 계획 없이 “매출은 마케팅으로 올리겠다” 한마디만 남겨 놓는 격입니다.
이더리움의 경우랑 비교해보자면 백서에 채굴 과정에 대한 기술적 설명이 있으며,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2017년에 이미 PoS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전환은 5년 뒤인 2022년에 완료되었으며, 이를 통해 검증 과정 전환이 얼마나 기술적 어려움이 존재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Despite her lavish lifestyle and global notoriety, little is known about her background, family, or personal relationships.”
“그녀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전 세계적인 악명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배경, 가족, 또는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 The Rise and Fall of the 'Cryptoqueen': The Enigmatic Story of Ruja Ignatova and OneCoin
Market Realist의 2023년 11월 기사에 따르면 루자 이그나토바는 영상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의 오프라인 이벤트와 기타 사치스러운 행동들로 투자자들을 매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합해서 요약하자면:
폰지 사기인 원코인은 비트코인의 급격한 상승 아래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 다단계식 구조와 사치스러운 쇼맨십으로 사기 피해자들을 극대화. 공동 창립자인 칼 세바스찬 그린우드는 구속되었으나 루자 이그나토바는 아직 체포되지 않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녀의 행방은 어디로?
2014년 원코인의 등장 이후 2년이 지난 2016년, 미국 FBI와 IRS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수사기관들은 원코인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수사 시작 1년 뒤인 2017년에 이르며 원코인이 실제 암호화폐가 아닌 폰지 사기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졌습니다.
루자 이그나토바는 2017년 10월 25일 그리스로 도피하였고, 이후 그녀는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루자 이그나토바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6월 공개된 BBC News의 영상(원문 영상 기준)에 따르면 그녀는 그리스에서 포르쉐에 탄 채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포르쉐를 타고 대저택에서 호화롭게 사는 것이 아닌, 마피아들에게 살해되었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아래 내용은 BBC News의 영어 원문 내용의 일부입니다.
"Ruja does a really mysterious property deal with Taki's partner, where she buys a piece of land for nothing, sells it to Ruja for millions of dollars. And even Taki's brother in law, he also runs a company that has all of these connections to OneCoin."
"루자는 타키의 파트너와 정말 의심스러운 부동산 거래를 했는데, 그녀가 거의 무상으로 토지를 사서 루자에게 수 백만 달러에 팔았습니다. 타키의 매형도 원코인과 연관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BBC에 따르면 여기서 등장하는 ‘타키’는 헤리스토포로스 니코스 아마나티디스(Hristoforos Nikos Amanatidis), 그녀의 개인 보안 책임자입니다. 동시에 불가리아의 전 국회의원인 이반 흐리스토프(Ivan Hristanov)는 그는 불가리아 마피아 조직의 우두머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If in the Mafia you become a liability you're butchered and you're thrown to sink at the bottom of the sea. And knowing how violent cartels are, if he thought she was a threat to him and he had access to her, 100%, I would, he would probably take her out."
"마피아에서 당신이 짐이 된다면 당신은 도살 당한 채 바다 밑에 가라앉게 됩니다. 저는 이 카르텔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그녀를 위협으로 여겼다면 그는 분명히 그녀를 제거했을 것입니다."
원코인 사기가 발각된 이후, 깊게 연관된 자신(타키)이 체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루자 이그나토바를 제거했을 것이라는 추론입니다.
"And in a further twist, just months after our interview, Ruja's spy chief himself joined the list. I get a call from someone saying Frank Schneider has disappeared. What do you mean he disappeared? He's gone, what, has he been extradited to the US? No, he's vanished."
"그리고 또 다른 반전으로, 인터뷰 몇 달 후에 루자의 스파이 책임자도 실종되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로부터 프랭크 슈나이더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가 사라졌다니 무슨 말입니까? 그는 미국으로 송환 된 건가요? 아니요, 그는 사라졌습니다."
프랭크 슈나이더(Frank Schneider)는 루자 이그나토바에게 정보와 보안 서비스를 제공한 룩셈부르크 정보국의 전직 스파이입니다.
그는 원코인 사기 사건과 관련된 혐의로 미국으로의 송환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구금되어 있었으나 2023년 6월, 송환을 앞두고 실종되었습니다.
몇 가지 자료들을 더 취합해서 시간 순으로 정리하자면
- 2014년_ 원코인 등장
- 2016년_ FBI와 IRS 등 수사 시작
- 2017년_ 루자 이그나토바 잠적
- 2018년_ [추정] 루자 이그나토바 사망
(참고: There's More Evidence 'Cryptoqueen' Was Murdered by Drug Kingpin: BBC)
- 2019년_ BBC, 루자 이그나토바와 타키의 관계 보도
- 2023년_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크라시미르 카메노브 (Krasimir Kamenov) 사망
* 카메노프는 전직 경찰관 루보미르 이바노프(Lyubomir Ivanov)의 살해를 조직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바노프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문서들은 카메노프가 루자 이그나토바의 살해 음모에 연루되었음을 시사, 또한 미국 당국의 원코인 조사를 돕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
- 2023년_ 프랭크 슈나이더 실종
루자 이그나토바는 2017년에 사라지기 전, 다수의 고급 부동산과 사치품을 구매했고 은행 계좌에는 사기로 획득한 수 천만 달러가 입금되었습니다. 그녀가 사라진 이후, 많은 수사 기관들이 그녀의 행방과 사라진 자금을 추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자금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자금은 타키를 통해 세탁되었을 것입니다. 분명 “루자는 타키의 파트너와 정말 의심스러운 부동산 거래”를 했다고 했죠?
사기 피해자들의 자금은 분명 타키가 보유한 자산 어딘가에 녹아 들어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루자 이그나토바를 포함해, 원코인과 관련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 실종되고 있습니다.
과연 거대한 이 사기 행각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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