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은 어떻게 가격을 유지하는가?
테라는 스테이블 코인 중 하나였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실제 화폐 혹은 자산과 연결하여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토큰을 의미합니다.
무엇을 담보로 하냐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1. 법정화폐담보형(Fiat Backed)
법정화폐를 예치해 두고 그 액수에 맞는 토큰을 발행
1 달러를 주면, 1 토큰을 주고, 1 토큰을 주면 1 달러를 주겠다.
2. 암호화폐담보형(Crypto Backed)
암호화폐를 예치, 해당 암호화폐의 가치만큼 토큰을 발행. 일반적으로 신뢰성 높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등이 사용됩니다.
1 달러 치 암호화폐를 주면, 1 토큰을 주고, 1 토큰을 주면 1 달러 치 암호화폐를 주겠다.
3. 상품담보형 (Commodity backed)
금이나 은 등의 상품을 담보로 합니다.
1 온스의 금을 주면 1 토큰을 주고, 1 토큰을 주면 1 온스의 금을 주겠다.
4. 무담보(Non Collateralized)
수요와 공급의 조절로 가격 유지
최근 가장 큰 이슈인 테라(UST)는, 루나(LUNA)의 수요 공급 조절을 기반으로 가격을 유지하는 코인에 속합니다.(4번 유형)
UST는 $1을 유지하여야 하는데, LUNA의 수요 공급 조절로 어떻게 1 달러를 유지하는 것일까요?
바로 소각을 통해 LUNA를 UST와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1 달러 치 LUNA를 버리면, 1 UST를 주고, 1 UST를 버리면 1 달러 치 LUNA를 주겠다.
a. 만약 1 UST가 1 달러보다 가격이 높다면
b. 사용자는 1달러 치 LUNA 소각, 1 UST로 교환
c. UST를 팔아 차익 실현
d. UST의 공급량 증가
e. UST의 가격 하락 (언제까지? : 1 달러로 내려가 차익 실현이 불가능할 때까지)
반대로,
a. 만약 1 UST가 1 달러보다 가격이 낮다면
b. 사용자는 1 UST소각, 1달러 치 LUNA로 교환
c. LUNA를 팔아 차익 실현
d. UST의 수요량 증가
e. UST의 가격 상승 (언제까지? : 1 달러로 올라가 차익 실현이 불가능할 때까지)
이 과정으로 조절되는 수요 공급량을 통해 1 UST를 1 달러로 유지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프로토콜? 그게 뭔데
그런데 왜 유지가 안되었냐구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에 대해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은 결론적으로 UST 예치를 하는 공급자에게 연간 20%(APY)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예금 프로토콜입니다.
단어가 생소하니, 지금부터 앵커 프로토콜을 앵 은행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김아무개가 달러로 UST를 구매해, 앵 은행에 예치 하였습니다.
그리고 앵 은행은 김아무개에게 연간 20%씩 이자를 UST로 지급합니다.
앵 은행은 이제 김아무개에게 받은 이 UST를 대출해주어야 합니다. 대출을 받고 싶은 이아무개는 어떻게 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요?
A. LUNA나 ETH를 맡기면 bLUNA, bETH로 교환 가능
b는 Bonded의 약어로, 담보로 잡혀있음을 증명하는 토큰입니다.
B. bLUNA를 담보로 UST 대출
다시 이 bLUNA를 맡기면 담보 금액의 6할까지 UST를 대출할 수 있습니다.
이아무개는 왜 대출이 필요했을까요?
C. UST를 통해 ANC 보상
이아무개는 대출해온 UST를 통해 앵 은행의 토큰인 ANC를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아무개가 ANC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UST가 필요하고, UST를 위해서는 bLUNA가 필요하고, bLUNA를 위해서는 LUNA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UST를 현금과 연결 시켜주는 사람(김아무개)은 매년 20%의 이자를 UST로 받습니다.
해당 프로토콜은,
이아무개에게 주어지는 보상(ANC)이 이아무개가 앵 은행에게 지불해야하는 대출이자(UST 대출)보다 크기 때문에 현상 유지가 가능했습니다.
급락의 방아쇠를 당기다
그런데 누군가 UST 대량으로 매각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UST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UST의 가격이 떨어집니다.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UST를 소각해 LUNA로 교환하면, UST의 가격은 다시 오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소각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매각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느리면요?
UST가 1 달러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UST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테이블코인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되고, 이아무개는 걱정이 늘어납니다.
bLUNA를 담보로 UST를 빌렸는데, UST의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UST를 LUNA로 바꿔 팔면서(공급량 증가) LUNA의 가치가 내려가거든요.
LUNA는 bLUNA, UST와 엮여있기 때문에, LUNA의 가치가 내려가면 이아무개의 청산 위기가 찾아옵니다.
청산 위기가 코앞인 이아무개는 도망칩니다. 이아무개가 도망쳐도 앵 은행은 김아무개에게 20%의 수익률을 보장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앵 은행은 이아무개처럼 UST 대출을 해가는 차용인이 많아야 김아무개에게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있습니다.
차용인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앵 은행은 ANC보상을 줄입니다. 아... 차용인이 더 줄어듭니다. 그런데 앵 은행은 아직 김아무개에게 20%의 수익률을 보장하여야 합니다...
이 악순환으로, 이제 아무도 ANC 보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앵 은행은 UST 대출이자를 줄 이아무개들이 줄어들어, 김아무개에게 20%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엥 은행은, 엥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돈(비트코인을 매각)으로 김아무개의 수익률을 메꿔줍니다.
엥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돈은 점점 줄어듭니다. 결국 엥 은행은 김아무개의 수익 보장보다, 근본적으로 UST가 1달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엥 은행은 준비금(비트코인)을 매각해 방어해보려 하였지만 UST는 1 달러를 유지하지 못하였고,
불안한 모든 아무개들은 LUNA와 UST에서 철수하기 시작합니다. 가격이 급락하게 되는 것이죠.
"아니, 달러를 주면 금을 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미국 정부가 35달러 당 1온스의 금을 교환해주던 금 본위제 시절을 돌이켜보면, 금의 공급량에 비해 달러가 많아져 닉슨 쇼크가 발생하였습니다.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주지 못하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이었죠. 그러자 금의 가격은 달러 대비 급격하게 치솟게 됩니다. 반대로는 달러의 가격이 금 대비 급격하게 낮아진 것이죠.
이는 달러와 금이 서로 한 약속입니다.
UST의 경우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UST를 주면 1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었으나, 공급량으로 인한 디페깅이 발생하고 해결 불능, 다시 말해 1 UST를 줘도 1 달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달러의 가격은 UST 대비 급격하게 치솟고, 반대로는 UST의 가격이 달러 대비 급격하게 낮아졌습니다.
"ANC 보상을 위한 LUNA의 수요 증가"와 "LUNA를 UST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LUNA의 소각(공급량 감소)"는,
LUNA의 가치를 상승 시키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닙니다. UST의 가격 하락으로, LUNA의 공급량은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다시 올리기 위해서는 준비금으로 1 달러까지 복원해야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은?
LUNA와 UST의 여파는 상당히 강했습니다. 불안감을 조성해 테더(USDT)에도 영향을 주었거든요.
테더는 규모가 가장 큰 스테이블 코인으로, 법정화폐담보형 (1번 유형)에 해당됩니다.
정확히는 은행이 1USDT를 1 달러로 바꾸어주는 것이 아닌, Tether Holdings가 바꾸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USDT는 거래소가 Tether Holdings로 부터 미리 사 놓은 USDT이기 때문에,
고객의 신원 확인(KYC, Know Your Customer)과 자금 세탁 방지 (AML, Anti-Money Laundry)에 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신용의 문제이기 때문에 못 미덥지만, UST의 몰락이 USDT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UST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USDT와 USDC가 있었으며, UST의 구조적인 문제가 USDT에는 없고, 대형 거래소들을 기반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Tether Holdings의 보유고는
83.74%가 현금, 현금등기물, 단기예금 및 기업 어음
4.61%가 회사채, 펀드&귀금속
5.27%가 담보대출
6.38%가 암호화폐를 포함한 투자자산
현금, 현금등기물, 단기예금 및 기업 어음 중
52.41%가 국고채
36.68%가 기업어음 및 예금증서
그래서, 테더(USDT)는 위험한가요?
기업어음의 비중이 전체의 30.71%에 달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테더가 무너진다면 이와 연결된 대형 거래소들이 난감해지며,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와 직결 될 가능성이 높으나,
이는 확률적으로 뱅크런과도 같기 때문에 아직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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