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하는 실적과 오리무중인 신사업
Institutional Investor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일명 ‘정부 효율성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장악한 이후, 테슬라를 둘러싼 연기금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덴마크의 200억 달러 규모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처럼 해외 연기금은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를 이유로 일찌감치 테슬라 지분을 정리했지만, 미국 기관들은 지금까지 눈치를 보며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아 왔다. 단순한 상징적 제스처일 뿐, 전략적 효과는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테슬라가 글로벌 비판 여론과 실적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지금, 펜실베이니아의 5억 달러 규모 카운티 연기금이 미국 최초로 공개적인 신규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결정에 참여한 이사회 일원은 “지금의 테슬라는 밈스탁 같다”고까지 표현했다.
5월, 리하이 카운티 연기금 위원회는 “머스크의 정치화된 이미지가 테슬라의 명성과 실적을 훼손하고 있다”며 신규 투자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나아가, 패시브 펀드 내 포함된 테슬라 지분도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별도의 커스터마이즈된 인덱스 설정이 필요해 더 복잡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을 주도한 마크 핀슬리(Mark Pinsley) 리하이 카운티 감사관은 공식 성명에서 “테슬라는 지금 신뢰를 잃고 있다”며 “머스크는 스스로를 쇼의 중심에 세웠고,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 중 하나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오르지?” 게임스탑 떠올리는 위태한 반등
테슬라의 위기는 머스크가 정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가시화됐다. 전 세계 시위와 정치인, 연기금 가입자,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르며 신규 투자 중단 또는 지분 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4월엔 연간 순이익이 71% 급감했고, 자동차 매출도 전년 대비 20% 줄었다.
그런데도 주가는 반등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DOGE)’ 활동에서 손을 떼고 자동차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하자, 투자자 심리가 반등한 것. 5월 20일 기준 YTD로는 여전히 9% 하락 중이지만, 3월 10일 저점($222) 대비 55%나 올랐다.
하지만 핀슬리는 “최근 반등이 오히려 의심을 더 키운다”고 말한다. “뭔가 이상합니다. 게임스탑이 생각납니다. 도대체 왜 오르는 건가요?” 그에 따르면 연기금의 결정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 위험 관리에 기반한 것이다. “우리는 단타를 노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지속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 뿐입니다.”
매각이냐, 주주 행동주의냐
여전히 다수의 기관은 테슬라 지분 매각이 실질적인 효과는 없고, 절차도 번거롭다고 본다. 대신 주주 자격으로 기업 내부에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 실제로 Kopernik의 CIO 데이브 아이벤(Dave Iben)은 지난 3월 Value Invest New York에서 “내가 매도하면, 그냥 관심 없는 누군가가 그 지분을 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 재무장관들은 테슬라 이사회에 새 리더십 구성을 요구하는 주주 행동주의를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다. WSJ는 테슬라가 CEO 승계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테슬라 이사회 의장 로빈 덴홀름(Robyn Denholm)은 이를 부인했다.
핀슬리는 이에 반박하며 “행동주의가 효과가 있었다면, 머스크의 행태는 이미 바뀌었어야 한다”며 “좋은 논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에선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미국 연기금들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은 가운데, 그는 “머스크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고 있다고 본다. “기관 투자자들과 얘기해 보면, 지금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펀더멘털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데 다들 동의합니다.”
BYD, 유럽에서 처음으로 테슬라 제쳐
야후 파이낸스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BYD가 4월에 유럽에서 처음으로 테슬라 등록 대수를 처음으로 제쳤다고 한다.
리서치 기업인 JATO Dynamics는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이 49% 감소할 동안 BYD 전기차 판매량은 169% 성장했다고 밝혔다. 뉴스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주가는 목요일 약 2% 가까이 상승했다.
회사의 글로벌 애널리스트 펠리페 무뇨즈(Felipe Munoz)는 보고서에서 “두 브랜드의 월간 판매량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의미는 매우 큽니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 있어 분수령 같은 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테슬라는 수년간 유럽 BEV 시장을 주도해왔던 반면, BYD는 2022년 말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 본격 진출을 이제 막 시작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테슬라가 최근 유럽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건 더 이상 업계의 비밀이 아니다. 앞서 공개된 등록 대수 자료를 보면, 프랑스(-59%), 덴마크(-67%), 스웨덴(-81%), 영국(-62%), 독일(-46%) 등 주요 시장 대부분에서 테슬라 차량 등록이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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