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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03일

비트코인이 자꾸만 떨어지는 이유: 내리면 더 내리는 '감마 트랩'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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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륜수

People navigating a wooden maze structure.
Photo by Susan Q Yin on Unsplash

가격은 곧 가치를 만든다

주말 사이 비트코인은 8만 달러의 벽을 깨고 등락을 거듭하다 현재 약 7만 달러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4개월전인 작년 10월 6일에 12만 6천 달러로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38%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Bitcoin USD Chart | TradingView
Bitcoin USD Chart | TradingView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통 크립토 대장주로 통칭하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상징적인 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이벤트가 발생한 경우 금융 인플루언서들은 "저점을 찾기 위해서는 고래들의 지갑 움직임을 봐야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한다. 블록체인상 거래기록이 모두 남는 코인의 특성을 감안한 발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틀린 얘기다.

대다수의 코인 거래는 중앙화된 거래소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거래소는 다른 지갑에 토큰을 전송할 필요없이 회계 장부처럼 거래가 발생하면 자신들의 데이터 베이스에 매수자 계정에 + 수량을 기록하고 매도자 계정에는 - 수량을 기록하는게 전부다. 크립토 인플루언서들이 지목하는 "고래들의 지갑 움직임"은 보통 거래소와 같이 타인의 토큰을 위탁 보관하는 주체들의 움직임이고, 거래소 안에서 발생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래들을 단 몇건으로 압축하기에 큰 손들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딱 걸맞다.

1경 7000조 굴리는 블랙록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그만 좀 속으세요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 투자는 코인에 대한 신념이 아니라, 투자자 수요에 맞춘 ‘상품 제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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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어 - 성륜수

비트코인 가격: 우리 마음속 숫자의 총합 나누기 머릿수

비트코인은 가치 판단이 매우 어렵다. 구조적으로 교환 수단인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에는 어렵고,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믿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금과 유사하지만 금은 가공을 통해 물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광물이고, 인류 역사에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수천년 넘게 사용된것에 비해, 비트코인 15년 역사는 그 믿음을 실험하기에 충분한 기간으로 보기 어렵다. 그동안 비트코인의 가격은 일부 얼리 어답터들의 열정적인 설파와 이에 설득된 신자들의 숫자에 연동되었고, 신자들은 그 대가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은 그 가치가 정보와 유용성으로 결정되는게 아닌 가격이 곧 가치가 되는 독특한 특성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감마 트랩'에 최적화된 먹잇감

Photo by Ludde Lorent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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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금융화된 모든 자산군과 같이 비트코인을 기초로 하는 수많은 파생상품들이 존재하며,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시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지만, 현재처럼 가격이 떨어지면 비트코인에 큰 금액을 투자한 투자자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풋옵션을 매수할 것이다.

풋옵션의 매수자가 있다는 것은 반대편에 매도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주로 마켓 메이커라 불리는 유동성 공급자들이다. 이들은 비트코인의 가치에 베팅하는 도박사들이 아니다. 오로지 수수료와 스프레드를 챙기며 위험을 중립으로 유지하려는, 수학과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기계적 주체들이다.

여기서 비트코인 폭락의 진짜 원인인 네거티브 감마 피드백 루프, 즉 감마 트랩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풋옵션을 대거 매수하면, 반대편의 마켓 메이커는 대량의 풋옵션 매도 포지션을 떠안게 된다. 이를 전문 용어로 숏 감마 상태라고 한다. 이 상태가 위험한 이유는 마켓 메이커가 자신의 포지션 위험을 없애기 위해 취해야 하는 행동이 시장이 하락하면 같이 팔고, 시장이 상승하면 같이 산다는 원칙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마켓 메이커의 알고리즘은 즉시 반응한다. 풋옵션 매도 포지션을 중립으로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현물이나 선물 시장에서 매도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것이다. 기계적인 매도세는 매수자가 없는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면서 가격을 더 하락시킨다. 가격이 더 떨어지면 알고리즘은 포지션 위험이 커졌으니 더 많이 팔아야 한다고 계산한다.

변동성이 치솟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마켓 메이커가 쏟아내야 할 매도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제 저가 매수를 노리고 들어왔을 인간 트레이더들은 거의 시장에 없다. 그 자리를 차지한 초단타 매매 알고리즘들은 쏟아지는 매도 폭탄을 감지하는 순간, 매수 주문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 버린다.

결국 받아줄 사람은 없는데 기계적으로 팔아야만 하는 물량만 쏟아지는 진공 상태가 발생한다. 이것이 순식간에 가격이 무너지는 플래시 크래시의 정체다. 주식 시장이라면 기업의 실적이라는 바닥이 있어 이 악순환을 멈춰 세울 가치 투자자가 등판한다. 워렌 버핏과 같이 가치를 깐깐하게 따지는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 혹은 잠재력에 비해 주가가 상당히 저렴해졌다고 판단하면, 예로 들어 좋은 기업이지만 그만큼 주가가 높아 배당률이 2%에 불과했던 기업의 주가가 순식간에 폭락하여 6%가 된 경우, 좋은 가격에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기회로 활용하여 대규모 매수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뉴스로 접한 공포에서 회복된 다른 투자자들이 돌아오면서 시장은 어느새 안정을 찾아간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가격이 곧 가치인 자산이다. 가격이 무너지면 가치에 대한 믿음도 함께 무너진다. 지지선이 되어야 할 믿음이 가격과 함께 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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