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10월 23일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하루만에 20% 가량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마도 실적이 좋지 않을것에 베팅했던 공매도 세력이 숏 커버링을 하며 일어난 주가 액션이 아닌가 추측한다. 테슬라는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전기 자동차 제조사이자(1위는 중국의 BYD, 생산량 기준) 에너지 저장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추후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로보택시 및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공표하고 있는 '혁신' 기업이다.

나는 왜 이 혁신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것일까?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해서 투자하기에 적합한 대상이 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정의하는 가치투자란, 요즘 흔히들 회자되는 '육각형 남자'와 같은 기업의 지분을 적정 가격에 인수해서 그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다. 테슬라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매우 모험적인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필자가 선호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며, 일론 머스크라는 CEO는 테슬라의 가장 큰 강점이자 단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애/결혼 시장에서는 여자들이 어디 하나 모난데 없는 육각형 남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키 175cm 이상, 연봉 6,0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 부모님 노후대비 완료, 무난한 성격 등. 무언가가 특출나더라도 크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크게 감점되는 시장인데, 주식시장도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개인적으로 나는 전혀 디스카운트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가 지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돈을 매우 잘 버는데도 불구하고 주주들에게 환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로 메리츠금융지주를 언급하고 싶다.

테슬라도 매력적인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며 광신도급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주주들에게 그리 친화적이지 않다. 일론 머스크의 팬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얘기지만 일론 머스크의 스톡옵션 패키지를 보면 주주들 주머니에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꺼내가는게 테슬라 거버넌스의 현실이다. 경영진의 보상이 주주들의 이익에 연동하는것과 경영진이 주가 상승의 수혜를 초월적으로 입는것은 매우 다르다. 또한 경영 활동에 있어서 일론 머스크가 프로답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부문장이 자기 의견에 반대했다고 해당 부문 전체를 해고했다가 다시 채용한다던지, 자신과 로맨틱한 관계를 가진 여자를 임원으로 앉힌다던지.

테슬라는 결국 자동차 만드는 회사

테슬라 사이버 트럭.

전기 자동차 제조가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서 부품의 수나 생산과정이 훨씬 더 간편한것은 사실이나, 결국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 유형자산의 기여도가 높은 산업이라 할 수 있다.

FSD라는 운전 보조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며 차량 판매 이외의 매출을 올리는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의 매출은 자동차 판매에서 비롯되며, 24일 2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인것 또한 자동차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자동차 업계는 앞서 말한 끊임없는 설비투자의 필요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매출총이익률로 인해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을 수 없는 업계다. 그만큼 자본의 현금흐름창출능력이 다른 업계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낮은 주가 밸류에이션을 적용 받는다는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AI 기술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 없음

자율주행 자동차.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논란이 굉장히 많다. 테슬라의 접근 방식인 카메라와 Neural Network(신경망 구조)만으로도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달성하다는 진영과, 그 나머지 모든 자율주행 개발사들의 Lidar + 룰 베이스 하드코딩 + NN을 모두 채용해야 가능하다는 진영으로 나뉜다. 기술에 대한 기반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 문제에서 '테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다. 사실 Andrej Karpathy나 Yann Lecun등 AI의 대가들의 의견 또한 제각각일 정도로 AI는 아직 발전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답을 확정 지을수는 없다는게 내 의견이다.

나는 비전공자이지만 수많은 AI 기술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자면, Scaling law(척도 법칙: AI 모델의 크기에 비례해서 성능이 오르는 현상)가 유지되는 한 테슬라의 접근 방식은 '언젠가는' 유효하다. 혹자는 우리에게 주어진 컴퓨팅 자원은 한정적이고 따라서 현실적으로 한정된 컴퓨팅 자원내에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학습 시켜야 하기 때문에 결국 룰 베이스 하드코딩 영역을 통한 '최적화'와 Lidar를 통한 추가적인 깊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AI 컴퓨팅 자원 수요 예측.
자료: Exponential View | Parameter count of future frontier model

그러나 Exponential View의 분석에 따르면, Scaling law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따라서 AI 학습 모델의 사이즈가 지금처럼 계속 커지더라도 현재 속도로 AI 가속기/GPU가 공급이 증가하면 컴퓨팅 자원이 부족해서 모델을 훈련시키지 못할 확률은 극히 낮다.

엔지니어링은 한정된 자원내에서 트레이드 오프를 통해 최적화 된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테슬라의 접근 방식은 현재 시점에서는 가능성이 낮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컴퓨팅 자원은 항상 그 수요를 넘어섰고, 우리는 남아도는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새로운 일거리를 발명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큰 기술적 해자를 부여하지 않는것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앞서 언급한 사실을 모른채 LiDar와(참고: 테슬라도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차량에는 LiDar를 사용한다) 룰 베이스 코드를 집어넣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가용 가능한 자원내에서 완전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타협을 하는것이다.

혹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도로에 깔려있는 수십만대의 차량 데이터와 앞서 훈련하기 시작한 End-to-end 모델과 시너지를 발휘해 다른 경쟁사를 압도하는 결과물을 낼 것이라 주장하지만, OpenAI와 Meta, Anthropic 등 타 기업들의 초거대언어모델을 비교해보면 AI에 있어서 선발주자의 어드밴티지는 거의 없다고 보는게 합당하다. 그리고 노파심에 다시 얘기하지만 Scaling law가 살아있는한 테슬라가 실시간으로 도로에서 수집하는 저 수많은 주행 데이터보다 누가 더 큰 모델을 훈련시키는지가 훨씬 더 성능에 중요하며, 결국 테슬라의 접근방식은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하냐에 달린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한 AI 컴퓨팅 자원이 확보되면, 룰 베이스 알고리즘과 LiDar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자율주행 기업들도 테슬라가 주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다.

결론

테슬라의 기술적 접근방식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으나, 테슬라의 기업가치에는 자동차외의 사업들, 이를테면 완전자율주행이나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가 많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테슬라의 사업 구조에서 계속되는 설비투자는 성장에 필요한 운명이며,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주장 하는것만큼 AI 기술력의 우위도 없다는게 필자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