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정세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운용하고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한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우리의 대답은 늘 그렇듯이, "자꾸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마라"이다.
어웨어가 소수의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철학을 가진것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투자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수의 월가 헤지펀드들은 100억원 미만의 개인 자금은 받아주지도 않을뿐더러, 개인에게는 '시간'과 '인내'라는 아주 커다란 무기가 있다.
마침 Capital Gains에서 매수 후 장기보유(Buy & Hold) 전략이 가지는 의외의 어려움과 역동성에 대한 글을 기고해, 번역 후 공유한다.
2002년 넷플릭스(NFLX)의 IPO 당시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지금쯤 그 투자금은 820만 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중간에 일부를 매도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서다. 저 두번째 가정을 충족시키기는 첫번째보다 훨씬 더 어렵다. 지난 1년 동안 넷플릭스의 누적 거래량은 현재 유통 주식 수의 거의 2배에 달했다. 넷플릭스 1주의 평균 보유 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물론 마켓 메이커들의 초단기 보유 포지션과 단기 트레이더들의 물량을 감안해야 하지만, 장기 투자자들도 10년 내에 포지션을 변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는 몇개의 주식에 초장기로 투자하는 자산 운용사들이 수수료를 받아가며 하는일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일부 펀드는 극단적으로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 보유 종목이 10개도 안 되는 경우도 있으며, 13F 보고서를 보면 포트폴리오 구조의 변화보다 운용 자산(AUM) 증감이 더 두드러진다. 이들이 하는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광고 업계에는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전설적인 모 화장품 회사의 CEO가(아마도 헬레나 루빈스타인일 것이다) 광고 대행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계속 같은 광고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에 광고 대행사 CEO(아마도 데이비드 오길비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당 브랜드를 담당하는 모든 직원들을 그 자리에 불러놓고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받는 돈은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광고를 만드는데 쓰이는것이 아니라, 이미 입증된 광고를 계속 돌리는것에 대한 비용입니다."
투자에서도 비슷한 심리가 작용한다. 기존 전략이 잘 먹히고 있다면, 환경이 변했더라도 이를 수정하기 어렵다. 반면,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 때문에 기존 전략을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2011년까지 넷플릭스의 누적 수익률은 3,400%에 달했지만, DVD 렌탈 사업과 스트리밍 사업을 분리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면서 불과 몇 달 만에 800%로 줄어들었다. 만약 기업이 대규모 고정 비용을 투자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상각해 나가는 구조라면, 고객 기반이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고객 수가 갑자기 줄어들고 소비자 불만이 폭증하면, 주가가 0이 된다고 가정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장기 투자가들이 운용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하는(종종 매우 잘하기도 하는) 일은, 단 5개의 높은 민감도를 가진(high beta: 시장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만큼 투자하는 회사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숫자가 전달하는 스토리가 하나 있다면, 질적인 영역에서는 더 복잡한 스토리가 하나 더 존재한다. 장기 투자자의 역할은 결국 회사의 회계 장부가 실제 현실과 일치하는지를 끊임없이 검증하는 것이다.
초장기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CEO 입장에서 이런 투자자들이 상당히 반가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영진을 압박하는 행동주의 투자자가 될 가능성이 낮고(차라리 주식을 팔고 떠나는 쪽을 선택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따로 설명해 줄 필요도 없으며,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처럼 단기 실적 가이던스에 대한 무의미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시간을 낭비시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 떠나게 되고, 그건 경영진에게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발야스니(미국 헤지펀드)가 어떤 종목을 매도하는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장기 펀드가 포지션을 정리한다면 훨씬 강력한 신호가 된다. 이런 펀드는 경영진의 비전과 의견에 동의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그러한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1) 시장에 사전에 소통될 가능성이 높고, 2) 그만큼 경영진의 책임/사유로 인해 결정된 사항일 것이다.
장기간 보유하다 보면 기업은 변한다. 특히 최고의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넷플릭스를 IPO부터 지금까지 보유한 사람이라면, 한때 DVD 대여업체의 주식을 보유한 것이고, 이후 적자를 내는 콘텐츠 유통업체의 주식을 거쳐, 이제는 전 세계적 스트리밍 유통망을 구축한 다국어 콘텐츠 스튜디오를 보유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 집중 투자를 향한 비판 중 하나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만약 두 가지 전략이 동일한 수익률을 기록한다고 가정하고(세금에서 자유롭다는 가정) 가장 좋은 전략은 더 많은 거래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래야 샘플 사이즈가 커지면서 통계적으로 우수한 전략을 선택할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낮은 회전율을 가진 펀드는 투자 샘플이 적긴하다. 하지만 장기간 투자하면 결국 보유 기업 자체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이뤄진다. 즉, 장기 투자는 단순히 매수만 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유 결정을 반복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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