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째 꽃가루가 흩날리며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꽃가루에 대한 반응이 쌓이고 쌓여 인후염까지 생기자 저는 두손두발 다들고 이비인후과에 가서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처방 받았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원래 매일 복용하고 있었는데, 그거 하나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웠던 것이죠.
주식시장도 전쟁과 긴축에 대해 계속되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에는 항히스타민제도, 소염진통제도 없다는 것 이겠죠. 전쟁은 끝날 기미를 안보이고, 인플레이션은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순한 양처럼 비둘기적 모습을 보인 제롬 파월과 연준 이사들은 어느 순간부터 기준금리를 75bps 올릴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하는중입니다. 팬데믹 효과를 톡톡히 누린 비대면 기술기업들은 떨어지는 성장률, 올라가는 금리로 인해 폭락을 모면하지 못하는 중 입니다. 과연 꽃가루는 언제쯤 멈출까요?
Ark Investment자산운용의 돈나무 (Cathie Wood)누나가 운영하는 대표 ETF인 ARKK는 올해 들어 수익률이 -50%를 기록 중 입니다. 만약 1억원을 올 초에 투자했다면, 대략 5000만원이 남아있다는 뜻이겠죠. 물론, 내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까지 합한다면 손해는 더 클 것 입니다.
“Sell in May”
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여름기간 동안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좋지 않으니 5월에 팔고 10월에 돌아오라는 월가의 격언이죠. 이 말 대로라면, 이미 끔찍했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수익률 보다 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 입니다.
이미 다우존스산업지수는 YTD (Year-to-date)기준 1928년 이래 최악에서 3번째 하락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4월 나스닥 지수는 2000년 이후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중입니다.
이는 어웨어의 주간 4대지수 트래커에도 선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 지수가 -3.91%로 선두주자로 등장했으며, 몇주간 뒤에서 1위를 했던 나스닥 지수 또한 -3.73%로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만 유일하게 -2.54%로 안정적인(?) 하락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요일 반등의 기쁨은 잠시, 주식시장은 금요일 더 가혹한 태세로 투자자들을 맞이했습니다.
그렇다면 “Sell in May” 격언에 맞추어 이미 반토막난 주식을 홀라당 다 팔고 10월에 다시 돌아오길 기대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조상님이 한 말 중에 틀린 말이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가 수없이 틀렸었던 격언들 중 맞는 것만 골라서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5월부터 10월까지의 평균 수익률은 2%로, 11월부터 4월까지의 평균인 5% 보다 낮았던 경향은 있습니다만, 5월에 투자를 중단할 경우 복리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계속해서 하락하는 시장에서 “마이너스로 복리효과를 누리라는 거냐”고 반론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4월 마지막주 들어 약간의 패턴 변화가 감지됩니다.
주간 섹터별 성과를 보면 (빨갛게 빨갛게 물 들었네) 몇주간 하락세를 주도하던 정보기술 (-1.16%)의 성과가 두번째로 좋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자유소비재 (-7.36%)와 금융 (-4.59%)의 하락률이 유난히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자유소비재 (Consumer Discretionary)는 아마존 (AMZN)의 14% 폭락이 큰 영향을 끼쳤을 걸로 예상됩니다. 최근 들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죽 쑤고 있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사들도 자유소비재로 분류됩니다. 아마존이 1분기에 38억 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낸 것 또한 1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Rivian Automotive (RIVN)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76억 달러의 지분법 손실이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금융 섹터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올라가는 국채금리에도 불구하고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기도 합니다. 10년물 금리가 2.9% 부근에서 안정화되고 있는 반면 2년물 금리는 2.7%대로 치솟고 있기에, 은행주 투자논리인 예대마진 확대 논리가 산산조각 나는 그림이 보이시지 않나요?
“그러면 이제 투자할 대상이 없다는 것 인가요?”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지금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 두가지는 러-우크라이나 전쟁,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정책 입니다. 전쟁은 지속되고 있고,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은 아직까지 말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연준이 5월에 기준금리를 50bps 올리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현재 파생상품 거래시장에서 유력하게 예상되고 있는 기준금리 밴드 3-3.25% (연말까지)에 대해서는 기정 사실이라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작년말 까지만 해도 연준은 이런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 했거든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향후 수개월내에 서서히 내려갈 것 입니다.”
마치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을 두고 생산자가 “명현현상 입니다”라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개념이지만요. 초 엘리트 집단이 모인 연준조차도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지,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할지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최소한 지난 2년간 연준의 인플레이션 예측 정확도는 동전 뒤집는 원숭이 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었단 게 팩트입니다.
다행인점이 있다면 폭락한 나스닥지수의 5년 상승세가 그나마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것 입니다. 그나마라고 한 것은, 제일 각도가 낮은 빨간색 추세선 조차도 전고점 2개 + 현고점 1개를 이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합리적이지, 싸다고는 못 합니다.
최근 52주간 최고점이었던 16,000에 비해서 20% 가량 하락한 지수는 끊임없이 제기되던 주식시장 버블 논란을 약간 잠재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특히 FAANG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대형 성장주의 일원이었던 넷플릭스 (NFLX)의 경우 고점 대비 72%나 하락해 2000억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에서 840억 달러 수준으로 1/3 토막이 났습니다. 지수의 하락에는 Big Tech, Small Tech 가리지 않고 기여했다는 뜻 이지요.
반면 양호한 실적을 거둔 마이크로소프트 (MSFT)는 고점대비 불과(?) 17% 가량 하락해 지수 대비로도 선방하는 모습입니다. 무차별적인 매도는 아니고, 미래가치가 많이 반영된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래가치가 많이 반영 되었다는 건, 미래의 불확실성도 똑같이 감수해야 한다는 뜻 이니까요.
그럼 다시 문제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전쟁, 인플레이션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1. 전쟁: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치만..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이 처음 터졌을 때 러시아가 수일 아니면 수주내에 우크라이나를 함락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천문학적인 무기 및 자원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수도를 수성 하는 것에 성공했으며, 북부와 서부대신 동부의 돈바스 및 남부지역에 집중하기 시작한 러시아가 이들 지역을 손에 넣고 우크라이나의 항구 접근권을 가져가는 것은 기정 사실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위 BBC에서 작성한 지도는 한달전과 거의 똑같습니다. 빠른 속도로 동남부를 장악하던 러시아군이 한달동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긴 전쟁을 버틸 여력이 없을 겁니다. 이미 푸틴의 측근들조차도 지쳐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이죠.
폭락을 거듭했던 루블화는 겉보기엔 이미 이전 가치를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14% (17%에서 인하)로, 경제가 안 좋은데 돈 빌리기도 어려운 환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자원을 루블화로 받도록 하면서 향후 혹시라도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유용할 수 있는 외화벌이가 사실상 중단되었죠. 참고로 동유럽의 빈국으로 꼽히는 체코의 기준금리가 현재 5% 밖에 안됩니다.
Cracks emerge in Russian elite as tycoons start to bemoan invasion – The Washington Post
물론 푸틴이 자기말 안 듣는 엘리트들은 숙청중이지만, 러시아 내부에서도 돈을 많이 번 재벌들은 결국 자원수출로 부를 쌓았기 때문에 외국과의 단절을 속으로는 반기지 않을겁니다. 거기에 러시아 GDP가 올해에만 10% 가량 축소될 것 이라는 전망을 러시아 중앙은행이 한 만큼, 러시아인들에게는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5.1% 였습니다. 경제는 성장하지 않으면 대다수를 힘들게 만들어요. 그런데 외환위기 보다 더 놀랍게 하강하는 러시아의 경제는… 🤦♂️
2. 인플레이션, 계속 올라만 가나요?
연방준비은행이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으름장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2020년 6월부터 ‘인플레이션’을 외쳤던 사람입니다. 돈이 너무나도 많이 풀렸고, 그 많이 풀렸던 돈이 ‘돌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라는 논리였어요. 그 주장은 2021년말, 그리고 올해초 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작년 중순까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금융권의 주된 의견이었어요. 저는 그 때 “우리 인생도 일시적”이라는 드립을 쳤었지요.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일시적 인걸 미덕으로 알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타령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준의장 제롬 파월을 인간지표 삼아,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보다는 더 일찍 잦아들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연반꿀’인 셈이죠.
장난이고요, 일단 인플레이션이 더 빠른 시기에 (속도가 아닙니다)잦아들 것이라 예상하는 데는 두가지 변수를 주요하게 봅니다.
1. 중국 주요지역 락다운 해제
왜 중국의 락다운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냐고요? 중국은 전세계 공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중국 공장들이 멈추면 우리나라 공장을 더 힘차게(?) 돌리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공장에 필요한 원료나 부품을 중국 공장에서 제조중일 확률도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중국 공장들의 신속한 생산복귀가 공급망 병목 개선에 큰 도움이 될겁니다.
2. 유가의 ‘안정화’
현재 인플레이션을 지속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유가 입니다. 원유 공급이 너무나도 부족하니 대체 에너지원 (예: 석탄)가격 또한 올라가고 있으며, 원유로 생산되는 너무나도 많은 화학, 비료 제품들 가격이 올라 소비재나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죠.
아직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는 시장에 계속해서 유통중이고, 아무리 푸틴이 윽박지른다고 해서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원수출을 중단할 일은 없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버핏은 무엇을 샀나요?”
워렌 버핏은 아니고요, 워렌 버핏이 회장 (Chairman)으로 있는 Berkshire Hathaway (BRK)가 1분기에 미친듯이 샀던 주식은 바로 Chevron (CVX)입니다. 땅에서 석유를 시추하고 정제해서 팔아먹는, 매우 반-환경적인 기업이죠. 아마 이들만 없었다면 우리가 차를 타면서 지구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죠.
부회장 찰리 멍거는 앞으로의 석유 전망에 대해 “앞으로 200년간은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석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면 돌파했죠. 사실 아무리 신재생에너지를 가동한다 해도, 석유 수요를 대체하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WTI 기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팔린다는 사실은, 현재 석유기업들이 땅에서 돈을 미친듯이 시추하고 있다는 얘기와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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