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애플의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은 애플이 스마트폰과 노트북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게 해주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들이 만든 커스텀 칩 설계들은 애플의 기기들이 더 빠르게 동작하거나 더 긴 배터리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아이폰은 실사용 시간이 가장 긴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꼽힌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초에 애플은 아이폰 14 Pro에 들어가는 A16 Bionic 칩에 새로운 설계를 바탕으로한 그래픽 프로세서를 넣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초기 프로토타입이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으로 예상했던것 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되면서 전세대 그래픽 프로세서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칩셋이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될 경우 기기가 과하게 뜨거워질 수 있고 배터리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픽 프로세서는 휴대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게임, 그리고 화면위의 모든것들을 보여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품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도 애플은 A16 Bionic 칩을 발표하면서 그래픽 성능에 대해서는 "50% 더 확장된 대역폭"만을 자랑했을뿐 별다른 성능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일은 애플의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내 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한다. 여러 성능 벤치마크 결과에서 아이폰 14 Pro는 전세대 대비 소폭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베스트 셀러로 자리매김 하고있다.
애플이 아이폰 14 Pro의 그래픽 프로세서에서 삭제해야 되었던 중요 기능은 레이 트레이싱 (광선 추적)인데, 게임에서 빛을 다루는 방식을 개선해서 현장감 있는 그래픽을 (예: 자연스러운 그림자)전달하는데 사용되는 기술이다. 이런식의 큰 기능 추가의 부재는 사용자들이 업그레이드 할 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폰 Pro 모델들의 초기수요는 매우 강하다). 그래픽 프로세서 에서의 실수는 결국 해당 팀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일부 매니저들은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야 했다. 그러나 애플의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애플이 최첨단 칩 설계의 강자로 매김하는데 필수적이었던 핵심인력들의 이탈이다.
애플의 성공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었지만 (디자인, 마케팅, 그리고 헤어나올 수 없는 생태계 등) 그 핵심 중 하나에는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이 있다. 애플의 Hardware Technologies 부문 수석부사장인 Johny Srouji가 이끄는 이 그룹은 애플의 다른 기업들에 대한 반도체 설계 의존도를 낮추는데 도움을 주어 라이센스 비용을 줄였으며 미래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시켰다. 이 그룹은 기름칠이 잘된 기계처럼 새로운 아이폰 칩셋을 매년마다 꾸준히 뽑아내는데 성공하여 아이폰의 경험을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물리 법칙은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이 이들의 기술적 성과를 매해 개선하는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도체 업계 전체가 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의 집적도가 두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반도체 미세화의 길은 어느덧 양자역학의 영역에 다가가고 있다.
More than Moore의 수석 애널리스트 Ian Cutress는 "애플은 여전히 시장의 기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칩셋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면서도 "향상 속도는 더뎌지고 있으며 애플의 현재 상황을 보았을 때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20명이 넘는 전직 애플 직원들과의 인터뷰와 법원 기록들을 보면 애플이 2019년 이후 수십명의 핵심 반도체 인력들을 스타트업과 경쟁업체에 빼았겼다는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기록들은 애플의 비밀스러운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와 CPU의 총책임자였던 Gerard Williams 3세가 애플을 떠난 이후 어떤 장막 뒤 드라마에 대한 가장 완벽한 그림을 제공해준다. Gerard Williams 3세는 애플을 떠난뒤 자신의 반도체 스타트업인 Nuvia를 2019년에 창업하고, 해당 업체는 퀄컴 (QCOM)에 2021년 14억 달러 (약 1조 7000억원)에 인수된다.
리서치업체 SemiAnalysis의 Dylan Patel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년간 애플의 CPU 성능 상승은 매우 미미했고 대부분 애플의 칩 설계보다는 칩 제조 개선에 기인했다"며 "Williams가 떠난 뒤 애플의 CPU 성능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고 전했다.
애플은 Williams가 떠난 뒤 6개월 뒤에 그를 고소했다. 명목은 애플의 지적 재산을 자신의 새로운 스타트업에 사용하고 핵심 인력들을 빼내갔다는 것 이었다. 올초 애플은 비슷한 주장을 칩 스타트업인 Rivos를 상대로 펼쳤다.
두 스타트업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핵심 인력들의 이탈은 Srouji (수석부사장)와 그의 오른팔인 Sribalan Santhanam에게 깊은 개인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리고 Nuvia와 Rivos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인 Lip-Bu Tan과 Amarjit Gill과도 긴장감을 조성했다. Lip-Bu Tan은 인텔 (INTC)의 사외이사 중 한 명인 반도체 업계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인사 중 하나이자 애플의 칩 디자인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도구를 제공하는 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Gill 또한 그의 스타트업인 P.A. Semi가 인수되었을 때 애플에서 잠시 일했던 전력이 있다.
직원들에 대한 경고
애플 내부의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에서는 매니저들이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Rivos에 대한 소송전 이전에도 애플의 매니저들은 두장 짜리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며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매우 위험하며 극히 일부만이 성공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해당 프레젠테이션은 또 Gill (Nuvia 창업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그만이 스타트업 직원들의 노력에 보상 받았다고 주장했다. 매니저들은 또 애플이 경기침체 상황에서 더 안전한 직장이며 게임 체인저가 될 새로운 제품들을 준비중이라고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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