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시장에 몰려오는 폭풍우

Perplexity AI에 “Bard Rebrands as Gemini”를 검색했을 때 출력되는 결과이다:

Google은 다음 주에 Bard 브랜드를 Gemini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이번 리브랜딩에는 시각적 방해 요소를 줄이고 가독성을 높이며 탐색을 단순화하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포함됩니다. 또한, Google은 음성 채팅 기능을 도입하고 새로운 'Gemini Ultra 1.0' 버전의 AI 모델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Gemini는 Gmail, 지도, YouTube와 같은 Google 앱과 통합되며 텍스트, 음성 또는 이미지를 통해 액세스할 수 있습니다. Gemini의 안드로이드 앱은 곧 출시될 예정이며, iOS 사용자는 구글 앱에서 Gemini를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Gemini로의 브랜드 변경은 2023년 말에 출시되어 일부 Google 제품에 통합되기 시작한 Gemini라는 이름의 새로운 멀티모달 AI 모델에 맞춰 이루어졌습니다. Android 앱 개발자인 딜런 루셀이 공유한 변경 로그에 따르면 유료 버전이 동시에 출시되어 매우 복잡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Gemini의 Ultra 1.0 모델에 액세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변경 로그에는 2월 7일에 Gemini가 캐나다로 확장되어 이전에는 지원이 되지 않았던 주요 지역 중 하나에 AI 툴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Gemini의 고급 버전은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영어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영국, 스위스, EU지역 국가 및 관련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영어에 이어 한국어, 일본어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지원되는 국가와 언어에 관계없이 AI에 직접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Google의 약속을 의미하며, 이름 변경은 이러한 약속을 반영한 것입니다. 2023년 12월에 발표된 고급 버전은 AI 도구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버전으로 설명되는 Gemini Ultra를 기반으로 합니다.

Gemini Ultra(Pro, Nano의 상위 버전)는 구글의 가장 강력한 초거대 언어모델(LLM)이며, 멀티 모달(글, 이미지, 동영상 등)을 지원한다. 발표할 때 현존 최강 성능을 자랑하는 OpenAI의 GPT-4 모델을 앞서 있다는 주장을 했을 정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있다.

ChatGPT는 최단 기간내에 100만 유저를 달성한 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제는 Meta의 Thread가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는 Facebook과 Instagram의 네트워크 효과를 사용했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은 비교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함), GPT-3.5라는 훌륭한 성능의 LLM을 ‘챗봇’ 이라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로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Bard는 지금껏 사용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이용자 채택률이 낮았는데, 구글 AI의 브랜드(Bard)를 LLM의 근간이 되는 Gemini로 교체하는 이유 또한 그동안 ChatGPT에 비해 떨어지는 성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Bard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AI 모델을 교체하면서 같이 바뀌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각적 방해 요소를 줄이고 가독성을 높이며 탐색을 단순화하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오늘날 검색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구글 검색엔진은 간단한 텍스트 박스 하나에 검색어를 집어 넣으면 유저들에게 가장 관련성이 높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PageRank라는 알고리즘 또한 큰 역할을 했다. PageRank는 웹페이지에 대한 링크의 수와 품질에서 추론된 중요도에 따라 웹 페이지의 순위를 매기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었다. 기본 가정은 더 중요한 웹사이트는 다른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링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 링크 분석 알고리즘은 구글의 공동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구글에서 최초로 사용한 알고리즘이었다.

이제는 PageRank 외에도 다양한 복잡한 알고리즘이 검색 결과에 영향을 주지만 구글의 검색 결과는 초창기에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우월성을 지니고 있지않다. LLM과 검색을 통합해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Perplexity AI를 첫 문단부터 언급한 이유도 더 이상 구글의 검색 경험이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구글 검색결과의 질적 저하에 대한 내용은 “Google Search Is Dying”을 읽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여전히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90%의 검색엔진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2023년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매출 중 구글 검색으로 비롯된 광고 매출이 1624억 달러, 우리돈으로 200조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디지털 광고사업은 이익률이 매우 높다. 검색 결과당 변동비가 매우 낮은 관계로 한계이익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른 기술 기업들이 봉이 김선달식 이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구글의 검색사업과 경쟁하는 솔루션을 내놓지 않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검색엔진인 Bing에 OpenAI의 GPT-4 모델을 무료로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색시장 점유율을 전혀 얻어가지 못했다. 그나마 구글이 독점하고 있는 검색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아마존(쇼핑 관련 검색을 아마존내에서 하는 수요)과 GPT-3.5와 GPT-4에 인터페이스를 얹은 ChatGPT를 제공하는 OpenAI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실적 발표에서 알파벳 CEO 순다르 피차이는 ChatGPT로 인해 검색 쿼리가 줄었는지 물어보는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4분기 기준 구글 검색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하며 구글의 검색시장 장악력이 아직까지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구글 검색의 상대적인 질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점에 가까운 90%에 해당하는 검색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탠다드의 중요성

때는 2004년, 모바일이라는 개념은 극히 드물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프로토콜은 PC가 사실상 유일하던 시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갓 반독점법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윈도우로 OS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시기이며, 같이 딸려오는 IE(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을 95%를 자랑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인도 출신의 순다르 피차이는 구글에 프로덕트 매니저로 합류하게 되고, IE 위에서 구글 서비스에 바로 접근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구글 툴바를 책임지게 된다. 그런데 그는 구글 툴바를 만들면서 2006년 즈음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구글이 직접 브라우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당시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이에 매우 강하게 반대하지만 순다르 피차이는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설득하는데 성공하고, 우리가 다 아는 Chrome이라는 이름의 브라우저를 2008년에 출시하게 된다. 나머지는 역사다. Chrome 브라우저는 구글이 내놓은 제품 중 가장 성공적인 제품 중 하나가 되었고, 순다르 피차이가 2015년 구글의 CEO로 등극하게 되는데 1등 공신을 했다.

오늘날 우리는(‘우리’는 네이버를 아직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검색을 할 때 검색엔진의 주소를 입력한 뒤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는다. 주소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으로 설정된 검색엔진을 다른 서비스로 바꾸지 않는다(어이 당신, DuckDuckGo를 쓰는 너드인가?). Chrome의 기본 검색엔진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구글 검색이다. 그리고 Chrome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는 브라우저이다.

구글 검색에 상대적인 질적 저하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쓸만한 검색 결과를 내놓는 이상 사람들은 굳이 이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변환 비용(switching cost)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얘기했으면 스탠다드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스탠다드가 얼마나 중요했으면, 2023년 알파벳이 구글 검색을 Safari 등 Chrome이 아닌 타 브라우저에 기본으로 설정하는데 지급한 비용이 무려 489억 달러에 달했다. 무려 65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대로 말하면 구글 입장에서 Chrome을 통해 절감하는 비용이 일년에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에 달한다는 얘기이다.

스탠다드를 지배하는자가 승리한다

오늘날 인류 사회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은 모든 경제활동의 근본이 되는 화폐인 미국 달러를 세계 경제의 스탠다드로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한 사업가들은 흔히 정치에 입문하곤 하는데, 화폐를 제외하면 법률이 그 사회의 스탠다드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현재는 GPT-4, Claude, Gemini Ultra 등 수조원을 투입해 개발된 다양한 LLM들이 경쟁하며 성능을 높여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각 모델별로 얻는 효용의 차이가 크지 않은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현재 구글 검색이 최고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주진 않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에게 변환 비용을 내면서까지 기본 설정을 바꿀 필요가 없는것처럼 말이다.

OpenAI는 초기에 초거대언어모델을 API 형태로 제공하는 B2B 기업이었지만 정작 B2C 소비자향 제품이라 할 수 있는 ChatGPT를 출시하면서 몸값이 10억 달러 수준에서 1000억 달러로 100배 가량 올랐다. 여기에는 AI와 작용하는 스탠다드를 지배할 수 있겠다는 투자자들의 계산도 당연히 들어갔을 것이다.

다가오는 AI 시대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탠다드를 선점하는 것일테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히 훌륭한 AI 모델(백엔드)과 친절한 인터페이스(프론트엔드)의 조화가 필요할 것이다. 구글이 Bard를 Gemini로 리브랜딩 하면서 “시각적 방해 요소를 줄이고 가독성을 높이며 탐색을 단순화하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스탠다드를 선점하기 위해서이다. 스탠다드를 지배하는자가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