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해서 52주 신저가를 갱신하여 5만원선마저 깨버린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난주 금요일 단 하루만에 7% 넘게 급등했다. "4만전자"에 도달하자 기술적 반등이 예상되긴 했지만 별다른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이 7%대 상승하는것은 쉬운일은 아니다.
뜬금없는 7%대 반등에 대한 의문은 장마감 이후 공시된 자료를 통해 해소되었다. 앞으로 1년간 자사주 10조원 매입, 이 중 3조원은 3개월 내 매입 후 소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너무 저평가 되어있다고 판단하거나 임직원 보상을 위해 RSU 지급을 통한 주식 발행이 있을 경우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하는것은 미국 시장에서는 흔히 있는일이기에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보 유출과 타이밍이 문제
10조원이나 되는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공시되기도 전에 시가총액 300조원의 넘는 대한민국 1위 기업의 주가가 7% 넘게 상승했다는것은 해당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지 않고서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증이야 당연히 없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수사를 착수할만한 정황증거로는 충분한 것으로 보이는데,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자본시장법은 재벌 일가와 이에 기생하는 세력들을 위해 선택적으로 작용하기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는다. 미국 같았으면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증권거래위원회)가 진작에 수사에 돌입 했을것이다.
삼성 오너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 또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재용의 어머니 홍라희는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추가 담보 제공을 요청받은 상황으로 보인다(쉽게 말해 마진콜).
홍라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올해 초 기준 1.45% 정도로 개인주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이 정도 비율로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을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삼아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중인데, 이런 복잡한 지배구조는 여러 법적인 제약 때문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오너 일가를 제외한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가 안정과 오너 일가의 금융적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이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모든 주주를 위한 공정한 조치인지다. 특히 주가 상승 직전의 정보 유출 의혹과 맞물려, 이런 결정이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추가적으로 저해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시사점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성과 기업 지배 구조의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공정한 정보 공개와 강력한 법 집행이 필수적이다.
미국과 같은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면 이번 사건은 SEC의 집중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재벌에 대한 법 집행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경향이 있다. 이는 자본시장에서 소수 주주의 신뢰를 얻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결국, 우리 같은 사람들의 답은 미국이다.
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