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싶어도 못 줘!
러시아가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습니다.
디폴트에 빠졌다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게 돈을 빌리고 이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러시아가 실제로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제재로 인해 돈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이 막혔습니다.
만약 경제 제재가 없었더라면 빌린 돈의 이자도 갚을 수 있었을 것이지만, 어쨌든 간에 디폴트는 디폴트입니다.
그런데 아시나요?
8년 전의 상황도 지금과 엄청 비슷합니다. 마치, 데자뷰를 보는것 처럼요.
지금 상황은?
먼저 지금 상황을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러우 전쟁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사로 인해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많은 '러시아 안티팬'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2. 서방 국가들의 압박으로 러시아 디폴트
돈을 갚을 수 있는 길을(국제 금융 네트워크) 차단해버렸고, 러시아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3. 원유 가격은 매우 높은 수준
WTI의 가격은 러우 전쟁 발발 당시 약 $108, 현재는 $115로,
코로나 때 마이너스 유가까지 등장 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높은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8년전에는?
2014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비슷하다는 것일까요?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러파들과 정부와의 내전에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장악하기 위해 끼어들면서,
돈바스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지금이랑 똑같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립구도입니다.
그 땐 어떻게 했을까요?
지금처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러시아 정부나 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믿고 빌려줄 수 있는 국가나 기업인지 평가하는, 국제 신용평가사도(Standard & Poors)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등급으로 낮추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는 달러 부족에 직면했습니다. 미국 기업들과 거래를 못하니, 달러를 융통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정상적인 국가처럼 무역을 하고, 필요한 물품들 (차량용 반도체, 각종 석유화학 제품 등)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지만, 이번처럼 금융 네트워크 접근을 막으면서 교역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심지어 원유 가격까지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WTI의 가격은 $100 ~ $110 으로, 붉은 화살표에 해당합니다.
푸른 화살표는 이번 러우 전쟁 발발 시기입니다.
전쟁으로 대립 중인 국가, 경제적 압박, 달러를 필요로 하는 상황,
거의 판박이입니다.
“원유랑 관련 있는 이유는?”
러시아가 당장 달러를 필요로 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이번 디폴트는 실제로 자금이 부족해서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우리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통장에 돈이 있어도 신용등급이 좋지 못하면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처럼,
러시아도 디폴트로 인해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달러 조달이 어려워집니다.
이제 러시아는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도, 러시아가 세계 원유 공급량 3위인 것도 알았는데요.
왜 이렇게 원유가 중요한 것일까요?
러시아에게 원유는 어떤 존재냐면
우리나라의 반도체같은 존재입니다.
러시아의 2020년 수출을 1위부터 3위까지 나열해보자면,
원유가 포함된 연료 품목이 $141.92 B (약 180조원)
귀금속, 철광석 등이 $30.36 B
철광석을 이용한 합금 등이 $16.01 B
만큼을 차지했습니다.
중간에 $39.32B 만큼 수출되는 품목이 있는데, 이건 분류되지 않은 기타 원자재라서 순위에서는 제외하겠습니다.
즉, 원유 없이는 수출액이 반토막 납니다.
원유는 주요 달러 수급처이고,
국제 금융 네크워크에서 낙오자가 된다면 유일한 달러 수급처가 됩니다.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해지는 날이 다가올수록, 러시아는 어쩔 수 없이 원유를 더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됩니다.
마침 미국은 원유 재고량 바닥,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공급량 확대에 문제를 겪는 지금,
최강대국 미국은 "상황이 녹록지 않으면 러시아 원유 사용해도 된다"라고 까지 하니 원유를 추가 공급하기 위한 모든 조건은 충족된 것이죠.
머지 않아 자동차 휘발유로 식은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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