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파업', 생산 문제로 이어져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 회사 및 방위 산업체 보잉(Boeing, BA).
항공 여행 수요, 부품 공습 및 수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 방위 및 우주산업의 수요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잉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보잉: 앞으로 4년 동안 임금 25% 올려줄게
노조: 40% 안 올려주면 파업 계속할 거야~
강압적 심문, 불법 감시, 차별 등을 이유로 16년만에 일어나 53일 간 지속된 파업이 보잉을 상당히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보잉이 품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에 발생한 파업입니다.
파업 전, 보잉에게 어떤 일이? 품질 문제
2018년, 2019년 대형 추락사고, 2024년 1월 엔진 화재,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가거나 날개가 뜯어지거나 타이어가 빠지는 문제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들은 보잉 사의 항공기 설계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파업과 겹쳐 생산 문제를 악화 시켜, 보잉이 737 MAX 항공기 생산에 대한 마일스톤 달성이 약 6개월 연기될 것임을 공급 업체들에게 알리게 만들었습니다. 기존 2024년 9월 달성했어야 하는 월 42대 생산이라는 목표가 2025년 3월까지 연기된 것입니다.
파업 끝났지만... 이미 결정된 '보잉 구조조정'
보잉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파업은 11월 5일, 임금 38% 인상안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일, 이미 보잉은 전체 직원의 10%에 이르는 1만7천명을 감원하겠다 발표했습니다.
해당 감원은 관리자와 임원까지 포함된 결정으로, Kelly Ortberg가 목표한 '재정비'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Kelly Ortberg는 보잉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사명으로 8월 8일 취임한 보잉의 새로운 CEO입니다.
이전 CEO인 Dave Calhoun이 도어 플러그 이탈 사고 이후 3월에 "연말까지 사임하겠다"고 약속하고 사임한 이후 말 그대로 기업을 재정비하기 위해 등장한 것입니다.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파업도 끝났으니, 보잉은 회복할 일만 남은 것일까요?
비용 절감으로 어려운 시기 버티면 된다고? 헛소리
보잉은 현재 경쟁사인 에어버스에게 경쟁력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잉 737 MAX와 에어버스 A320 간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약 65:35 비율로 에어버스가 유리한 상황입니다.
이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RBC Capital의 Ken Herbert는 보잉의 목표 주가를 현재가 대비 29.37%높은 $200으로 제시,
"항공사들이 보잉 인프라에 맞춰 운항 체계를 구성해왔기 때문에 전환 비용이 높아 쉽게 에어버스로 옮기기 어렵고, 일부 고객 이탈 가능성에 대한 루머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보잉에서 에어버스로 대규모 전환을 계획하는 고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차피 고객들 떠나갈 일 없으니 여유롭게 생산량만 회복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양심있냐고.
보잉의 회복은 멀고도 험한 길, 지금은 방산 부문 해결 중
이와 반대로 보잉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Wells Fargo의 Matthew Akers는 보잉에 대한 목표 주가를 $185에서 $119로 수정했습니다.
"보잉의 방위 산업 부문이 지속적으로 손실을 만들어내고 있고 항공기 개발을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현금 흐름에 부담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보잉이 처한 상황은 실제로 상당히 안 좋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에서는 지난 8일 파업을 포함해 재무적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을 들어 신용등급이 ‘BBB-’인 보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린다고 전했습니다. BBB-는 '투자부적격(Junk)' 바로 위 단계에 해당됩니다.
같은 날 보잉은 주식 및 채권 발행으로 최대 $250억, 신용대출로 $100억을 각각 조달할 것으로 밝혔습니다.
보잉은 현재 미사용 신용한도까지 사용하면 총 $550억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부적격 단계로 떨어지진 않겠지만, 보잉은 당장 재정비하느라 바쁜 모습입니다.
이번 방산 업체 매각이 바로 보잉이 재정비를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19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잉이 방산 업체인 디지털 리시버 테크놀로지(Digital Receiver Technology, Inc.)를 탈레스 디펜스 앤 시큐리티에 매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3월 19일 블룸버그 통신과 익명을 요청한 내부자들의 인터뷰에서는 :
매각 검토 대상으로는 정부 정보 및 방위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보잉의 디지털 리시버 테크놀로지 사업부와 글로벌 서비스 부분의 일부 방위 프로그램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잉은 앞서 군사 지휘 및 통제, 감시 및 정찰 시스템을 만드는 자회사 아르곤ST의 매각을 검토했지만, 이는 보류 중이라고 다른 관계자는 말했다. 보잉은 지난 2010년 아르곤ST를 7억7500만달러(약 1조381억원)에 인수했다.
이 인터뷰의 내용은 부분 현실화 되었습니다. 즉 함께 거론된 아르곤ST도 매각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보잉은 이미 United Launch Alliance의 절반을 매각할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전부 다 방산 부문으로, 방산 부문 특성상 고정 가격 계약으로 인해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잉의 방산 부문 매출은 24Q2기준 전체의 35.6%에 달하지만, 보잉은 3분기 실적에 20억 달러의 방위 및 우주산업 부문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경고하는 등 방산 부문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적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작업에 대해 냉철하게 인식하고 회복을 위한 주요 이정표를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Kelly Ortberg, 인력 감축 발표 당시
보잉의 방산 부문은 전 책임자인 Ted Colbert가 최근 사직한 후 CEO인 Ortberg가 나서서 직접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목표 주가를 파격적으로 낮춰 부른 Matthew Akers가 지적한 방산, 잘라내면 괜찮을까요?
보잉의 CEO Kelly Ortberg는 보잉의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는데 분명 자질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2013년 록웰 콜린스의 CEO가 된 이후 6년 동안 항공우주 통신 제공업체 아린크 등을 인수하며 록웰 콜린스의 매출을 약 $90억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린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록웰 콜린스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가 $230억에 인수, Ortberg 취임 당시 기업 가치의 4배에 달하는 모습입니다.
보잉의 새로운 CEO는 인수나 매각에 능하며, 기업 가치를 올리는데 타고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보잉의 핵심 문제는 방산이 아닙니다.
보잉의 진짜 문제는 '무리한 경쟁', 그리고 '통제'
우선 품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에어 버스와의 경쟁 때문입니다.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 302편 추락으로 157명 사망, 또 라이온에어 610편 추락으로 189명 사망, 이 둘은 모두 보잉737MAX 기종에서 발생했습니다.
에어버스가 연비 효율을 15% 개선한 A320 NEO를 발표한 이후, 보잉은 이에 맞서 737에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려 했습니다. 737의 구조 상 지상에서의 엔진 공간이 부족했고, 보잉은 엔진을 날개의 전방 상단으로 이동시켜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엔진을 위쪽으로 이동시키면 기체의 공기역학적 특성이 변화해 이륙 시 항공기의 기수가 과도하게 위로 올라가는 경향이 생깁니다. 기수가 너무 위로 올라가면 실속(stall) 위험이 커지므로 보잉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MCAS 시스템이라는 자동 제어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장착하게 됩니다.
문제는 MCAS 시스템이 센서 오류로 오작동하여 기수를 급격하게 아래로 내리면서, 조종사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거나 제어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보잉은 이를 파일럿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iPad를 사용한 간단한 교육만 제공했습니다. 2018년 추락 당시 기장과 부기장 둘 모두 추락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이 교육이 얼마나 형편 없었는지를 알려줍니다.
이렇듯 보잉 사의 사고는 근본적으로 경쟁 압박으로 인한 무리한 설계 변경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 항공기 기업의 기술자들이 센서 오류에 대해 몰랐을까요? 보잉이 이를 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입니다. 애초에 엔진 개조가 아니었다면 MCAS 시스템도 쓰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잉은 내부 고발을 강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왔습니다.
이번 파업 원인을 되짚어보면: "강압적 심문", "불법 감시"가 포함됩니다. 이어서 도어 플러그가 떨어져 나간 사건 이후에도 내부 고발자들이 "항공기에 기준 미달 부품 사용을 강요받았다", "안전 문제를 보고한 후 보복을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습니다.
보잉의 진짜 문제는 생산 차질이나 방산 부문의 손실이 아닙니다. 문제를 숨기고 정보를 제한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경쟁을 위해 문제를 숨기고,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진실을 숨겨봤자, 더 큰 문제로 돌아 올 뿐입니다.
보잉이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밀려나진 않겠습니다. 사업이 영위 될 정도로만 비용을 절감하고 어려운 시기를 버티면 언젠가는 회복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보잉의 이러한 행태는 '어쩌면 보잉이 더 많은 기술적 결함들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경쟁을 잠시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문제들을 인지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오래 걸릴 것입니다.
이제 문제가 해결되는 동안 경쟁사들에게 얼마나 밀리느냐에 대해 생각해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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