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take our money. By the way, I got dinner"
"제발 우리 돈을 받아요. 그나저나 저녁은 제가 삽니다."
최근 오라클의 공동 창립자인 래리 엘리슨은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 젠슨 황과 함께한 노부 팔로알토에서의 저녁 식사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가 일론 머스크와 함께, 엔비디아의 젠슨 황에게 "투자를 받고 GPU 공급을 해달라" 간청했다는 내용입니다.
오라클, 어떤 기업이길래 GPU를?
오라클은 1977년 래리 엘리슨, 밥 마이너, 에드 오츠에 의해 설립된 미국의 다국적 컴퓨터 기술 기업으로, 주로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시스템,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제공합니다.
오라클은 세계 최대의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서 전 세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그들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시가 총액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기업 중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 다음으로 거대한 기업이며, 래리 엘리슨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비해 덜 알려져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오라클이 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에 집중해왔고, 소비자용 제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그가 어떤 사유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에게 투자를 받아 달라 한 것일까요? 그의 클라우드 사업 때문입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 AI 아니었으면 없었다
래리 엘리슨이 클라우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AI 시장과 일론 머스크의 설득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 식사 자리에 일론 머스크와 함께한 모습을 보였듯, 엘리슨은 머스크와 돈독한 관계입니다.
기자들: 일론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는 주변에 돈을 요구할 것이고요. 아 저는 똑똑합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일하고 있어요.
래리 엘리슨: 당신이 뭔데요? 로켓을 쏘아 올려보긴 했어요?
래리 엘리슨은 예전부터 일론 머스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왔습니다. 2015년 오라클 오픈 월드에서 그는 기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에 반박하며, "일론은 똑똑하며, 바다 위 드론 착륙장에 로켓을 착륙시킨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오라클은 스페이스X와 파트너십을 맺어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이 정도만 보아도 엘리슨과 머스크의 관계는 꽤 친분이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2015년은 AI 시장이 지면 아래에서 꿈틀거리던 시기였습니다. 2014년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 2015년 오픈AI 설립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정확히 이 시기 일론 머스크는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가 AI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었고, 그와 친한 엘리슨에게도 말을 전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AI 바람'이 오라클이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 진출 시기도 이해가 됩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사업에 비교적 늦게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2006년에 상업적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도입했고, 구글은 2008년에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을 출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2010년에 애저(Azure)를 출시했습니다. 이에 비해 오라클은 2015년에 오라클 클라우드(Oracle Cloud)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경쟁사들에 비해 최소 5년에서 10년 늦은 진출이었습니다.
아무 전략도 없이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든다고요? 오라클의 결정은 시장의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입니다.
경쟁은 미루고 AI로 이득 먼저 보자
그렇게 시작된 클라우드 사업은 오라클의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2023년 8월 31일 발표된 오라클의 10-Q 보고서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첫 3개월 동안 클라우드 부문은 총 매출의 37%를 차지하며, 내년 4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클라우드 및 라이선스 사업이 총 매출의 84%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매출 기반은 라이선스지만, 성장은 클라우드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I 시장의 성장성 때문입니다.
오라클은 AI 기술을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AI를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여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의 보안 및 관리 자동화를 구현했고, 고성능 컴퓨팅과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의 최근 실적에 대해 "AI를 제품에 접목했기 때문에 매출을 견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되곤 하는데, 향후 성장을 클라우드로 만들어내려는 모습은 AI 시장의 성장에 입각한 것이라고 분석됩니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클라우드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넘치는 수요를 수용하고자 엘리슨은 "멀티 클라우드 시대"를 주장하며 AWS, 마이크로소프트 Azure, 구글 클라우드 등 경쟁사들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래리 엘리슨이 말하는 "멀티 클라우드"는 말 그대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여러 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AI 학습은 막대한 리소스를 필요로 하며, 기업 고객들은 더 빠르고 더 안전하며 더 편리한 환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특정 서비스는 AWS에서, 데이터 분석은 구글 클라우드에서, ERP 시스템은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열린 오라클 클라우드 월드에서 래리 엘리슨은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 업체들은 시스템을 개방하고 통합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말하며, AWS의 수석 부사장인 매트 가먼을 초청했습니다. 매트 가먼은 "AWS 고객들이 오라클과의 협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오라클을 통해 지연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오라클과 구글도 과거 자바 사용과 관련한 지적 재산권 분쟁으로 갈등이 있었지만, 최근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AI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리소스를 제공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간의 협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 기업들은 단합해서 콩고물을 전부 주워 받을 생각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AI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의 경쟁 리스크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AI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라클과 같은 기업들이 어떻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지는 분명 주목해볼 만한 포인트입니다. AI 기업들 간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높다고 생각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을 지켜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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