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를 인용하자면 효과적 이타주의 (效果的利他主義, 영어: effective altruism)는 “타당한 근거와 추론에 기반하여 이타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운동 혹은 윤리학적 사조이다. 어떠한 행동이 가장 효율적으로 타인과 인류에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체계적이고 결과주의적인 방법론으로 분석하려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이타주의 및 자선사업과 접근방식 등의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제창자는 윤리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로, 그의 저서 The Life You Can Save에서 그 핵심적 사상이 잘 드러나있다.

기술과 문화, 그리고 사상을 선도하는 실리콘 밸리에서 (잉태 하지는 않았으나)인기를 끄는 사상이기도 하며, 오터레터의 발행인 박상현은 중앙일보 칼럼에서 “자선사업에 큰돈을 기부하는 전통적인 부자들과 달리, 이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타인과 인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이성과 증거를 기반으로 추구한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효과적 이타주의는 내 수중에 여윳돈 1,000만원이 있다면 오랫동안 알고지낸 옆집 이웃을 100% 확률로 살릴 수 있는 수술의 비용을 대는 대신 1% 확률로 불치병 환자들 1만명을 살릴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 전체의 투자대비 수익 (기댓값)을 계산해보면 옆집 이웃 한 사람을 살릴 때의 효용은 1,000만원 이지만 치료제는 10억원 (1,000만원 X 1만 / 10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하기 때문에 효과적 이타주의는 필연적으로 윤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공리주의 (utilitarianism)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구절로 흔히 인식되는 공리주의의 대표적인 예제로 트롤리 딜레마가 있는데, 트롤리 딜레마는 달리는 기차의 스위치를 조작하여 기차의 방향을 비틀어 한 명만을 죽일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놔두어 5명이 죽게 내버려둘지 선택하는 가상의 질문이다.

트롤리 딜레마.
트롤리 딜레마

현실에서 트롤리 딜레마와 같은 상황을 마주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이런 가상의 사고실험을 진행하면 대략 75%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스위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한 명만 죽이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 사회에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은 스위치를 조작하여 한 명만을 죽이는 것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공리주의가 철학적 선택이지 사람들의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리주의적 접근법은 사회의 일부로서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집단 전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결과론적 접근방법은 (행동이 그 결과에 의해 의도되는) 의무론적 접근방법 (행동이 일련의 규칙에 의해 의도되는)과 대조되는데, 일례로 영화 “Do the Right Thing”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주인공들의 행동들과 결과물 (죽음, 파괴)을 가감없이 보여주지만 감독은 우리에게 그들의 렌즈를 대여 함으로써 그들의 결과적으로 잘못되었지만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모티브에 공감하게 만든다.

물론 싸이코패스라면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소비할 수 없겠지만 “Do the Right Thing”이 칸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또는 미학적으로 중요"하다는 명분하에 보존해야할 영화로 선정된 것 또한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의무론적 접근방법 (예: 입시절차는 공정해야 한다)을 선호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예시라고 생각된다.

행동경제학의 게임이론에서 흔히 언급되는 “최후통첩 게임”의 결과들도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한명의 제안자와 한명의 반응자로 구성된 이 게임에서 제안자는 주재자로부터 10만원을 부여받고 자기 몫과 반응자의 몫을 나눈다.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을 반응자가 받아들이면 두 피험자는 제안된 몫대로 나눠가지면 된다. 이 때 내시 균형에 따르면 반응자는 제안자가 얼마를 제안하던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맞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제안자가 8:2 같이 반응자에게 명백히 더 적은 금액을 제시하면 “더럽고 치사해서” 반응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샘 뱅크먼프리드.

한 때 세계 2위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설립자이자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금융 사기꾼인 SBF (Sam Bankman Fried) 또한 효과적 이타주의 (effective altruism)를 믿는 일원 중 하나인데, 사실 MIT를 나온 엘리트임을 생각하면 그리 놀랍지는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많은 엘리트들은 결과론적 접근방법 (대학 입시제도부터 그렇다; 명문 대학들은 과거 이력을 토대로 학교의 미래에 가장 기여할 확률이 높은 지원자들을 선호하고, 기여 입학이나 legacy admission 또한 이의 일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이 하루 빨리 억만장자가 되어 사회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곳에 자원을 재분배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SBF 또한 이러한 논리로 퀀트 크립토 트레이딩 펌인 Alameda Research를 설립하고 잇따라 FTX를 설립하여 수탁된 고객 자금을 Alameda Research의 레버리지 공급원으로 활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들을 (공교롭게도 불법이기도 한)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효과적 이타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는데, 바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만 남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는 결정들을 결과적으로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정도 이기적이며 이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들이 100% 잘못 되었다고 단정 지을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규범, 도덕적 관념, 법을 어기는 결정들을 엘리트, 즉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효과적 이타주의를 근거로 밥먹듯이 한다면 그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될지 굳이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효과적 이타주의의 기반이 되는 공리주의는 궁극적으로 경제학에 기반 하는데,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용 (utility)를 뽑아내는데에 집중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따라서 온갖 수식으로 가득차있고 나를 힘들게 한다) 이념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고전 경제학이나 효과적 이타주의의 문제이다. 공리주의 또는 결과주의적 세계관에서 그들은 사람에 대한 중요한 것을 무시한다. 효과적 이타주의에는 ‘개인’과 ‘공감’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리고 나는 경제학이 자주 실패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