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얼룩소가 올해 말을 기점으로 서비스 중단을 발표하여 2022년 6월에 청탁을 받아 얼룩소에 기고했었던 기고문 전문을 기재한다.


[에디터 노트]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예전보다 돈 풀리는 속도가 둔화될 때, 내가 살고(사고) 싶은 집의 값은 어떻게 될까?” 집에 투자를 하는 것과 그곳에 실제로 사는 건 별개의 문제이다.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데는 1차적으로 ‘임차’시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륜수 얼룩커는 임금상승률과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금리 상승을 언급하며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우하향을 그리긴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유동성이나 과도한 기대감으로 오른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파트 건축 현장.
출처: 게티이미지

“긴축의 시대를 맞아 바라본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

이번에 원고 청탁을 받은 이 주제는 사실 잘못된 표현들로 점철되어 있다.

먼저 현대경제에서 진정한 의미의 긴축시대는 없었다. 긴축은 풀렸던 돈을 거둬들인다는 뜻인데, 현대 역사상 이미 풀렸던 돈을 거둬들인 사례는 없다. 유동성은 빅뱅과도 같아서 한번 풀리기 시작하면 무한하게 팽창한다. 그렇게 설계가 되어있다.

M2 Money Supply YoY Growth, %, FRED.
M2 Money Supply YoY Growth, %, FRED

위의 차트는 미국의 전년대비 M2 광의 통화량 증감률을 그려 놓은 그래프인데 단 한해도 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고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유명하던 1970년대는 오히려 통화량 증가율이 높은 축에 속한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아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원인이 아닌 결과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두 번째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란 개념도 애매모호하다. 주식시장은 코스피200, S&P 500 인덱스와 같이 통상적으로 참고하는 지수가 있고, 매일매일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생각하는 주식시장의 개념이 비슷하다. 부동산은 우리 삶에 유일하게 필수적인 자산이다. 국내 부동산이라면 토지, 상가, 아파트, 빌라, 건물과 같이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독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국내 부동산은 “내가 살고 있거나 살고 싶은 곳의 주거용 부동산”일 것이다. 더 나은 곳에 살고 싶은 욕구를 무시하기 힘들다.

이제 주제가 잘못 표현된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으니 사실을 반영하고 독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주제로 한번 리모델링을 해보자면,“예전보다 돈 풀리는 속도가 둔화될 때, 내가 살고(혹은 사고) 싶은 주택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으로 바뀐다.

주거용 부동산은 없이 살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보유를 하던 임차를 하던 둘 중 하나는 필히 ‘선택’을 해야 한다. 인구의 절반 가량이 임차를 선택하는 것은, 나머지 절반에서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다주택의 포지션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어쩔 수 없이는 강제로 떠밀려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게 아니라, 투자를 하는 것이 너무 매력적으로 변해 안 하고는 못 배기는 환경을 뜻한다. 2017년 즈음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80%로 치솟았던, 바로 그런 환경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기업형 임대의 비중은 아직 매우 미미하다. 다주택자 없이는 임차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집에 투자를 하는 것과 그곳에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사는 문제에는 항상 ‘나의 상황’이 개입한다. 직장이 서울에 있는 사람이 대구에 임차를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직장이 서울에 있는 사람이 거주는 임차로 하되, 대구에 부동산을 보유할 수 있다.

이해를 못한 분들에게 분명하게 다시 설명 드리자면,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에는 1차적으로 ‘임차’시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당 지역에 꼭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임차인이지, 집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흔히 기업가치를 논할 때 자주 사용되는 지표인 PER(Price to Earnings Ratio)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에선 Cap Rate가 존재한다. 부동산 가치 대비 임대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는 것인데, 임대수익률이 낮으면 낮을수록 주식에서의 ‘성장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당장의 투자액수 대비 현금흐름은 별로 이지만, 앞으로의 가치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 기대하는 심리가 크다.

KB 부동산의 아파트 월세지수를 참고해보자. 아파트 월세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임차시장도 동일하게 수요와 공급 논리도 돌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임차인들의 수요는 현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식으로 따지면 현재 대한민국 아파트는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자산”이다. 이런 자산을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라고 한다.

이렇게 우량한 자산이 장기적으로 우하향을 그릴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신규공급이 많이 이루어져야 하고, 수요는 줄어들어야 한다. 또 경제가 장기불황에 진입하여 사람들의 임금 성장률도 꺾이거나 임금 자체가 줄어들어야 한다. 즉, 버블직후 일본과 같은 경제상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우리나라로 치면 잠실 아파트 한 채가(전용면적 84㎡) 10억원 하던 2016년 이후 3년 동안 80억원으로 가치 상승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제가 들어선 후 상승률이 주변 강남지역 대비 뒤처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25~27억원 밖에 호가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높았지만 극단적이지 않았다. 2010년 이후 2017년까지 장기간 횡보한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2010년에도 가격이 대략 10억원이었으니, 12년간 CAGR(연환산수익률)을 계산해보면 연간 8%가 나온다. 과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뛴 것일까?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필두로 한 임금 상승률도 상당하다. 대기업 중에서 보수를 적게 책정하기로 유명한 LG 그룹의 경우에도 평균 연봉 상승률이 연 10%에 다다를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뛰어넘는 연봉인상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저시급 보다 20% 넘게 높은 시간당 12,000원에도 음식점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할 정도로 임금인상은 전 연령층에 걸쳐 작용 중이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서울 부동산이 우하향을 그리려면 자산에 대한 프리미엄, 즉 PER에서 R(Ratio, 배율)이 낮아져야 하고, 대중들은 이것에 대한 논리로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금리상승”을 사용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익(임대료)은 상승 중이고, 신축 아파트 공급은 몇 없으며, 있더라도 국지적인 형태 (대구, 세종의 사례)를 띄지 전국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하락론에 사용할 수 있는 논리적인 설명이 ‘금리 인상’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금리가 오른다면 동일한 임차료에 대한 전세 환산값이 낮아지기 때문에 갭투자가 집중되었던 지역 (예: 강남에서 거의 유일하게 토지거래허가제를 비껴간 반포지역)에서 단기간 약세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포지역이야 말로 서울의 최상위층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주거지 중 하나이다.

그런 부자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득 상승률이 높을지 아니면 내 소득이 상승하는 속도가 높을지 곰곰이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큰 생산성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만 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이렇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역의 아파트값이 지속적인 우하향을 그리기엔 쉽지 않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매매가 약세(투자수요 감소)는 필연적으로 임차료 상승 (다주택자 매물 감소)으로 이어진다. 결국 월세 상승속도가 매매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상황이 지속되면 다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해당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서 유동성이나 과도한 기대감으로 오른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면, 부동산 자산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은 발생할 확률이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사거나 살고 싶은 지역의 물건이 꾸준한 임차료 상승추세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연유로 인해 매매가 하락 혹은 급락이 찾아온다면, 그때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괜찮은 투자선택이라 생각한다. 그 물건은 나에게만 매력적인 물건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