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이나 미국 주식이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 공부가 수익률에 비례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요.

우리 모두 잠시 주식을 맨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잠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맨 처음 생각나는 목표, 또는 희망사항은 '투자로 목돈을 마련하자'입니다. 혹은 '돈이 일하게 만들자' 일수도 있습니다. 같은 뜻입니다. 목표가 무엇이 되었든 투자 수익이 전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 계좌도 만들고, 매수가 사고 매도가 파는 것임을 알고, 왜 주식을 팔고 나서 즉시 출금이 되지 않는지도 알았습니다.
목표가 더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유튜브도 보고, 검색도 해보고, 기업 분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그런데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처음 보는 단어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어를 처음 공부하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답답하고 막막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번 쯤 들어본 것 같은 금융 기업에서 분석가라는 사람들이 목표 주가를 친절히 알려줍니다. 심지어 무료네요. 유튜브에서도 30초짜리 광고를 5초만 보고 스킵해버리면 저명해 보이는 전문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떤 주식이 좋은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걸 보고 그냥 따라 삽니다. 아마 대부분 이 경험이 있을 것이고, 좋지 못한 경험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 신뢰의 개념이 개입합니다. 도저히 못 믿겠습니다. 마치 도둑질 당한 기분입니다.결국 내가 공부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국내, 해외 주식을 불문하고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발생하게 됩니다.

주식, 금융, 경제에 할애한 시간은 똑같은데 수익률이 다르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美투자, 2배 이상 더 벌어… 개미도 국민연금도 한국 뜬다
美투자, 2배 이상 더 벌어 개미도 국민연금도 한국 뜬다 갈수록 심해지는 국내 증시 외면

이는 이미 투자자들의 행동으로 이어지기 시작 한지 오래 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상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이죠?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의 차이: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문제


국내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있는 현상을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입니다.
금투세에 대해 다룬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데 기억 나시나요?

장부 가치 아래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비율, S&P500은 2.6%, Nikkei 225는 34.7%, 대만은 10.7%, 한국은 40.0%인 모습.
장부 가치 아래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비율, Thornburg

현재 장부 가치 아래에서 거래되는 한국의 기업 비중은 40%에 육박하며 이는 미국 2.6%, 일본 34.7%, 대만 10.7%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입니다.
저평가되어 있다면, 지금 사 놓고 정상적인 평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맞는 말씀인데 저평가 되어있는지의 여부보다 이 저평가가 해결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해외와 한국 시장의 PBR, PER 비교, 한국이 가장 낮은 수치를 2010년부터 10년 이상 유지해온 모습.
해외와 한국 시장의 PBR, PER 비교, Thornburg

한국 시장은 오랜 기간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평가에서 벗어났을 때 (=주가순자산비율이 1.0배가 되었을 때)를 계산해보면 주식의 가격은 훨씬 높은 범위에 위치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 주식 안 오르는 이유: 경영 구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드는 이유, 동시에 유지 시키는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경영 구조입니다.
경영 구조가 불투명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리스크 평가가 어렵다

중고차 시장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가 대부분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보 비대칭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구매자가 차량에 대한 리스크를 판단하지 못하게 만들고, '생각했던 것보다 성능에 문제가 있었다'는 부정적인 경험을 만들어 상대적으로 저품질인 중고차를 구매하게 만드는 역선택을 유발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리스크 평가가 되지 않는다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투자할 곳은 한국 기업 외에도 차고 넘친다는 것입니다. 역선택이 아니라 '선택 안하고 말지'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미국은 외부에서 경영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 경영인을 고용함에 따라 경영 효율 상승에 대한 기대도 할 수 있습니다. 대만의 TSMC와 일본의 히타치 또한 독립성을 위해 외부에서 이사진을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반면 한국은 투명성이 충분히 준수 되지 않은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발간한 '2023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67개 비(非)금융업 코스피 상장사의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비율은 평균 34%에 그쳤습니다.
안건을 통과시켜야 하는 대표이사가 논의할 안건을 상정하는 이사회 의장까지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어서 순환 출자도 기업 지배 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드는데 기여합니다. 대주주 비율만 보면:
테슬라 지분 12.87%는 일론 머스크가, 엔비디아 지분 3.5%는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지분 1.63%는 이재용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 그룹 지배구조 현황. 이재용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삼성 계열사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CEOSCORE Daily

그런데 삼성전자 지분의 8.51%는 삼성생명보험, 5.01%는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지분 19.34%는 삼성물산, 10.44% 이재용
삼성물산의 지분 19.06% 이재용...

순환출자 구조는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이를 해결하자니,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액주주가 겪게 될 피해나 해외 매각에 따른 국부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규제해야 하는 금융위도 선뜻 손대기 어렵습니다.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기업 구조 문제에 해소가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는 눈치였지만 결국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한 것에 그쳤으며, "긴 호흡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규제는 하나의 방법, 중요한 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S&P500의 PBR 추이, 투명성이 보장되며 가치가 오르는 모습.
S&P500의 PBR 추이, multpl.com

2007년과 2009년 사이 미국의 CEO-이사회 의장 분리 비율은 현재 한국과 비슷한 수치, 40% 이하였습니다.
이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3년 기준 약 59%라는 수치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적은 규모의 돈으로 가공 자본을 형성하려는 기업 혹은 개인에게 이중 과세를 하는 등 순환 출자에 대한 규제적인 장치도 휼륭하게 마련되어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에 순환 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이 없음에도 순환 출자를 하는 기업이 거의 없는 이유입니다.

단편적인 이유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주식의 경영 구조는 개선되어 왔으며, 가치 또한 장부 대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배 주주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면서 발생하는 문제"
- James Lim, Dalton Investments

혹자는 "한국이 저평가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에 이미 주가는 많이 올라 있을 것"이라며 국내 주식을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을 사 놓고 저평가 해소를 기다려야 할까요? 리스크 판단이 어려운 것이 저평가의 이유인데 말입니다.

미국 주식을 하는 것은 문화 사대주의가 아니라 건강한 금융을 지향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결과가 다르면 너무나 억울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