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1월 2일 FOMC에서 미국 연준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언급을 했습니다.
통화 정책이 반영되는 시간 차를 고려해 인상 속도를 늦출 수도 있지만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모습을 보였고,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금리 수준은 예상보다 높을 수도 있다며
금리 인상은 더 느리게, 그러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달러는 금 본위제 이후부터 세계 각국이 인정하는 통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 연준은 이 달러를 발행하고 금융 체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통화 정책을 고수합니다.
연준의 말 한마디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한마디이며, 그들의 결정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현재 연준은 정말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고 있으며,
연준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모습은 세계은행이 우려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속되는 금리 상승, 투자에 관심 많은 우리라면 아마 이런 생각이 한 번 정도는 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금리는 도대체 언제쯤 완화 기조로 전환될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1971년 8월 15일 금 본위제도가 폐지되고 달러가 경제의 중심이 된 이후로,
연준 의장들이 금리를 내린 순간들은 각각 어떤 상황 속이었고 의장들은 어떤 말을 했을까요?
Alan Greenspan (1987.08.11 ~ 2006.01.31)
엘런 그린스펀은 가장 긴 재임 기간을 자랑하는 공화당 소속 제 13대 연준 의장입니다.
그린스펀이 재임하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경제는 성장하며 물가도 유지되는 "골디락스 경제"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낮은 물가 수준과 지속적인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통화정책으로 거시경제를 완벽히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989년 6월 5일 FOMC Conference Call 이후
그린스펀 의장은 계속해서 상승하던 기준금리를 9.81%에서 9.56%로 낮췄습니다.
"There is clearly a puzzle as to why the wage behavior is as soft as it is, given the tightness of the labor markets."
"노동 시장이 타이트함에도 불구하고 임금 행태가 부드러운 것은 수수께끼입니다."
이날 그린스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었다고 판단한 핵심 이유는 임금 수준(노동시장의 상황과 임금의 비대칭성)입니다.
노동시장은 타이트하지만 임금이 부드러운 것이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노동시장이 타이트하다는 것은 노동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임금 상승 압력은 높아지며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연준은 금리를 올릴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상황은 달랐습니다. 노동시장은 타이트한데 임금 행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가 의미하는 바는 인플레이션 과정은 가속화가 아니라 안정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며,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보다 금리를 인하했을 때의 리스크가 더 낮을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이는 1992년 3.0%까지 연속적으로 낮아지는 금리 인하의 시작이었습니다.
1995년 7월 6일, 7월 5-6일 FOMC Meeting을 거쳐
그린스펀 의장은 1992년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올리고 있던 기준 금리를 6%에서 5.75%로 낮췄습니다.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음에도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As I saw it, virtually all of us were concerned about asymmetric risks on the down side, but no one thought the probability of a recession was better than 50/50."
"제가 본 바로는, 사실 상 우리 모두가 비대칭 위험에 대한 우려는 표했지만, 리세션 확률이 50% 이상일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비대칭 위험이란 감수한 위험보다 더 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개념입니다.
양 떼를 몰고 온 양 주인이 100마리의 양을 전부 팔겠다며 상인을 찾아왔습니다.
상인은 양 떼가 있는 방 안이 어두워서 정확히 100마리인지는 잘 확인하지 못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양을 두 배의 가격으로 살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대칭 위험입니다.
만약 '양 주인이 집에 빨리 가야 하기 때문에 양을 더 저렴하게 팔 것이다'라는 잘못 된 정보를 상인이 듣게 된다면,
그는 비대칭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다가 좋은 기회를 날리는 것이 됩니다.
이날 그린스펀 의장은 확률에 대해 언급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비대칭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해도 이 위험이 촉발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입니다.
이어서 "3주 전 경제를 판단할 수 있는 모든 지표에서 경제가 후퇴하고 있음을 보았다"는 것을 근거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연준은 전년 대비 변동이 없는 5.6%의 실업률, 그리고 소매 판매의 예상치 하회를 주 원인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됩니다.
1998년 9월 29일,
1995년 금리 인하 후 1997년 3월 5.5%까지 잠깐 상승했던 금리는 다시 5%로 낮아집니다.
1998년 금리 인하 또한 1995년 금리 인하와 동일한 논리입니다.
경기 악화에 대비한 보험인 것입니다.
2001년 1월 3일 Conference Call 이후
6.5%였던 금리는 6%로 내려갔습니다.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를 반복해서 보였습니다.
이날 의장은 경제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실업률은 크게 증가할 것이며 기업들의 주당순이익도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상황이 안 좋다는 말로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안 좋은 영향은 미국으로부터 받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1995년부터 2001년은 IT버블의 시기였습니다.
그린스펀 의장은 증시도 신경을 많이 쓰는 의장이었으며 이에 따라 이날을 기점으로 금리를 급격하게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후 통화정책으로 인한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고 0%에 가까웠던 경제 성장률은 다시 반등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확장을 시작했던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은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졌고,
그린스펀은 2008년 10월 청문회에서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게 됩니다.
Ben Bernanke (2006.02.01 ~ 2014.01.31)
벤 버냉키는 공화당(임기 당시)소속 제 14대 연준 의장입니다.
버냉키 의장은 대공황을 겪으며 공격적인 완화 정책을 펼쳤으나,
그 이전에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2006년 6월 29일 5.25%까지 올리며 힘을 쓰던 의장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다가 어떤 일이 있어서 그 방향을 바꾸게 되었을까요?
2007년 9월 18일, FOMC Meeting 이후
버냉키 의장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4.75%로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I did not hear a great deal of opposition to the principle that the Federal Reserve at times should help markets function when they are in a state of panic or otherwise in serious dysfunction."
"시장이 패닉이나 기능적 장애에 빠져있을 때 이를 도와야 한다는 연준의 원칙에 대해 별다른 반대 의견을 듣지 못했습니다."
연준은 주택과 금융 시장의 혼란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이 혼란이 경제를 무너뜨리지 않게 하기 위한 금리를 인하한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연준이 상황을 패닉이라고 정의하고 금리를 인하 하도록 만든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택 가격은 이미 2006년 7월 $ 230,400를 기록한 이후 하락하고 있었으며, 주택판매는 2007년 2월 연 579만 가구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2월 26일, 전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이 리세션에 대한 경고를 하며 주식 시장의 일시적인 하락을 촉발하였으나
이내 버냉키가 경제 사이클의 상승기에 다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대중을 안심시켰습니다.
2007년 3월 초 경제가 부진하다는 지표들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다시 하락하게 됩니다.
주택침체 문제가 금융기업들로 퍼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월가의 5대 은행이었던 Bear Stearns는 주가가 빠르게 빠지고 있었고 이내 연준의 도움을 받아 JP모건에 인수됩니다.
이때까지 연준은 경제 둔화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걱정했습니다. (3월 20-21일 회의)
2007년 9월, 전미부동산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는 주택 매매가의 중앙값이 전년 대비 1.7% 하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990년 11월 2.1% 감소 이후 최대치였습니다. 드디어 금리가 낮아집니다.
이날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으나,
시장이 2008년 9월 대침체기로 이어지게 되면서 금리는 2008년 12월 0.25%까지 내려오기에 이릅니다.
벤 버냉키 의장의 임기 시절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쩔 수 없이 진행된 인하였습니다.
Janet Yellen (2014.02.01 ~ 2018.01.31)
재닛 옐런은 민주당 소속 제 15대 연준 의장입니다.
옐런 의장은 임기 기간 내내 금리를 올리기만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랜 기간 0.25%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던 미국은 옐런 의장이 언제 금리를 올릴지 그녀의 발언을 귀 기울여 듣기도 했으나,
옐런 의장은 연임에 실패하며 다른 의장들에 비해 크게 빛을 발할 기회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Jerome Powell (2018.02.01 ~)
제롬 파월은 공화당 소속 제 16대 연준 의장입니다.
지금은 우리들에게 가장 익숙한 얼굴이기도 합니다.
파월 의장은 2019년 7월 31일, Conference 이후
금리를 2.5%에서 2.25%로 인하했습니다.
"The outlook for the U.S. economy remains favorable, and this action is designed to support that outlook."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순조로우며, 이 결정은 해당 전망을 지지하기 위해 결정되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해당 금리 인하 결정은 세계의 성장률이 저조하기도 하고, 무역 정책에서 오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세계가 잘 성장도 못하고 있을 뿐더러 무역이 잘 안 풀리니 금리로 고용 시장을 나아지게 만들고 미국의 성장을 챙기겠다는 뜻입니다.
그린스펀은 노동시장과 임금의 불균형, 그리고 경제성장률과 주당순이익이 크게 하락하고 실업률이 오르고 있을 때
버냉키는 금융 위기가 도래하고 나서 완화적인 정책으로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했을 때
각각 금리를 인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중 파월 의장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인하 시기를 고르라면 1995년입니다.
물가 상승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던 1992년 이후, 리세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결정을 할 때 역사를 레퍼런스로 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The historical record cautions strongly against prematurely loosening policy.”
"...역사적인 기록은 이른 완화적 정책에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월 의장은 금리의 조절로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상쇄하는, 그린스펀 식 연착륙을 원하고 있습니다.
“These are the unfortunate costs of reducing inflation. But a failure to restore price stability would mean far greater pain.”
이는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손실입니다. 그러나 물가 안정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더 큰 고통이 있을 것입니다."
종합해보자면
아마 파월이 이후 금리를 내리게 된다면: 그 이유는 악화가 심각해지는 경제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린스펀이 경제 악화를 우려하게 만든 키워드는
경제성장률,실업률, 주당순이익, 소매 판매입니다.
최근 아마존, 퀄컴, 메타, 애플의 일부 사업체는 채용을 동결했으며
Lyft, Stripe, Gopuff, Snap, Calm 등 여러 스타트업들은 그 규모를 불문하고 적게는 10%부터 20%까지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이번에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 아닐까요?
세 줄 요약:
1. 1987년부터 현재까지 완화 기조로 전환된 순간들을 살펴보면 현재는 1992 ~ 1995년과 흡사
2. 파월 의장은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결정들을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을 것
3. 그린스펀 전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게 만든 요소는 경제성장률,실업률, 주당순이익, 소매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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