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재판이 한창이던 지난 수요일, 애플의 콘텐츠 및 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인 Eddy Cue는 증언대에서 지난 4월 사파리 브라우저를 통한 검색량이 역사상 처음으로 줄어들었음을 밝혔다. 그는 "지난 22년 동안 이런일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고 덧붙였다.
The Verge의 Google searches are falling in Safari for the first time ever — probably because of AI에서:
Cue 수석부사장은 구글 검색량이 처음으로 줄어들은 원인을 AI 서비스의 보급 확대에서 찾았다. 애플은 현재 사파리 브라우저에 Perplexity와 같은 AI 기반 검색 서비스를 연동하는것을 검토중이다. ChatGPT, Perplexity, Gemini, 그리고 Microsoft Copilot등 거대언어모델 기반 검색 도구의 부상은 사용자들이 정보를 찾을때 구글에 우선적으로 찾아갈 동기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을수도 있다.
해당 발언이 공개된 당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GOOG)의 주가는 7.5% 급락했고,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구글 검색 사용량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필자 번역):
우리는 검색(Query) 전반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애플 기기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전체 검색량의 증가도 포함됩니다. 보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검색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사용자들은 구글 검색이 더 다양한 질문에 대해 더욱 유용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목적과 방식으로 검색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브라우저는 물론, 구글 앱, 음성 명령, 구글 렌즈 등 다양한 새로운 경로를 통해 접근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입장문은 Cue 수석부사장의 발언이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동시에, 주주들에게 브라우저를 통한 구글 검색량이 줄어드는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안심시키려 시도한다. 사람들이 사파리 브라우저를 통해서 검색을 하는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언급된 다른 경로로 더 많은 검색을 하고 있다는것이다. 구글은 이 현상이 검색의 자연스러운 진화 정도로 여기는듯 하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사람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음성 비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오늘날 Gemini는 놀라운 수준의 완성도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구글은 적어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것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검색 엔진 최적화 및 독자 리서치 회사 SparkToro의 창업자 Rand Fishkin이 지난달 공개한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AI 검색의 급부상에도 불구하고 구글 검색의 철옹성은 유지되고 있다. 리포트는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구글의 검색량은 21.64% 증가하였다고 추정하고, 이는 알파벳 CEO Sundar Pichai가 작년에 AI 요약 기능을 출시하면서 요약된 정보를 보는 사용자들은 더 많은 검색을 한다고 밝힌것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인터넷 생태계의 척도는 구글 검색의 숫자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원 출처인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대신 구글이 AI로 요약해준 정보를 소비하고, 이는 노출대비 클릭률을 70~80% 가량 감소시켰다고 한다. 필연적으로, 이는 정보 제공자들의 사업에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2025년에만 CNN, Vox Media, HuffPost, 그리고 NBC 등의 뉴스 미디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오히려 좋아?
비록 Eddy Cue의 증언으로 인해 알파벳의 주가는 급락했지만, 여러 데이터를 참고해보면 구글 검색의 장악력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구글을 통해 검색하고 정보를 제공받고 있으며, 검색 결과를 통해 외부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대신 더 많은 시간을 체류하고 있지 않은가.
다음은 독립 미디어인 Giant Freakin Robot의 대표가 마지막으로 업로드 한 게시글 'The End of Independent Publishing and Giant Freakin Robot'의 요약이다:
GIANT FREAKIN ROBOT(GFR)는 2019년 재출범 이후 월 2천만 명 이상의 독자를 확보했으나, 2022년부터 구글 검색 알고리즘 변경으로 트래픽이 급감하며 현재는 월 수천 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구글이 대형 브랜드와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검색 알고리즘을 설계한 결과이며, GFR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립 매체들도 동일한 타격을 입었다.
필자는 구글 본사를 직접 방문해 문제를 호소했지만, 구글 측은 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독립 매체를 위한 개선 의지는 없었다. 특히 구글은 "대기업 브랜드가 검색 상단에 나오지 않으면 화낼 수 있지 않겠냐"는 입장을 보이며 공정한 검색보다는 광고주와 브랜드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GFR은 수차례 새로운 콘텐츠 전략을 시도해 잠시 트래픽이 상승하더라도, 구글이 곧바로 '섀도우밴(shadowban)'을 걸어 트래픽을 다시 억제하는 일이 반복됐다. 특히 2024년 9월 이후에는 구글을 비롯한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사실상 전면 차단되어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 GFR은 웹사이트의 신규 게시글 발행을 중단하고,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운영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GFR의 YouTube 채널은 여전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활동의 중심이 될 예정이다.
독립 언론의 쇠퇴는 단지 알고리즘 문제가 아니라, 기성 언론과 헤지펀드가 결탁해 인터넷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점차 잠식해온 결과다. 많은 독립 매체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으며, 남은 매체들도 곧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월 최초 게시하고, 2024년 10월 나의 생각을 추가한 아티클을 복기해보자.

위 글에서 나는 영미권 사용자들이 구글 검색에서 보다 '진솔된'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 키워드 뒤에 '레딧'을 붙여 사용하는 현상을 알리며, 구글은 사용자에게는 정확한 정보 전달과 광고주 만족이라는 이중적인 목표를 충족해야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다음 명제를 제시했다:
모든 플랫폼은 오로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태어나 그렇지 않은것들의 비중을 점점 늘리며 죽어간다
우리는 구글이 정보 제공자나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 그동안 알려진 정보와 크리에이터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AI로 통합해서 요약해주며(aggregator) 구글은 다시 한번 성장궤도에 올라서고 사용자 장악력은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모습이다.
이제 대부분 검색 사용자는 구글 플랫폼을 벗어날 이유가 없다. 그러나 GFR의 사례가 말해주듯, 구글 생태계 참여자들은 이로인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결국 미래의 구글 검색은 점진적으로 덜 진솔하고, 더 광고주 입장에 치우친 결과물을 사용자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당분간은 이런 변화가 체감이 되지 않을것이다. 아직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는 널려있고, 구글에게 노출을 대가로 맞바꾸는중이다.
구글은 예정된 죽음을 향해 가속 중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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