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엔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 Sam Altman
“인공지능(AI) 발전을 제약하는 건 변압기와 전력 공급이다.”
- Elon Musk
많은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에게 가서 제발 GPU를 달라고 간청하는 중입니다. 이제 전력도 마찬가지일까요?
카이로스 파워와 원전 계약 체결한 구글
14일, 알파벳(구글)이 데이터 센터 최초로 원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AI의 발전이 전력 수요로 이어진 모습입니다.
AI의 발전이 전력 부족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시각은 이미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우리가 반도체 공장을 세울 때는 물이었잖아요, 데이터 센터는 이제 전기에 대한 마찰이 생길 수가 있다고 합니다."
- 슈카월드
영상에서는 AI기술의 발전이 데이터 센터 수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전력 수요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 AI는 공동으로 $1,000억(한화 약 130조 원)규모에 달하는 서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여러 유명한 CEO들도 앞으로 전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고, 미국을 포함해 많은 전력망 인프라가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정부와 재생 에너지에 대한 약속을 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RE100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이며, 2023년 기준 400개가 넘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니셔티브입니다. 알파벳(구글)을 포함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여기에 가입되어있습니다.
전기는 필요한데 석탄, 천연가스, 석유를 사용하면 안된다 하니, 이들이 눈 여겨 보기 시작한 전기 생산 방법이 있습니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
석탄은 kWh 당 CO2가 1.025kg, 천연가스는 kWh 당 0.443kg이 발생하지만
SMR은 실제로 탄소가 배출되는 폐기물 관리, 우라늄 채굴, 발전소 건설 등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kWh 당 0.015~0.03kg 정도가 배출됩니다. 사실상 0이나 마찬가지인 모습입니다.
안전 기술도 뛰어나고, 건설 비용 및 시간도 대형 원자력 발전소보다 적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단위 당 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이거 완전 데이터 센터를 위한 꿀단지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계약이 체결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필요했다면 진작에 했을텐데 말입니다.
필자가 내린 답은 이렇습니다: '몰랐다'
"미국의 전력 수요와 관련해서, ChatGPT와 같은 것들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David Groarke, Indigo Advisory Group 매니징 디렉터
글 초반에 샘 알트먼이 언급한 바와 같이, AI 기술의 발전에 대한 예측은 무척 추상적이었고 이에 연결되는 전력 수요 또한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전력과 SMR에 대한 수요가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일까요?
대표적인 SMR 기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뉴스케일 파워, 우리는 티커부터 SMR
뉴스케일 파워(SMR)는 티커부터 SMR인 모습입니다. 최근 유행인 흑백 요리사에 등장하는 비빔 대왕 유비빔님이 생각나네요.
뉴스케일 파워는 티커 값 한다는 듯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RC)에서 처음으로 설계 승인을 받은 기업입니다. 2023년 내내 하락하던 뉴스케일은 2024년을 맞이하면서 터닝포인트를 보여주는 모습인데요, 2024년 초 미국 하원에서 원자력 발전 촉진법(Atomic Energy Advancement Act)이 365-36의 표결로 통과된 것이 그 시작입니다.
Canaccord Genuity: 초기 자본 필요하긴 한데, 얘네는 기존 에너지 기술의 문제점인 비용과 안전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고 2026년이면 수익도 창출 가능해 보이는데?
법안이 통과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 1월 29일, 뉴스케일이 작년 4분기에 예상보다 큰 손실을 발표했음에도 불구, 투자은행인 Canaccord Genuity는 뉴스케일에 대한 목표 주가를 $4.25로 의견을 냈습니다. 당시 뉴스케일 파워의 주가는 $2.98이었습니다.
이어서 3월 18일, 목표 주가를 $4.25에서 $8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날 뉴스케일의 주가는 28.66% 추가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Wells Fargo: 뉴스케일의 SMR은 다른 에너지원이랑 비교했을 때 비용 경쟁력 없을 수도 있어... 뉴스케일의 성장 가능성은 SMR에서 나오는데, SMR이 필요 없어지면 어떻게 할 거지?
그러나 하루가 지난 3월 19일, 또 다른 투자은행 Wells Fargo가 이에 맞수를 놓게 됩니다. SMR은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했을 때 비용적으로 경쟁력이 없으니 투자 등급을 'Underweight'으로 낮춘다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SMR의 주가는 하락합니다.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이전인 만큼, 코멘터리가 영향을 크게 주는 모습입니다.
누가 무슨 코멘터리를 하던지 간에 입법 절차는 진행되어갑니다. 7월 중순까지 뉴스케일의 행진은 지속되었고, 다들 입을 모아 AI시대에 맞춘 자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존 홉킨스: 어... 얘네가 어려워지면 안되는데...
그러나 7월, 'AI기술은 현재 돈을 못 벌고 있는 것 아니냐', '그에 비해 주가는 너무 높은 수준이다' 라는 의문과 함께 테크 기업들은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AI 발전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평가 받는 뉴스케일 또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AI 기업들이 앞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비용 절감에 신경 쓰게 되고, 그만큼 성장 속도도 줄어들 것이며, 당연히 전기에 쓰는 돈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금리 인하와 함께 일부 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자 시장의 우려는 잠잠해졌고, 뉴스케일은 다시 한 번 시동을 걸고 출발을 시작합니다.
뉴스케일 주식, 수익성 있을까?
알파벳을 필두로 여러 빅테크들이 SMR이라는 새로운 전력 공급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AI에 흘러 들어간 거대한 자금은 계약금의 형태로 원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좋은 것만 보다 보면 좋은 것만 보입니다. 우리는 객관적일 필요가 있는 투자자입니다.
물론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부의 승인이고, 뉴스케일은 50MWe에 대해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실사용될 계획인 77MWe에 대한 승인도 2025년까지 받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기업의 능력이 좋고 말고를 떠나서, '돈을 지속적으로 벌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별개입니다.
#1. AI에 몰린 투자금은 과연 뉴스케일로 갈까?
이번에 알파벳과 계약을 맺은 카이로스 파워, 이 외에 샘 알트먼이 투자해 오픈AI가 2027년부터 전력을 공급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오클로(OKLO), 아마존과 개발 계약을 체결한 도미니언 에너지...
많은 테크 기업들은 상장 여부를 불문하고 발 빠르게 다양한 SMR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투자도 적지 않게 하는 중입니다. 전력은 다 같은 전력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계약할 수만 있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원자 발전 기업은 뉴스케일 하나가 아닙니다. 이미 테크 기업들은 GPU수요로 인해 엔비디아에게 큰 돈을 지불한 경험을 했고, 이와 비슷한 유형의 비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특정 SMR 기업이 제 2의 엔비디아와 같은 포지셔닝을 취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2. AI 낙수 효과 받는 뉴스케일, 리스크도 마찬가지
물론 누구보다 빠르게 상용화에 성공하고, 시장을 선점해서 그 효과를 누릴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SMR 기업에 대한 투자는 AI 기업에 대한 간접투자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 1일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의 3분의 1 정도가 테크 기업들과 전력 공급을 위해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소형 원전은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이상적인 실적도 나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현재 주가는 실적보다 코멘터리에 더 요동치는 중인데, 이 코멘터리는 전부 SMR에 관련된 것입니다. SMR 기업들, 적어도 그 기업들의 주가는 AI에 의존성이 강해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3. 먹고 남은 음식은 누가 치우나...폐기물 문제
SMR은 기본적으로 기존 경수로(LWR)의 축소판입니다. 따라서 같은 연료(우라늄)를 사용하고, 경수로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므로 폐기물 발생량도 기존 원자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환경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국가의 경우 방사선 물질을 재활용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1977년 폐연료 재처리가 금지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은 장기적인 폐기물 저장소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이고, 해외로 보내자니 방사선 폐기물의 수출은 대부분 엄격히 금지되어있습니다.
이 폐기물들은 그냥 쌓일 뿐입니다. AI 기업들이 전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원전을 전격적으로 승인하고 그 폐기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들은 다시 정부가 부담하나요? AI가 온전히 이타적이며 공공의 이익이 됨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정치적으로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4. 최종 에너지 공급원은 과연 SMR일까
폐기물을 감안해서라도 SMR이 채택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급하기 때문입니다.
전력 인프라는 AI의 발전 속도에 전혀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부족한 전력을 끌어오기에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 SMR인 것입니다.
SMR은 완벽히 비용 효율적인 방안이 아니라, 상황과 타협한 결과라는 뜻입니다.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 모듈 원자로)과 MSR(Molten Salt Reactor, 용융염 원자로)을 비교해보면, MSR이 잠재력이 더 높습니다. 핵융합만큼의 이론적 효율성은 아니지만, MSR은 충분히 소형화가 가능하며 에너지 효율은 SMR보다 우수하고, 기존 폐기물까지 일부 연료로 사용할 수 있기에 폐기물 문제도 훨씬 덜합니다. 다만 문제는 상용화까지의 예상 기간이 SMR보다 길 뿐이라는 것이죠.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내용은 언젠가 실현되기 마련입니다. 빅테크들이 당분간은 SMR을 사용할 것이라 판단하기에 전력 공급 계약을 맺는 것 뿐, 최종 목적지였다면 너나 할 것 없이 SMR 기업들을 인수해버렸을 것입니다.
투자는 언제나 리스크가 동반됩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이해한 상태에서 실행되는 투자여야 진정한 투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SMR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 됩니다. 당장 AI 기업들은 전력이 필요하고,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논리적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I 발전으로 혜택을 받는다는 점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AI에 관련된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돈으로 굳이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주가가 낮아서 매력적이거나, 2) 에너지 섹터에 투자 함에 따라 특정한 무언가에 대해 헤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거나, 3) AI 기업들의 발전 이상의 포텐셜이 예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적어도 SMR 기업에 대해: 필자는 첫 번째 이유가 아니라면 잘 납득하지 못하겠습니다. 꾸준히 적립하듯 모아가기에는 필요 이상의 리스크가 존재하는 듯 합니다.
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