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23일 미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인 MSNBC 인수에 대한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머스크, 나한테 정말 재밌는 생각이 있어!!
일론 머스크: 얼마나 드는데?
트럼프 주니어가 MSNBC가 매물로 나왔다는 글을 공유하며 트럼프에게 '재밌는 생각'이라고 언급하자, 일론 머스크가 얼마냐고 묻는 트윗입니다.
이는 이전 X(구 트위터)인수 시와 유사한 모습이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난 트위터를 사랑해
데이브 스미스: 사던지 그럼
일론 머스크: 얼만데?
MSNBC는 최근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닐슨 시청률에 따르면 MSNBC의 시청자 수는 2020년 대선 이후 평균적으로 38% 감소했습니다. 이는 케이블 뉴스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코드 커팅(케이블 해지) 트렌드와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프라임 타임(주요 방송 시간) 시청률도 약 53% 감소했습니다.
MSNBC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뉴스 채널입니다. 친 트럼프인 일론 머스크도 "유치한 선전을 팔고 있다"며 MSNBC를 비판한 적 있는데요, 일론은 MSNBC의 실적이 부진한 지금 인수 기회를 잡아 언론의 색깔을 바꾸게 될까요?
MSNBC는 일론의 손에 넘어가지 않을 것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일론이 MSNBC를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돈 줘도 안 팔아요, 애초에 매각 대상 아니다
"우리는 케이블 네트워크의 분사를 통해 주주들이 소유하게 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자산들 중 어떤 것도 매각 대상이 아닙니다."
- Comcast
최근 컴캐스트 CEO인 브라이언 로버츠는 SpinCo에 대한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SpinCo는 강력한 현금 흐름과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Spinco는 컴캐스트가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 세우려는 기업입니다. 여러 케이블 채널들을 분리해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전환과 전통적인 케이블 네트워크의 수익성 감소에 대응하기 위함이죠.
SpinCo에 분리되는 케이블 채널 중 하나가 바로 MSNBC이며, (MSNBC, CNBC, USA 네트워크, E!, SYFY, 골프 채널 등) 컴캐스트는 매각보다는 추가 투자를 통해 MSNBC와 이외 채널들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중입니다.
컴캐스트는 일론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스핀코에 분리되는 그 어떤 것도 매각 대상이 아니라며 매각 계획이 없음을 확실히 했습니다.
트럼프 주니어가 공유한 트윗은 전통 미디어를 비판하는 글로, 컴캐스트의 MSNBC 매각은 SpinCo 발표 이전부터 있었던 루머일 뿐입니다.
#2. 개인적인 감정이다? 간접적인 조롱일 수도
MSNBC와 NBC유니버셜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부로 시작되었으며, MSNBC의 앞에 붙어있는 "MS"가 이를 상징합니다.
"이제 저는 그가 전적으로 제정신이 아니며, 근본적으로 개자식이라고 확신합니다. 사실 저는 그를 좋아하고 싶었어요."
- 일론 머스크, 아이작슨과의 문자 내용
일론 머스크는 빌 게이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CNBC에 게재된 아이작슨의 전기 발췌문에 따르면, 2022년 3월 일론 머스크와 빌 게이츠는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빌 게이츠는 자선 활동과 여러 프로젝트 등을 제안하려고 했으나 이 날 테슬라 공매도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빌 게이츠가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일론 머스크는 지속적으로 빌 게이츠를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회사가 가장 약한 시기 중 하나였을 때 테슬라가 망할 것이라고 큰 베팅을 했다"며, "테슬라의 몰락으로 5억 달러를 벌려고 하면서, 대부분 겉치레적인 환경 문제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위선적이라는 내용입니다.
일론의 비판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2020년 9월 "빌 게이츠가 전기 트럭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하거나 빌 게이츠가 처음으로 전기차로 포르쉐 타이칸(Porsche Taycan)을 구매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등, 일론의 비판은 모두가 알 정도로 빈번한 빈도 수를 자랑합니다.
이번 MSNBC에 대한 언급도 친트럼프 성향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MSNBC의 실적을 조롱하는 이유에서 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에 MSNBC 지분을 전부 매각했지만, 머스크는 여전히 MSNBC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결고리를 의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3. 애초에 전략적인 선택 못돼
일론의 자산은 상당 부분이 테슬라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MSNBC를 인수하려면 이전에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처럼 다시 주식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
일론이 MSNBC를 인수하게 된다면 인수 후 보수적 성향을 가진 미디어로 개편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케이블 뉴스 채널은 시청자들의 팬덤과 익숙함에 기반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MSNBC에 남아있는 시청자들이 떠날 경우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를 성장 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성향을 바꾼 다음에도 Fox News와 같은 대형 경쟁자가 남아있습니다. 일론에게 전통 미디어가 테슬라 지분보다 중요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일론의 "얼만데?"가 의미하는 것은?: 소셜 미디어에 집중해보자
평소처럼 단순히 일론이 욱해서 남긴 트윗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해당 이슈에 대해 알아보며 알게 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전통 미디어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론이 MSNBC가 얼마냐고 물어보는 트윗은 어쩌면 X의 입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11월 13일 영국 신문 그룹 가디언(The Guardian)은 X(구 트위터)에 더 이상 게시물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이를 "유독한 미디어 플랫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MSNBC에 대한 일론의 트윗은 이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23일 올라왔고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특정 뉴스 채널이 사라지는 것은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메타의 Threads는 계속해서 사용자 기반을 확장 중이며 잭 도시(Jack Dorsey)가 설립한 플랫폼인 Bluesky 또한 일주일 간 100만 명의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등, 소셜 미디어 간 경쟁은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Bluesky가 청중을 모으고 모든 관점을 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길 바랍니다. 실시간 뉴스와 스포츠가 추가된다면 트위터(X)에 도전할 수 있을 겁니다."
- 마크 큐반
이어서 일론 머스크의 MSNBC 인수 이슈 이후 "인수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억만장자 마크 큐반은, 이에 대해 "선형 TV 뉴스의 영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 대답은 '아니요'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대신 Bluesky라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홍보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마크 큐반의 대답은 전통적인 TV 뉴스(선형 TV 뉴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 영향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본다는 의미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하는 구조, 고정적인 시청자 층 등 전통 미디어의 특징은 매우 수동적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문제점들을 바꾸기 어려움을 뜻합니다.
이는 콘텐츠보다는 매체의 문제입니다.
선형 TV의 시청 점유율은 이미 작년에 50%아래로 하락한 모습을 보였으며 시청 시간도 점차 밀려나가고 있습니다.
광고주들의 움직임도 점점 소셜 미디어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올해 미국 성인의 미디어 소비 시간의 23.9%는 TV 시청이지만 광고주는 예산의 17.3%만 TV에 할당하는 모습입니다.
방송국은 코드 커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송신 동의료(Retransmission fee)와 같은 요금을 받고 콘텐츠를 팔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합니다.
콘텐츠는 충분히 팔리는데 매체의 퍼포먼스가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사점을 얻기 위해 정리해보자면:
- 컴캐스트는 Spinco로 스트리밍 서비스 전환과 전통 미디어의 수익성 감소에 대응하고자 함
- 마크 큐반은 Bluesky에 실시간 뉴스와 스포츠가 추가된다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
- 방송국들은 코드 커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를 판매 중
이 모든 것은 콘텐츠와 매체로 나뉘는 모습입니다.
전통적인 방송국은 새로운 매체를 장악하는 것을 원하고, 새롭게 등장한 소셜 플랫폼들은 기존 방송국의 콘텐츠 역량을 원할 것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새로운 돈은 소셜 미디어에 몰릴 수도 있겠습니다. 광고 시장을 중심으로 미디어 전쟁이 촉발될까요?
소셜 미디어에 관련된 주식들을 소개 드리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메타(META) - Facebook, Instagram, WhatsApp, Threads
- 레딧 (RDDT) - Reddit
- 스냅(SNAP) - Snapchat
- 마이크로소프트(MSFT) - LinkedIn, ByteDance (Tik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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