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ing Distribution’에서:


기업들은 제품을 발명하고, 생산하고, 운송하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의 결과는 최종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며, 제품을 마지막으로 다루는 사람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집니다. 일부 기업들은 고객이 들어본 적 없는 내부 부품을 제공하는 것에 만족하는데, 이는 그들이 범용화된 산업에서 비용으로 경쟁하거나 해당 고객이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을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와 퀄컴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이런 좋은 예시입니다: 대부분의 최종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이 회사들의 제품과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 제품들이 해당 상호작용에 필수적이라면 그것이 가격 결정력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많은 기업 간 경쟁과 전략적 결정은 유통을 소유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과 그 제품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회사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는 음식 배달 사업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플랫폼과 레스토랑 모두 품질 관리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감자튀김이 늦게, 차갑게, 축 처진 상태로 도착했을 때 누구의 잘못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늦게 배달한 배달의 민족 잘못일까요, 아니면 음식을 너무 일찍 만들거나 배달원에게 너무 늦게 건넨 음식점의 잘못일까요? 그들은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배달의 민족의 파편화된 네트워크에서 대체로 이직률이 높은 독립 배달원들과 일하면서 일관된 성과를 내는 것은 물류 기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수단들이 있습니다: 배달원들은 음식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기 위해 단열 용기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음식점들은 음식을 더 잘 포장하거나 배달에 적합하지 않은 음식은 메뉴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주문한 뒤에 등장하는 UI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고객을 일차적으로 안심시키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전가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입니다: 음식이 배달원 도착 전에 준비되면 알 수 있고, 배달원이 우회로를 택했다면 볼 수 있으며, 배달이 이상하거나 불편한 장소에 놓였다면 사진 기록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더 일반적인 문제의 한 사례입니다: 기업들은 최종 고객에게 도달하는 여러 경로를 가지고 있으며, 똑같은 고객에게 도달하는 경우에도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정도의 경제적 이익과 통제권을 포기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지난 분기 기준 수수료율은 9.8%입니다만, 이는 단순히 직접적인 비용일 뿐입니다. 음식점들은 배달 서비스에 참여하는 행동 자체가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선호도를 집에서 먹는 쪽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즉, 일회성 선택에서는 외출을 해야했다면 저녁 식사를 전혀 사지 않을 고객으로부터 1만원 중 0원 대신 9.8%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1만원 중 9,020원을 받는 것이 낫지만, 장기적으로는 무기한의 마진 감소에 동의하게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점들이 일반적으로 배달에, 특히 배달의 민족과 같은 단일 플랫폼에 더 의존할수록 수수료가 오르더라도 거절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또는 이와 동등하지만 더 나은 가격 책정으로, 플랫폼들이 점점 더 고객 만족도 보다는 광고 수익에 따라 검색 결과의 가중치를 두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다중 유통 채널의 세계에서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러한 세계의 참여자이자 가해자입니다. 애플은 자사 매장 외에도 하이마트 같은 많은 소매점에서 아이폰을 판매하며, 아마도 이들 소매점으로부터 제공받는 조건이 좋을 것입니다. 이는 1) 사람들이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특정 매장을 방문할 것이고, 이 구매와 함께 케이스나 헤드폰과 같은 더 높은 마진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설득될 수 있으며, 2) 많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은 하이마트에서 아이폰을 취급하지 않더라도 구매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애플은 앱 스토어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이와 똑같은 다중 채널 딜레마를 부여합니다. 넷플릭스는 앱 스토어가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유일한 이유가 아니며, 실제로 사람들이 정말 필요하다면 휴대폰 브라우저에서도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애플이 사람들이 등록한 결제 정보를 통해 넷플릭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또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앱 스토어 유통 채널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가 어차피 일어났을 거래를 약간 앞당기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몇 년 후, 넷플릭스는 새로운 사용자들이 앱 스토어를 통해 가입하고 결제하는 것을 중단했습니다.

단기적으로 기업들은 가능한 모든 유통 채널을 소유하고 싶어합니다. 유통 채널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고정비(상각비용)는 판매자가 가져가는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당 제품이 고정 비용은 높고 한계 비용은 낮은 디지털 상품일 경우에 그렇습니다. 그들이 시장 지배자에 가까워지고, 그들이 사용하는 플랫폼들이 그들과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유통에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주요 유통 채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 법무부는 컴퓨터 운영 체제를 독점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싸웠고, 이러한 노력은 너무나도 오래 걸려서 일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검색 엔진과 브라우저가 사람들이 사용하는 주요 유통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마저도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오래된 플랫폼들이 그들이 가능하게 한 애플리케이션 보다 덜 중요해지면서 변할 수 있습니다. 유통을 소유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유통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무엇을 소유할 가치가 있는지 아는 데 필수적입니다.


최근 티몬과 위메프 지급불능 사태, SK 스퀘어의 11번가 콜옵션 포기 사태, 그리고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전략적 실패 사례들은 이커머스 시장의 본질은 할인율, 쿠폰, 사용자 수 가 아니라 물리적 유통망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

필자가 쿠팡이 조 단위 누적적자를 기록하던 시절에 나홀로 흑자전환을 예측했던 사람으로서 강조했던 점은 대부분의 이커머스 고객들이 배송 경험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었다. 이커머스 생태계에는 생산자, 판매자, 중개자, 운송자, 최종 소비자가 존재하며 매우 파편화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대 중후반 할인이나 쿠폰, 연예인을 동원한 공격적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집객하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현재 부도나거나 부도 직전의 상황에 놓여있고, 공격적으로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던 쿠팡은 흑자전환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중이다. 쿠팡은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할인이나 쿠폰처럼 판매액에 비례하여 발생하는 마케팅성 변동비는 당장의 매출과 사용자 수 에는 기여하지만 플랫폼의 장기 경제성을 떨어트리는 몇가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인용한 글에서 주장했듯이,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는것은 일시적으로는 음식점의 매출을 올리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외식 선호도에 영향을 주어 무기한의 마진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 비슷한 전개로, 할인이나 쿠폰을 통해 소비자를 모집하는 전략은 일시적인 매출의 증대로 이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해당 플랫폼의 주 사용자 층으로 도약시키게 되며, 무기한의 마진 감소를 일으킨다. 비경제적인 전략에 해당한다.

이커머스로서 운송/배송망에 투자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매우 경제적인 전략에 해당한다. 소비자들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배송 경험을 제일 중시한다는 게 이미 알려진 상태였기에(현시선호이론) 고객 수요를 창출하는데에 있어 할인이나 쿠폰, 연예인을 동원한 TV 광고와 비교해서 최소한 동등하거나 우월한 효과를 내었다고 추측할 수 있으며, 사용자 수 증가에 따른 한계수입 확대 및 한계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쿠팡의 배송 경험이 마음에 들어 앱을 열기로 결정한 소비자는 쇼핑을 하는김에 다른 상품도 같이 주문할 확률이 높고(한계수입의 확대), 사용자 수 가 증가할수록 쿠팡에서 같은 아파트에 배송할 확률은 높아진다(한계비용의 감소). 쿠팡이 A 아파트 301호에 사는 사람 한명한테 배송하는 비용이 5,000원이라면, 302호에 사는 사람한테 배송할 때 드는 추가적인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동일한 배달원이 똑같은 트럭에 똑같은 기름을 태우기에)이야기이다.

쿠팡의 방대한 로켓배송 네트워크와 사용하기 편리한 앱, 이러한 유형적/무형적 자산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것을 두고 ‘영업 레버리지’라고 표현한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의 강점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현명한 투자자라면 강력한 경제적 • 기술적 해자와 영업 레버리지를 갖춘 기업들을 찾아야 한다. 물론 어웨어 포트폴리오는 항상 그런 기업들에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