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국가가 빌릴 수 있는돈 (국가부채)에 대한 절대적인 상한선이 존재한다. 결국 의회는 주기적으로 그 상한선을 늘려야 하는데, 보통의 국가들은 매년 걷는 세금보다 더 많은돈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부채가 늘어나는것을 고깝지 않게 여기는 입법자 (국회의원)들에게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해야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 의회는 때때로 국가부채 상한선을 조용히 올려버리기도 하고 (2019년 트럼프 정부 때 그러하였다), 2011년에 그러했듯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 내지 인질(?)로 삼아 국가 부도가 나기 직전까지 갑론을박을 하기도 한다.
올해는 2011년과 비슷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으며, 상원과 정부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출을 통제 하겠다는 약속이 없으면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국가부채 한도를 늘리는것은 무조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채 상한선이 늘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제넷 옐런 재무부 장관은 1월 19일에 미국이 31.4조 달러 (약 38경원)에 달하는 국가부채 한도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현금과 세금을 통해 6월까지 정부가 사용하는 비용들을 지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시점 이후부터는 더 이상 국채 이자, 공무원 임금, 사회보장제도 및 기타 지출에 대한 지불이 불가능해진다. 즉, 국가가 부도 나는것이다.
재무부는 1979년 컴퓨터 문제로 인하여 일부 국채 투자자들에게 제 때 원금을 지불하지 못했던 전적이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금융시장 전반에 문제로 작용하진 않았다고 한다.
2011년엔 예산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민주당과 공화당은 국가부채 한도를 인질로 삼아 한 때 국가부도 직전까지 갔었고 이로인해 주식시장 전반의 하락과 미국의 신용도가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비자 자신지수 (consumer confidence index)와 소규모 기업들의 낙관도 또한 해당 기간에 곤두박질 쳤었다.
만약 국가부도로 인해 6900만명에 달하는 사회보장보험 수급자들이 제 때 연금이나 장애혜택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메디케어와 같은 국가 보장성 의료보험이 의사들에게 수가를 지급하지 못할경우 미국 경제는 상당한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
Refinitiv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의 현금 잔액은 약 3610억 달러로 부채한도에 다가감에 따라 점점 줄어드는 양상임을 볼 수 있다.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가?
골드만삭스 리서치 노트에 따르면 부채한도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2011년의 경우 S&P 500이 최대 15%까지 하락 했었다고 하고, 미국 정부의 지출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기업들의 경우 25%까지 하락 했었다고 한다.
미국 국채에 대한 CDS (Credit Default Swap: 신용 부도 스왑)프리미엄을 보면 시장은 이미 국가부도 사태에 대한 리스크를 일부 반영하고 있는듯 하다.
CDS는 채권이 부도날 경우를 대비해서 드는 보험상품으로, 프리미엄 (보험료)이 올라갈수록 부도가 날 확률을 높게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부채 한도에 대한 의회의 논쟁은 정당들이 더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하는 정치적인 싸움에 더 가깝다. 뉴스에서는 미국 의회가 제때 부채 한도를 늘리는데 합의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국가 부도사태와 이로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 국가 부도사태가 일어날 확률은 굉장히 희박 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부채 한도, 국가 부도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식시장 전반이 조정받을 경우 이는 펀더멘털에 무관한 하락임으로 매수를 고려해볼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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