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렸지만 영광은 사라지고 적자만 남은 회사.” 요즘 나스닥 매도세와 함께 폭락한 주가로 인해 쿠팡 (CPNG)이 듣는 얘기이다. 실제로 주가는 공모가인 $35, 52주 신고가 인 $69 (상장 직후)에 크게 못 미치는 $12~13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여론인 듯 하다. 심지어는 쿠팡과 ‘마켓컬리’를 비교하면서 둘 다 적자의 늪에 빠져 망할 것 이라는 저주 또한 심심찮게 들린다. 이 둘을 비교 하는 것은 쿠팡에게 ‘매우’ 모욕적인 언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쿠팡을 ‘네이버’라 할까? 그건 네이버의 사업모델을 보고, 네이버에 가졌던 오해를 풀어야 이해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높은 확률로)당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이버를 한국판 구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검색엔진 기반 광고 플랫폼 이라고.
네이버에서 가장 큰 매출을 벌어오는 두가지 부문은 서치플랫폼 (검색광고 등)과 커머스라 볼 수 있는데, 한 때 매출의 80% 비중을 차지했던 서치플랫폼의 비중은 21년 기준 48% 가량 줄어들었고, 커머스의 비중은 21.6%로 수직 상승했다. 여기서 함정은 검색광고에서 쇼핑 관련 키워드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는 것 이다. 네이버가 공식적인 비중을 발표하진 않지만, 최소 과반수 이상일 것 으로 추정 하는게 부지기수다.
결국, 이커머스와 커머스 관련 인프라 (광고, 핀테크)가 현재 네이버를 먹여 살리는 주요 매출원이라 볼 수 있다. 작년 네이버가 배송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지분을 교환한 것 또한 이런 흐름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배송경험에 있어서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은 상실된다.
온라인 광고업을 하는 나스닥 상장기업 Criteo(CRTO)는 매년 Shopper Story라는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2022년 보고서를 보면 작년 기준 22%의 소비자가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정확히 알 때’ 아마존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검색을 시작한다고 대답했고, 같은 비율의 소비자가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을 활용한다고 했다. ‘사고 싶은 물건의 종류를 알 때’에도 이 비율은 비슷했고, 이커머스와 검색엔진의 비중 차이는 2019년 대비 대폭 줄어들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검색엔진 보다 이커머스의 검색기능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 이다.
특히 미국 소비자로 대상을 한정 지으면 2018~2021년 데이터 기준 쇼핑을 위한 검색시작 비중은 아마존 (AMZN)이 74%를 차지하여 구글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있다고 한다. 결국, 밖에서 보기에는 전혀 다른 회사인 것 같은 네이버와 쿠팡(CPNG)은 사실 매우 비슷한 사업모델을 두고 미래의 시장 점유율을 다투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네이버의 쇼핑 키워드 검색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 미국에서 쇼핑 검색을 위해 아마존을 구글보다 먼저 찾는 비중이 높아지는 트렌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인들이 아마존을 애용하는 이유는 바로 “one-stop-shop,” 모든 물건들이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3순위에 머물렀다. 이 앱, 저 앱을 오가며 시간을 버리느니 몇백원, 몇 천원 더 내더라도 아마존에서 한꺼번에 시키는 게 낫다는 심리일 가능성이 크다.
또 아마존의 구독권인 Prime Membership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1순위에 ‘무료 배송’ 2순위에 ‘빠른 배송’을 꼽아서 배송비와 배송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마존은
- 소비자들에게 매우 다양하고 많은 제품 선택권을 제공하며
- Prime Membership을 이용해 무료/신속한 배송경험을 전달 하므로써
- 미국에서 가장 큰 유통사가 되었다.
이제 다시 검색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미국인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왜 구글에서 검색을 하지 않고 아마존에서 검색을 할까? 구글은 쇼핑몰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고객 여정지도에서 나머지 다른 (결제, 환불, 취소, 배송 등)경험에 대한 통제권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구글이 아무리 잘하더라도 파트너사에서 구글의 기준에 못 미치면 사람들에게 구글다운 경험을 전달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광고기업인데 그들의 광고를 안 받을 수는 없다. 물류센터를 갖고 있거나, 하루에서 이틀만에 배송될 것 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여기서 아마존이 등장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은 아마존에 있고, 결제 버튼만 누르면 1~2일내에 우리집까지 무료배송이 된다는 걸 소비자들은 경험적으로 안다. 그렇다면 아마존에서 검색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많은 소비자들이 검색을 한다는 것은 어떤 사업기회를 만들어줄까?
바로 광고시장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안에서의 광고 비즈니스는 태생적으로 검색엔진의 그것보다 수익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거기서 검색을 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위해’ 접속 하는 것이니까.
위에 첨부된 아마존의 사업보고서를 확인해보면 Advertising services가 2021년엔 57%, 2020년엔 56%로 아마존 사업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참고로 아마존을 먹여 살린다는 AWS의 매출 증가율이 21년 기준 37% 였고, 광고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Online stores와 Third-party seller services는 각각 12% 및 28% 성장했다.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사 중 독점적인 포지션을 구축한 이상 더 많은 셀러들이 아마존에 입점하게 되고, 이렇게 아마존은 ‘기회’에 대한 대가로 고마진 광고를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광고 비즈니스의 매출 성장률이 유통사업 매출 성장률 보다 높을 수 있는 비결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사례를 쿠팡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대한민국에서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은 미국보다 치열하며 (11번가, G마켓, SSG 등)사람들이 사용하는 쇼핑몰도 다양하다.
그러나 현재 쿠팡만큼 많은 직매입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휴일에 상관없이 당일/새벽/1일 배송이 가능한 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주식도 교환하고 파트너십을 맺어도 일요일에 일하지 않는 택배사의 현실을 바꿀수는 없다. 그리고 쿠팡만큼 환불/교환에 관대한 쇼핑몰 또한 없다. 사실상 최상의 이커머스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 이다.
쿠팡은 지금 구조 그대로 간다면 적자를 벗어날 수 없다. 최상의 소비자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물류, 배송, 서비스 인프라에 너무 큰 금액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또한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를 열며 쿠팡보다 더 큰 거래금액을 자랑하며, 판매자 친화적인 정책으로 (판매자가 취소/환불/교환 여부 결정, 더 낮은 수수료 등) 많은 온라인 사업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렇지만 한번 예상을 해보자. 당신이 소비자라면, 주중/주말 상관없이 길어봤자 하루면 배송되고, 물건이 예상과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민없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는 쇼핑몰을 선택할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그렇지는 않지만 판매자를 더 배려하는 쇼핑몰을 확률이 높을까? 당연히 소비자들은 전자를 더 좋아할 것이다.
쿠팡은 하나의 큰 생태계이고, 이 생태계 구성원들은 대한민국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소비자 경험을 전달 받는다, 단돈 월 4,900원에. 이 생태계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고, 생태계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공급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 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급자들의 경쟁이 시작되면, 쿠팡의 광고 비즈니스는 화려하게 날아오를 것 이다. 얼만큼? 최상의 소비자 경험을 적자없이 전달할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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