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헝다 이슈를 다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나있는 모습입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와 달리 당시의 금융 위기 우려와는 거리가 조금 생긴 듯, 내적 안도감이 자리 잡은 요즘입니다. 엔비디아 등 AI 관련 주식들의 큰 상승이 한 몫한 덕이죠.

중국이 사랑한 부동산, 외면하고 싶은 문제로 돌아오다
부동산 기후 지수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현황과 발전 추세를 반영한 종합지수입니다. 이 부동산 기후 지수가 가장 낮았던 시절은 2020년 1월, 코로나로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미국이 2019년 8월 5일 추가 관세 보복 계획을 발표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시작되던 시기입니다. 당시 중국 고용시장은 최악이었습니다. 전체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 임금이 삭감되거나 동결되었으며, 중산층의

그런데 최근 다시 '중국 경제 위기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헝다 그룹 이후로 잠잠한 듯 하더니, 이번엔 무슨 사건이 터진 것일까요?


사건이 아닌 후유증, 중국 경제 상황은?

어떤 사건이 아닙니다. 한 국가, 그것도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큰 국가가 무너지기 위해서는 사건으로는 불충분합니다. 구조적인 요인이 수반되어야 하죠. 코로나 이후로, 또 부동산 사태 이후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부동산 잃은 중국, 규제하려다 성장 동력 사라져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1/3을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의 성장 엔진입니다.

 "This made no sense. No sense at all,"
"말이 안돼요. 전혀 말이 되지 않습니다."


-Antonio Fatas, 싱가포르 INSEAD 대학원 교수

중국은 당시 건축 전에 분양권을 판매해서 땅을 사고, 대출을 받고 나서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그 대출은 전부 건축에 쓰인 것이 아니라 일부는 다른 땅을 매입하는데 쓰였죠.

즉 건물이 올라오기도 전에 분양권을 판 셈인데, 분양권을 산 사람들은 현금 박치기를 했을까요? 그 또한 대출이었습니다. 집을 샀는데, 집은 없고, 대출이자는 갚아야 하고...

이건 피분양자들의 입장이고, 건축업자들은 땅을 사고 대출 받고를 반복하다 보니 대출금이 속수무책으로 불어나게 됩니다.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시위를 하기 시작하면 중국의 지배 체제는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이에 따라 팬데믹 기간 집값을 올리는 부동산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중국 금융당국은 1)선수금 제외 부채 비율이 70%가 넘어가고 2)순 부채비율이 100%이상이며 3)단기부채가 자본금을 초과하는 기업에게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게 됩니다.

이 결정으로 중국 내 부동산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시작합니다. 대출이 과하면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규제인데, 부동산 개발 기업들은 대출이 있어야 성장이 지속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 지방 정부에게 떠밀린 부담

헝다 그룹과 같은 부동산 개발 업체는 지방 정부의 주요 자금줄이었습니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토지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게 되면 지방정부는 수입원이 끊기게 됩니다.

이 기업들이 돈으로 어서 토지를 구매해야 하는데 그 돈이 부채 상환으로 돌아가게 되니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안고 있는 부담만큼 지방 정부들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중국 지방정부는 이전부터 부채에 의존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방정부도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공공서비스나 복지에 대한 비용은 따로 나가니 정말 머리가 아프게 된 모양입니다. 지방채 발행으로 상황을 완화하려고 해도 이젠 채권 시장에서의 신용 문제로 채권 발행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일부 지방정부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3. 왜 회복하다 말아? 중국 경제의 기침은 현재 진행형

중앙정부는 채무 구조 조정을 지원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방 정부의 상황을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뿐더러 중앙정부의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중국 봉쇄 기억나시는 분 계신가요?

팬데믹 당시 중국 봉쇄 이후 거리의 모습, 우한 시.
팬데믹 당시 중국 봉쇄 이후 거리의 모습, Reuters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던 이 봉쇄 조치는 대중의 시위 끝에 2022년 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중국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2023년 3월 당시 중국 총리였던 Li Keqiang은 실질 GDP 성장 목표를 약 5%로 발표, 중국 외부에서는 중국이 이보다 더 높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던 시기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는 나아지는 듯 했습니다. 억눌린 수요가 풀려나며 중국 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보였고 부동산도 바닥을 다졌다는 분석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2분기에 들어서 경제 데이터는 이러한 분석대로 흘러가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3년 6월 발표한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Fu Linghui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당시 경제지표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노동 통계를 최적화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노동 통계... 최적화요?

쉽게 말해서 고칠 수 있는 것들을 고쳐서 수치를 완화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3년 12월에 통계국은 새로운 통계 기준을 제시했으나, 기준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20일 발표한 8월 청년 실업률은 18.8%,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통계국이 한 분기 이상을 공들여 새로운 통계 기준을 제시했는데 도저히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조차 믿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은 주 1시간 이상 근무자라면 전부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경제 회복 지연 원인: 사라져 버린 신뢰

왜 취업이 안되죠? 채용을 안하기 때문입니다. 왜 채용을 안하죠? 채용할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채용할 돈이 없죠? 돈을 못버니까요. 왜죠?

내구재 소비와 민간 부문 투자율은 과거로 되돌아갔고, 중국 가계는 점점 더 소비하는 대신 저축하려는 경향으로 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내 돈 내가 쓰는데, 정부가 개입해서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이해가 됩니다. 중국은 "너네가 정치를 건드리지 않으면 우리도 경제도 건드리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습니다.

"위대한 혁신가들은 감독(監督)을 두려워 하진 않지만, 뒤떨어진 감독은 무서워한다”

- 마윈, 알리바바 창업가

2020년 마윈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쓴소리를 뱉고 돌연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당시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경악하며 우려를 나타냈으나, 마윈의 발언은 충분히 정치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판단할 수 있었고 중국은 암묵적인 룰을 지킨 것 뿐입니다.

그런데 2년 후, 시진핑은 선을 넘게 됩니다. 팬데믹 당시 상하이마저 봉쇄하게 된 것이 그 원인입니다.

Shanghai lockdown: Economy shaken by zero-Covid measures
Shanghai is a major financial centre and port as well as a hub for manufacturing electronics and cars.

2022년 4월 상하이를 걸어 잠궈버리자, 소비자 신뢰 지수는 급락하게 됩니다. 소비자 신뢰 지수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개인적 재무 상황에 대해 소비자가 낙관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수치화 한 것으로, 100아래로 내려가면 비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합니다.

'92~'24 중국 소비자 신뢰 지수. 22년 큰 하락 이후 회복이 안되는 모습.
'92~'24 중국 소비자 신뢰 지수, Trading Economics
"자유에 대한 갈망을 조절하세요."
"창문을 열거나 노래를 부르지 마세요."

중국 내부에서 느낀, 통제에 대한 체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윈은 분명 마윈이 잡혀갈 때 '정부가 이 정도로 심하게 개입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 봉쇄령 이후로 전국민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꼴입니다. 해당 봉쇄가 이해는 됩니다. 다 죽는 것보단 나을 수 있고, 대외적으로 자국의 건재함을 알리고자 하는 갈망이 강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심한 통제였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개발이라는 성장 동력마저 잃었을 뿐더러 개인의 삶에 정도 없이 개입하며 경제력을 파탄 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전국민의 마음 속에 각인 시켰습니다. 분명 시진핑은 중국몽을 외치며, "2049년까지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어 내겠다"고 약속하며 집권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처음으로 중국 내에서 3연임한 국가 주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권 이후 행보는 신뢰를 저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소비자 신뢰 지수는 다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업들과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해 합니다.


힘들다더니... 중국은 지금 돈 빌려주는 중

"The IMF does not publicly comment on the role of state-owned banks in managing China's exchange rate or on why changes in the People’s Bank of China's balance sheet don't line up with reserve transactions in China's balance of payments data,"
"IMF는 중국의 국유 은행들이 환율을 관리하는 역할이나, 중국 인민은행 대차대조표의 변화가 중국의 국제수지에서 나타난 준비금 거래와 일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 Brent Neiman, 미국 재무부 차관보

저번 주 네이만은 "IMF가 중국에 대해 가차 없이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다"라며 중국의 경제 정책을 더 강하게 몰아 붙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성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최근 행보를 낱낱히 파헤치라는 뜻입니다. 중국은 현재 성장이 더딘 자국 상황과 별개로 금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국가에 대해 긴급 대출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이 '긴급 대출'은 다른 국가와의 스왑으로 진행되고, IMF보다 높은 이자율로 진행됩니다.

US Treasury Official Slams IMF For Being ‘Too Polite’ And Not A ‘Ruthless Truth Teller’ On China’s Economic Policies
Brent Neiman, the Treasury’s deputy undersecretary for international finance, stated that the IMF has not applied sufficient analytical rigor to China’s industrial policies

중국과 경제적인 관계가 깊은 국가들이 많아질수록, 중국의 경제가 안 좋아졌을 때 관련된 다른 국가들의 상황도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네이만은 중국의 투명성과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우려하는 듯 합니다. IMF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나요?


한편 중국 내의 불안은 행동으로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소비자들은 저축을 해외로 옮기고, 이민을 가고 있습니다.

최근 길거리, 회사 주변, 카페, 대중교통 등에서 '전에 비해 유난히 중국인들이 많아졌네'라고 생각해보신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다면, 이게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