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업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업종이 떠오르시나요?

펀더멘탈이 튼튼하고 성장성이 돋보이는 기술, 돈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금융, 변동성이 엄청 큰 에너지...

평균적인 순 이익률이 다른 업종의 평균보다 두 배, 이제는 세 배 높은 업종이 있습니다. 제약입니다.

우선 제약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제약사라 하면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신약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임상 실험의 성공 여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이미지를 연상하곤 합니다.

임상 시험의 성공 여부는 분명 중요한 것이 맞지만, 이는 잘못 된 부분이 존재하는 고정관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The number of research and development pipeline, iqvia

제약사들에게는 꾸준히 연구개발비가 할당되어 왔으며 아직 그러고 있고, 이에 따라 프로젝트들의 수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꾸준히 늘어가는 프로젝트들은 이 시장의 수익성이 단순히 '대박'을 꿈꾸는 단편적인 희망이 아닌, 전략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0년에 들어 줄어든 프로젝트 수의 성장세 마저 2019년 전염병(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불확실성에 의한 활동 둔화가 없었다면 분명 지속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VanEck Pharmaceutical ETF vs. S&P500, TradingView

제약사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 변동성 또한 시장에 비해 낮은 모습을 보입니다.

기업의 수익성은 좋고 변동성은 낮은데, 왜 이러한 고정관념이 생긴 것일까요?

임상, 즉 R&D 지출을 전략적으로 하는 기업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Mean profit margin by sector, BMJ

1950년대부터 제약 업종의 마진이 엄청 좋았다는 것은 그 숫자가 증명합니다.

그러나 데이터가 이렇게 집계된 것은 수많은 임상을 통과해 온 기업들이 쌓아 올린 스노우볼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기업들이 생기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고, 확률에 따라서 성공하거나 실패하고, 무수히 반복된 끝에 살아남은 기업들이어야만 데이터를 남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은 것과 같습니다. 전체 자금의 2/3은 날려야 비로소 다른 업종과 비슷해진다는 숫자가 그 규모를 체감하게 합니다.

즉, 덩치가 어느 정도 커지면 연구개발비로 현금을 어느 정도 태워버린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제 막 이 눈덩이를 굴리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발걸음이 맞습니다.

현금 흐름은 아직 없고, 연구 개발 기간은 오래 걸리며, 그 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느껴집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거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에게 투자하고 싶습니다. 성공 시의 마진이 엄청 좋고, 한번 규모를 키우면 리스크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Success rate by Phase, iqvia

단언컨데, 임상을 앞둔 기업만 찾아서 임상 성공을 기원하며 투자하는 방식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적인 임상 성공 확률은 1상 56%, 2상 38%, 3상 67%, 규제 인허가 89%로,

맨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성공 확률을 놓고 봤을 때 13.1%에 불과합니다.

100%을 13.1%로 나누면 8 정도가 되니 임상 도전하는 기업들 8개에 나누어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봐도,

실제로 이 신약들이 모두 세상을 바꿀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수익성을 제한합니다.

신약의 9 ~ 11%가 기존 치료법에 비해 약간 개선된 수준이며 2 ~ 3%만이 질병에 대한 핵심 돌파구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개선조차 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투자자 입장의 메리트는 바로 분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금액의 규모에 크게 영향 받지 않으면서도 대형 제약사들이 R&D로 수혈하는 것과 같은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R&D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고, R&D에 대한 리스크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큰 현금 흐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에겐 이러한 조건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산을 적당히 배분하기만 하면 충분히 리스크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인트는 문제의 심각성과 대체성

신규 활성 성분(NAS) 등록 건수.
The number of NAS launches, iqvia

이제 이어지는 의문이 생깁니다.

안정적인 대형 제약사는 현금 흐름이나 시가총액으로 구분한다 쳐도,

나머지 투자금은 어떤 기업에 배분을 해야 대형 제약사들의 R&D 수혈 전략처럼 될까요?

당장 NAS(New Active Substance, 신규 활성 성분) 등록 건수만 해도 1년에 100건에 다다르고 있는데 말입니다.

당연히 임상 통과 확률이 높은 항목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찾기 위해서는 임상 시험이 통과되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보통 FDA에서 승인한 약이라고 하면 뛰어난, 효과 좋은 약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사실 FDA에서 승인했다고 해서 효과 좋은 약은 아닙니다. FDA가 승인한 이유는 문제가 심각하거나, 해당 문제에 대한 좋은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시로 유아 및 아동에 대한 약물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승인하는 모습을 들 수 있으며,

항바이러스제인 독감 백신과 같은 약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더 나은 방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승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문제가 심각하고 딱히 더 나은 방안이 없는 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심각하지만, 대체성에 대해서는 아직 갑론을박

비만율 증가 추이.
Obesity levels are increasing around the world 1975-2020, Financial times - NCD Risk Factor Collaboration • Middle East. Underweight < BMI of 18.5, Normal = BMI 18.5 to < 25, Overweight = BMI 25 to < 30 and Obese is a BMI of more than 30
“Diet-related chronic diseases, such as cardiovascular disease and Type 2 diabetes, are the leading causes of death and disability in the U.S.,”

"심혈관질환과 제2형 당뇨와 같은 식습관에 관련된 질환들은 미국에서의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다,"

- Robert Califf, FDA 청장

전체 제약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 하면 '비만'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당뇨, 심장병, 간, 담석, 호흡기 등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비만을 앓고 있는 미국인의 수 또한 날마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문제의 심각성은 알았으니, 더 나은 방안이 없는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을까요?

아쉽게도 '비만은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많다'는 것이 현재 가장 널리 퍼져있는 인식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것과 같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만은 그 시장이 가지고 있는 포텐셜에 비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비만을 연구하는 미국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비만은 정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유전, 사회,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인 조합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으며,

여러 건강 보험들은 다이어트에 관련된 약품들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FDA 또한 비만을 약물보다는 식습관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28일 FDA는 '건강 라벨'을 붙일 수 있는 식품의 기준, 즉 포화 지방, 나트륨, 설탕 등의 한계치를 현재 미국인의 식습관에 맞춰 수정한 바 있습니다.

칠레 식품 규제.
Chile's food regulations, TheNewyorkTimes
“In addition to today’s action, we continue to advance a number of FDA initiatives and explore new ways to coordinate, leverage and amplify important work going on across the nutrition ecosystem to help improve people’s diets and make a profound impact on the health of current and future generations.”

"오늘의 조치에 이어서 우리는 인류의 다이어트를 돕고 현재와 미래 세대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도록 돕기 위해, 지속적으로 FDA 이니셔티브를 진전시키고 영양 생태계 전반에 걸쳐 진행 중인 중요한 일을 조정, 활용, 증폭 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 Susan Mayne, FDA 식품 안전 및 응용 영양 센터 디렉터

Susan Mayne 디렉터가 진전 시키겠다는 이니셔티브와 찾겠다는 새로운 방법은 반드시 비만을 개선할 수 있는 약품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건강 라벨이 차선책에 불과한다는 것은 그녀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지에서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 비만이 질병으로 인정받고 관련 약품이 그 대체 불가성을 인정 받기 위해서는 선천적인 문제로서 번져야 합니다.

심각하면서도 선천적인 비만 문제라 함은 '유아의 발육 장애 및 과체중 유병률'이어야 합니다.

5세 미만 유아와 성인 유병률.
Prevalence of obesity in males and females according to age and geographical region, Nature

우선 5세 유아의 비만 유병률은 성인의 유병률과 비례해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

그리고 natur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비만은 생물학적으로 선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보였습니다.

타겟과 연관성을 가지는 형질을 찾는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 Genome Wide Association Study)에 따르면 비만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유전자는

식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학습/인지/감정에 관여하는 해마와 변연계, 중독/보상에 관련된 흑색질에 관련이 있으며,

림프구 및 B세포와 같은 면역계 세포와 지방 조직의 농축은 더 약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해당 논문은 이러한 GWAS loci(=유전자 자리)는 대부분 성인에게서 먼저 발견되었지만

해당 loci는 대부분 유아 및 청소년의 비만과도 연관이 있었으며 유전적 기초가 상대적으로 일정하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제 '유아의 발육 장애 및 과체중 유병률'은 문제가 심각하고, 선천적인 문제임을 어느 정도 알았습니다.

이 유병률이 사회/환경적인 요인(FDA의 라벨 등)으로 인해 개선되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제약에 대한 FDA 승인 가능성은 높아지고, 시장의 성장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유아가 성장해 청소년이 되고,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본래 가지고 있던 비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성별이나 인종 차별을 금하듯이, 사회정치적으로 비만인 사람들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비만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환경의 개선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사회는 비만인 사람들을 수용하지만, 다이어트를 돕는 수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큰 상황입니다.

JAMA 의학협회저널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948명 중

49.4%가 "수술을 받은 사람은 미용상의 이유로 수술을 받았을 것"이라 응답,

39.1%가 "수술을 받은 사람은 다이어트를 쉽게 성공하기 위해서 수술을 받았을 것"이라 응답,

72.8%가 "보험은 건강 상의 이유로 인한 수술에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수술에 대한 부작용이 줄어들었다 해도, 그 인식이 비만을 수술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방해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 상황만 놓고 본다면 비만에는 분명 제약이 필요합니다.

1997년 식욕억제제 Sibutramine의 등장,

시장을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있었으나 2010년 심근경색과 뇌졸증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승인 철회되었고

2016년 승인 되었던 식욕억제제인 Belviq 또한 2020년 2월 위약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커 퇴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12월 Sexanda, 이어서 2021년에 Wegovy가 승인되었습니다.

비만을 해결하고자 하는 제약사들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Th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ote that people should use medication alongside a reduced-calorie diet.

미국 국립 보건원은 사람들이 저칼로리 식단과 함께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Obesity: New drug turns ‘energy-storing’ fat into ‘energy-burning’ fat, MedicalNewsToday 中

비만에 있어서의 제약, 그 대체불가성을 인정받고 우리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에 적합해질 수 있을까요?

세 줄 요약:

1. 제약 업종은 대형 기업과 임상을 앞둔 기업에 나누어서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

2. 임상을 앞둔 기업을 선별할 때는 해당 기업이 속한 시장의 심각성과 해결책에 대한 대체불가성을 판단해야

3. 비만에 대한 대체불가성은 유아의 발육 장애 및 과체중 유병률이 심각해져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