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셋 라이트는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수장 대폭 교체한 롯데케미칼…자산경량화·사업다각화 속도낸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롯데케미칼이 대대적으로 인사를 개편했다. 롯데케미칼 수장이 1년 만에 교체됐고, 자회사 얼굴도 대거 바뀌었다. 최근 실적부진으로 인한 시장 우려 해소를 위해 절치부심했단 평이다.롯데케미칼은 이영준 롯데케미칼 신임 대표이사 사장 등을 필두로 사업 다각화, 자산 경량화 등으로 시장의 우려를 돌파할 전망이다.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 그룹은 롯데케미칼 및 계열사의 수장을 대폭 교체하는 인사를 발표했다.롯데케미칼 수장에는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신임 사장이 선임됐다. 기존 첨단소재 사업 대표

롯데케미칼이 화학 업황 장기침체에 접어들면서 자산 경량화(capital light/asset light)에 속도를 낸다고 한다. 회계적으로 회사의 자산은 유형자산(공장, 생산설비 등) 등 실체가 있는 자산과 그렇지 않은 무형자산(영업권, 저작권, 소프트웨어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최근 뉴스에서 대두되는 자산 경량화는 부동산이나 공장 같이 장부상으로 가치가 있지만 현금을 묶어두는 유형자산을 덜어내는것을 뜻한다.

많은 투자자가 상장주식이나 비상장 투자에 체크박스 접근 방식을 취할 때, 자본 효율성(capital efficiency)을 가장 먼저 본다[1].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현금을 계속 만들어내는(잉여현금흐름) 회사가 소모만 하는 회사보다 낫고, 시간이 지날수록 큰 지출 없이 더 많은 현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가 더 매력적이다. 이건 투자자에게도 좋고, 창업자에게도 좋다. 현금을 못 만드는 회사는 추가 지분 발행(창업자의 몫 희석)이나 부채(리스크 발생 시 통제권 희석)를 통해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시설(팹), 생산장비 같은 유형자산에 큰 돈을 계속 투자한다. 공장을 건설하고 나서도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반도체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설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유지보수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공장이나 하드웨어 생산설비에 대규모 지출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똑같은 수준의 이익을 내도 삼성전자는 그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서 현금 지출을 계속해야 하며(capital-intense),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럴 필요가 없다(capital-light).

자본 집중도가 낮은(capital-light) 비즈니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확 끌었던 배경이다. 하드웨어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오픈소스 솔루션이 늘어나면서, 창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이 계속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 추세는 이론적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AWS와 주요 소프트웨어 스택 하나를 익히고 ChatGPT나 코드 자동완성 툴을 쓸 줄 안다면, 특정 틈새 시장을 노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일, 돈은 수십만원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누구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빠르게 상향평준화 된다는 점이다. “종교단체를 위한 CRM”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이미 비슷한 시장을 노리고 광고를 내는 업체가 한가득 뜬다. 심지어 광고가 달려 있다는 것부터 의미심장하다. 극도로 좁은 틈새 시장이라 해도, 잠재 고객을 무료체험이나 결제로 끌어들이려면 광고비 같은 선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즉, 제품 자체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크지 않을 수 있어도, “사용자를 데려오는 비용”이 커지면 그게 결국 자본 투자를 요구하는 지점이 된다. 실제로, 핵심 제품 개발 난이도는 높지 않음에도 영업·마케팅 비용이 주된 지출인 소프트웨어 기업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매출 대비 R&D(연구개발) 지출 비중이 장기간 큰 폭으로 줄지 않고 유지된다. 왜 그럴까? 기업용(enterprise) 시장을 예로 들자. DocuSign 같은 전자서명 서비스를 복제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PDF에 디지털 서명을 넣고, 모든 서명자에게 이메일로 결과물을 뿌리는 정도면 된다. 이는 실제로는 고객이 원하는 기능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서명된 문서를 자동으로 저장하는 저장소, 계약서를 생성하는 경로, 누가 알림을 받고 어떻게 추적할지 등 연동(Integration)을 계속 해야한다. 처음에는 “Slack 연동으로 영업팀 알림+계약 추적, Dropbox 연동으로 자동 백업 저장, Salesforce 연동으로 인라인 계약서 생성 후 적절한 담당자와 공유” 정도만 해도 충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Slack이 시장점유율 100%를 차지하는 툴이 아니라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Teams를 쓰는 회사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채팅앱을 쓰지 않는 이메일 기반 기업은 또 어떻게 지원할 건지. CRM도 Salesforce 외에 다른 제품이 무수히 많으니, 시간이 지나면 ‘선교사 전용 CRM’조차 온갖 솔루션과 연동해야 한다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이런 통합 기능들을 계속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비록 소프트웨어가 자본집약적이지 않고 마진이 높다 해도— 새로운 비용이 꾸준히 생긴다:

  1. 문서화 비용
    기능이 많아지고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매뉴얼이나 자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마케팅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제 막 생긴 핵심 기능을 찾는 사람만 겨냥하던 방식이 아니라, 특정 워크플로우와의 통합까지 원하는 사용자를 골라 잡아야 하니, 예전처럼 광범위한 광고로는 잘 안 통한다. 대신 “지금 당장 지갑을 열 법한” 키워드를 노린 초정밀 검색 광고를 쏴야 하는데, 그 비용은 갈수록 오른다.
  2. 사용자 지원 비용
    고객지원(유저 서포트)이 커버해야 할 정보량도 많아진다. 더 이상 ‘단일 제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제품들의 뜻밖의 조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3. 연동 유지 비용
    연동하려는 다른 제품들도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단일 제품만 만들어놓고 방치하면 유지 비용이 낮을 수 있지만, 온갖 소프트웨어와 얽혀 있어야 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회계적으로 보면 대부분 영업비(operating expenses)에 잡히고, 약간은 매출원가(COGS)에 들어간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복잡한 제품을 만들고, 팔고, 고객을 붙잡아두는” 행위가 하나의 무형자산(intangible asset)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 자산은 물적 설비나 비행기처럼 유한한 수명을 갖는다. 유지·보수 비용(현금 지출)과 감가상각(비현금 비용)이 필요한 것. 그리고 그 감가상각분에 해당하는 수준만큼은 현금 지출이 이뤄져야, 이 자산이(그리고 그 자산 위에 세워진 사업이) 완전히 0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 업계는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마진이 높고, 방향 전환(pivot)도 빠르며, 네트워크 효과나 락인(lock-in) 같은 규모의 경제를 누릴 기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슷한 회사가 새로 등장하거나, 그 회사들이 고객을 끌어모으려는 경쟁”으로 상쇄된다. 탁월한 경영진이나 정부의 보호, 엄청난 운이 없다면,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제적 재무제표(수익 구조)’는 결국 항공사처럼 자본집약적인 산업과 유사하게 수렴하게 된다[2]. 실제로는 항공사 중에도 좋은 경영, 정부의 강한 보호, 운, 혹은 이들의 조합 덕분에 장기간 높은 수익을 내온 사례도 있다.

어떤 산업의 초창기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성장할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산업 특유의 자본 사이클이 어떤지”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왜 지금 이 산업이 다르게 보이는지”를 알아야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업계와 비슷해지는” 미래를 읽어낼 수 있게 된다.


[1] 자본 효율성은 흔히 ROI(투자수익률)를 높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때 핵심 지표로 활용됨.
[2] 회계장부상으로는 다르게 보일 수 있어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성숙할수록 ‘지속적인 투자와 유지보수’를 요구하는 무형자산이 실제 비용의 중심이 되면서, 항공기나 공장 같은 물적 자산을 보유하는 업종과 비슷한 구조로 수렴할 수 있음.

“Capital Light” is a Trait of the Cycle as well as the Industry
Plus! Diff Jobs; Individual Bets and Risk Premia; Tinder’s Price Discrimination; Smartphone Competition; The Partner-With-AI Arms Race; Mediocre Success

참고 글

SaaS 스타트업이 더 이상 돈이 안되는 이유

위 내용만 이해해도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를 만드는 기업들에 투자하는게 예전만큼 돈이 안되는 이유를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 VC(벤처캐피털)들은 투자를 못하기로 유명하고 시대에 뒤쳐져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정리해본다.

첫째, 만들기는 쉬워졌지만, 팔기는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AWS나 오픈소스 솔루션 덕분에 간단한 MVP를 빠르게 출시할 수 있었고, SaaS가 곧바로 돈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에 유사 제품이 넘치고, 고객이 원하는 기능도 복잡해졌다. 따라서 "move fast and break things"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초기 제품 개발은 싸게 가능해도, 기능 확장이나 통합(Integration), 마케팅으로 돈이 계속 들어가게 된다.

둘째, 구독 매출이 들어오는데도 현금이 남질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자본집약적이지 않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사실상 무형자산을 유지·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갈수록 커진다. 온갖 서드파티와 API 연동을 해야 하고, 고객지원팀이 예상치 못한 버그나 엣지 케이스를 처리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운영비(operating expenses)로 잡히는데, 구독료가 매달 들어와도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광고비와 고객획득비용의 무한 증대

요즘은 구독형 제품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다. 결국 “검색 광고나 소셜 미디어 광고를 더 때려박아야 유저가 늘어난다”는 식으로 가게 된다. 쿠폰·프로모션·리퍼럴 보상 등으로 신규 가입자를 끌면, 그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또 다른 경쟁사가 나와서 고객 이탈을 부추긴다. 구독 매출이 계속 늘어나는 듯 보여도, CAC(고객획득비용) 때문에 실제 이익은 부진하다.

미국 VC들은 우스갯소리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돈의 75%가 구글, 메타 광고에 쓰인다고 했었는데,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게 슬픈 현실이다.

넷째, 시장이 포화됨

SaaS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혁신’이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형태’로 굳어지면서 제품 자체가 상향평준화됐다. 게다가 유사 SaaS 간 기능 격차가 크지 않아, 가격 경쟁에 돌입하면 마진이 확 깎인다.

이런 이유들로 SaaS 스타트업 투자가 예전만큼 수익이 안 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제품 자체는 자본집약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유지·보수·마케팅”에 자본이 들어가는 ‘속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니까 괜찮겠지’ 하고 투자하면 안 되고, 차별화된 기술력이나 시장 지배력이 있는 SaaS만 살아남을 거라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