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도 아는 그 이름, 워렌 버핏.

워렌 버핏은 1930년 8월 30일에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CEO로 이름을 알린, 가장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가치 투자자 워렌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당신은 천재야.”

워렌 버핏은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와튼 스쿨에서 2년간 공부한 후, 네브래스카 대학교로 옮겨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 투자 이론을 배우며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버핏은 뉴욕에 위치한 그레이엄-뉴먼 코퍼레이션(Graham-Newman Corporation)에서 실무를 익히게 됩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이론”, 그리고 “그레이엄-뉴먼 코퍼레이션”. 분명 버핏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저평가 된 기업에 투자하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 투자론에 매료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말 실수로 탄생한 – 새로운 ‘버크셔 해서웨이’

1956년, 실무까지 전부 익힌 버핏은 고향인 오마하로 돌아와 버핏 파트너십 리미티드라는 투자 회사를 설립합니다.

그는 여기에서 저평가되어있으면서도 한 주의 가격이 낮은 “동전주”(Penny stock)에 투자해 초기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주었습니다.

매일 저평가 된 것이 없나 눈에 불을 키고 찾아보던 와중, 어느 기업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 기업입니다. 그러나 버크셔 해서웨이는 사실 1839년 올리버 체이스가 설립한 섬유 제조 기업입니다.

당시 미국 섬유 산업은 미국 내 수요 감소와 해외의 단가 경쟁으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된 상황이었고, 워렌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저평가 되었다고 생각해 1962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를 하기 시작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저희 주식 좀 다시 돌려 주세요~”

워렌 버핏: “그래! 11.5 달러 어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64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인 시베리 스탠턴은 워렌 버핏에게 구두로 재매입 제안을 합니다. 회사의 자산 가치가 주가보다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주주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었기에 워렌 버핏도 개의치 않았고 주 당 $11.5에 주식을 팔기로 합의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다시 생각해보니… 11.375달러는 어때요?”

워렌 버핏: “??? 이건 아니지…”

그러나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종적으로 주당 11.375달러에 주식을 재매입하겠다고 제시했습니다. 처음 합의된 금액보다 $0.125 낮은 금액입니다.

워렌 버핏은 이에 대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 판단해 주식을 팔지 않고 반대로 더 매입하기 시작, 1965년 경영권을 전부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직후 워렌 버핏은 시베리 스탠턴을 해임시켰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바꿔나가기 시작합니다.

1967년, 버핏은 보험사인 내셔널 인뎀니티를 인수했습니다. 보험료를 지불하는 시점과 보험금을 지급하는 시점 사이에 보험사가 일시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자금인 플로트를 활용해 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이어 1970년대에 언론 및 제조업에 투자, 1985년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존 사업이었던 섬유 사업에서 철수, 1988년에 코카콜라에 투자, 1990년 대에 재보험 회사 및 유틸리티 분야 투자, 2000년대에 철도 기업 인수, 2010년대에 애플 등 기술 기업에 투자, 다각화*를 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결국 버크셔 해서웨이는 시베리 스탠턴의 잔꾀로 인해 섬유 제조 기업에서 현재의 투자 지주 기업으로 변모하게 된 꼴입니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는 각각의 사업부를 별개 계열사로 운영 중이다.

베키: 우리가 여쭤보고자 하는 것은 – 무엇이 최악의 거래였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웠나요?

워렌 버핏: (박장대소를 터뜨리며)제가 한 가장 바보 같은 행동이요?

베키: 네, 당신이 한 가장 바보 같은 행동이요.

워렌 버핏: 제가 산 가장 바보 같은 주식은… ‘버크셔 해서웨이’였습니다. 이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CNBC Transcript: Warren Buffett’s $200B Berkshire Blunder and the Valuable Lesson He Learned

본래 버크셔 해서웨이는 섬유 제조 기업이었고, 워렌 버핏은 이 섬유 제조 기업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해 투자를 했었습니다. 지금이야 성공적으로 성장했지만 워렌 버핏 본인도 이를 아는지 –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한 투자를 ‘가장 바보 같았던 투자’라고 설명합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바보 같은 투자를 성공적인 투자로 바꾸어낸 워렌 버핏, 그가 어떤 기업들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셰브론,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크래프트, 무디스, 쳐브, 다비타 헬스케어 등이 포함되어있다.

워렌 버핏이 보유한 주식들

5월 15일 SEC에 보고된 – 2024년 3월 31일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는 위 사진과 같습니다.

41개 종목 총 $3.3천 억, 한화 약 458조 원 규모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입니다.

애플 40.81%, 뱅크오브아메리카 11.81%, 아메리칸익스프레스 10.41%, 코카콜라 7.38%, 셰브론 5.85%

이 5가지 종목들의 비중 합이 76.25%

뒤이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4.86%), 크래프트 하인즈(3.62%), 무디스(2.92%), 처브리미티드(2.03%), 다비타 헬스케어(1.50%), 시티그룹(1.05%)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총 15.99%)

이 중 뱅크오브아메리카, 셰브론, 옥시덴탈 페트롤리움트럼프 관련주로도 다루어졌던 주식입니다. 다시 보니 반갑네요.

워렌 버핏 개인이 보유한 주식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성장 과정을 알고 나니 왜 이러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되었는지 짐작이 됩니다. 그렇다면 워렌 버핏이 직접 보유한 주식은 무엇일까요?

워렌 버핏의 개인 포트폴리오는 버크셔 해서웨이JP 모건, 웰스 파고 두 은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지분 규모는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쉬운 마음을 자아냅니다.

결국 워렌 버핏의 개인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구성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집중해야겠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비중 40%를 넘게 차지하는게 애플이라니, 워렌 버핏과 애플 간 모종의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요?

아뇨, 버핏은 애플을 많이 산 것이 아닙니다.

애플을 좋아해서 많이 산 것이 아니라 애플의 주가 상승이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비중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 보는 것이 맞습니다.


1995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코카콜라, 길레트, ABC, GEICO,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웰스파르고, 프래디앤 맥이 포함되어있다.

~ 1995년, 돈나무 기업 어디 없나

1995년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로 인해 무역이 활성화되고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생산성이 증가하던 시기였습니다. 중앙은행 통화 정책의 효과로 미국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제 환경을 조성하던 때이기도 합니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친근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코카콜라, 길레트, abc…

이중 GEICO,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BC, 코카콜라, 프레디 맥, 길레트1995년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주식입니다. 사실 상 이미 거의 전부 예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것이죠.

1995년 이전 스토리를 살짝 들여다보자면:

워렌 버핏이 GEICO에 처음 투자하게 된 연도는 1951년입니다. 워렌 버핏이 벤자민 그레이엄의 큰 팬인 것은 그의 일대기를 봐서 알고 계시죠? 이 그레이엄이 바로 GEICO의 이사회 의장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GEICO는 보험료가 경쟁사보다 약 30% 저렴하고 언더라이팅 이익률*은 업계 평균의 4배를 넘어서는 수치를 보이며 – 성공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와중에 버핏의 시야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버핏은 당시 투자 자금의 50%인 $1만을 투자해 1년 만에 50%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후 매각했으나 나중에 이 주식을 매각한 것을 후회하며 1976년에 다시 GEICO에 대규모로 투자, 1995년에 GEICO를 완전히 인수하기에 이릅니다.

*언더라이팅 이익률: 보험 회사가 보험 계약의 프리미엄 수익과 청구 비용을 비교하여 산출한 수익성

이어서 워렌 버핏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1964년, 샐러드 오일 스캔들 직후입니다.

샐러드 오일 스캔들은 Allied Crude Vegetable Oil Company의 주도 하에 1963년에 발생한 대규모 금융 사기입니다. 당시 Allied의 샐러드 오일 재고를 담보로 대출해준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이에 해당되는 금융기관 중 하나였습니다. 이로 인해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워렌 버핏은 이를 기회로 생각했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핵심 사업인 여행자 수표와 신용카드 부문은 사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ABC1985년, 합병을 계기로 투자를 하게 됩니다. ABC는 당시 미국 전역에 걸친 강력한 방송 네트워크를 가진 방송사였습니다. 1985년에 Capital Cities의 경영진은 자신들의 몸집보다 4배 큰 ABC를 매수하고자 했고, 워렌 버핏은 Capital Cities 경영진과 ABC의 네트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이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5억 1,750만을 투자, 합병된 Capital Cities/ABC의 약 18%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코카콜라1988년 ‘New Coke’ 실패 이후 ‘Coca-Cola Classic’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던 중 주식 시장 붕괴(Black Monday)로 인한 주가 하락을 기회 삼아 투자,

프레디 맥1988년 주택 시장의 호황으로 인해 주택 시장의 잠재력을 이용하기 위해 투자,

길레트1989년 미국과 유럽 면도날 시장의 점유율과 지속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보고 투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워렌 버핏은 지속적으로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가, 성장 포텐셜을 야기할 수 있거나 주가가 크게 바겐 세일에 들어가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투자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1997년맥도날드월트디즈니도 상위에 잠시 등장하는 모습입니다.

맥도날드는 1994년 투자한, 앞서 설명한 지속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해 보이는 기업에 해당되는 케이스였고, 월트 디즈니는 1996년 디즈니의 ABC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나 버핏은 1999년 월트 디즈니를 매각하게 됩니다.

당시 과대평가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지나, 월트 디즈니는 포트폴리오 내에 다른 기업들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디즈니는 IP가 가진 포텐셜은 있었지만,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나중에 이 매각을 “큰 실수”라고 언급합니다.

2000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코카콜라, 길레트, 웰스파르고, 프레디앤 맥,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포함되어있다.

1995 ~ 2000년, 엇갈리는 실적 변화

크게 바뀐 것은 없어 보이나, 무언가가 허전한 느낌입니다. GEICO와 ABC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ABC는 앞서 언급했던 인수에 의해 상장 회사로서의 지위를 잃어 사라졌고, (ABC→월트 디즈니) GEICO의 경우는 주가 하락으로 인해 상위 비중 종목에서 밀려난 것이 그 이유입니다.

1995년 버핏이 GEICO의 나머지 지분 49.6%를 전량 인수한 이후 GEICO에게는 악몽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1999년과 2000년 초에 언더라이팅 손실을 겪으며, 2000년 1분기에만 $8,600만 이상의 손실을 만들어내고 만 것입니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보험료는 낮게 유지하고 가입 기준을 완화한 것이 청구 빈도 증가와 금액 인상으로 이어진 탓입니다.

동기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다양한 카드 상품 출시, 온라인화, 마케팅 강화와 함께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카드 발급 수를 크게 증가시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으나, 기업들의 선택에 의한 실적 변화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고, 주가의 변화에 따라 비중 증감으로 이어진 모습입니다.

이쯤부터 워렌 버핏은 리스크에 대해 신경쓰기 시작합니다.

주택 시장의 잠재력을 이용하기 위해 투자했던 프레디 맥은 주택 시장의 리스크를 이유로 2000년에 매각,

1990년대 후반, 많은 기술주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는 2002년을 기점으로 현금 보유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2005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현금 비중이 50%인 모습. 코카콜라, 웰스파르고, 길레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포함되어있다.

2000 ~ 2005년, 인내의 기간

2002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현금 비중은 2005년, 포트폴리오의 절반에 육박하게 됩니다.

2000년 초는 주식 시장에 절망적인 기간이었습니다.

  • 2000년 3월 10일, 나스닥 지수는 5,048 포인트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닷컴 버블이 붕괴되며 몇 주 만에 10% 이상 하락, 이 추세는 2002년 10월까지 이어져 총 78% 하락하게 됩니다.

  •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와 워싱턴 D.C.의 펜타곤에 대한 테러 공격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9.11 테러입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약 $400억의 보험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 2001년 12월 2일, 에너지 기업인 엔론은 파산을 신청하게 됩니다. 당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업 파산 사건입니다. 2001년 초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엔론은 같은 해 10월에 $6억 1,800만의 분기 손실을 보고하며 무려 최근 4년 간의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래 수익을 현재의 수익으로 반영하는 회계 방식을 통해 부풀려진 실적을 보고해왔던 탓입니다. 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업이 보고하는 재무제표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었고 다른 대형 기업들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는 계기로 작용 되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이 기간 일부 부진한 기업들을 매각하긴 했지만, 코카콜라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비중이 큰 주요 기업들의 주식을 매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이미 전에 디즈니 매각이라는 실수를 통해 “좋은 기업은 팔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의 주요 자금 원천은 차익 실현이 아닌, 보험사에서 발생하는 플로트와 각종 자회사들로부터의 현금흐름이었습니다.

2002년 이후, 증시는 회복기에 접어 들었습니다.

2010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코카콜라, 웰스파르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P&G, 코노코필립스가 포함되어있다.

2005 ~ 2010년, 좋다 말았네

증시의 회복과 함께 2005년 중반부터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는 P&G가 등장합니다. 이는 기존 보유 기업이었던 길레트와의 합병 때문입니다. P&G는 가정용품 및 퍼스널 케어 제품에서 강력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었고 길레트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면도기 및 면도날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P&G는 2005년 1월 28일, 길레트를 약 $570억에 인수하겠다 발표합니다.

이어서 버핏은 2008년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 탐사 및 생산(E&P)회사인 코노코필립스에 투자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분을 점차 줄여나갔지만요. 2014년 분할로 인해 떨어져 나온 Phillips66의 지분을 매입하나, 이는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2002년부터 회복되던 증시는 주택 시장의 상승과 함께 2007년까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7년까지만 좋았습니다. 주택 시장의 가파른 상승으로 많은 금융 기관들이 고위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발행했고, 이는 2008년 9월 15일, 주요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이어집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국제 금융은 크게 휘청이고 2009년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심각한 채무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기간인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는 Great Recession,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던 “대공황”이라고 불리는 기간입니다.

버핏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을 보고 코노코필립스에 대한 투자 결정을 했을 것입니다. 장기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주가는 충분히 낮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유가는 너무나도 높은 시기였고, 버핏의 코노코필립스 투자는 그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게 됩니다.

2015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코카콜라, 웰스파르고, IBM,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포함되어있다.

2010 ~ 2015년, 에너지에 투자할 때마다 눈물 나는 버핏

2011년, 워렌 버핏은 IBM뱅크오브아메리카에 투자합니다. IBM은 오랫동안 배당금을 지급해왔다는 점과 기술 변화에 적응해왔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투자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융 위기 이후 안정화를 위한 자본 확충이 필요한 시점에서 은행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기회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포트폴리오에는 보이지 않으나, 버핏은 코노코필립스의 지분을 줄여나가다가 2013년에 엑슨 모빌에 투자합니다. 엑슨 모빌은 상류(탐사 및 생산)부터 하류(정제 및 판매)까지 통합된 사업 모델을 영위하는 동시에, 우수한 재무 상태와 높은 신용 등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버핏의 눈에는 코노코필립스의 상위호환이었던 셈입니다.

이 기간 미국 경제는 평균 2.3%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실업률도 점차 낮아졌고, 주택 시장도 서서히 안정되고 있었습니다.

반면 2009년부터 시작된 유럽권의 채무 위기는 2012년 중반 이후 안정화되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고, 중국 또한 2013년 이후부터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성장 둔화는 원유 수요를 감소시켰고, 이는 미국의 증가한 셰일 오일 생산량과 리비아와 이라크의 생산 회복에 부딫혀 유가 급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까지 하락한 유가는 버핏이 엑슨 모빌을 2014년 4분기에 매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회사는 팔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버핏인데, 코노코필립스는 비중을 줄이고 그 대체제인 엑슨 모빌도 매각해버리는 모습입니다.

워렌 버핏에게 에너지 기업은 장기적인 현금 창출 수단이 아닌, 에너지 시장 자체에 대한 투자의 일환인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20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애플,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웰스파르고가 포함되어있다.

2015 ~ 2020년, IBM 겪어보니까 기술 기업 감 잡았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꾸준한 성장으로 상위 종목에 올라온 반면, IBM은 사라져버렸습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버핏이 보유한 기간 동안 IBM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고,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IBM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IBM지분 매각과 함께 버핏은 2016년, 애플에 투자하게 됩니다.

‘기술 기업은… 생태계다!’

버핏은 IBM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IBM은 경쟁의 심화와 빠른 기술 발전에 적응하지 못해서 점차 도태되었습니다. 이는 기술 기업들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경쟁하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이런 점에서 버핏은 애플을 기술 회사라기보다는 강력한 브랜드와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을 가진 소비재 회사로 보았습니다. 애플의 생태계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데 강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애플 투자 이후, 애플의 빠른 성장세로 2년만에 포트폴리오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릅니다.


코카콜라를 마시는 워렌 버핏.

(꿀꺽) 음… (꿀꺽) 이 맛이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워렌 버핏은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 의미에서의 투자자가 아닙니다. 현금 버는데 관심 많은 할아버지죠.

지속적으로 현금을 벌어들여다 줄 수 있는 기업을 눈 여겨보고, 시세 차익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의 플로트나 자회사들의 현금 흐름 등 남는 돈을 모아 자본을 마련하고, 기술력에 기반한 포텐셜보다도 현금 창출 능력을 더 중요시합니다.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투자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워렌 버핏은 저렴할 때 사서, 또 저렴할 때 샀고, 다시 저렴할 때 샀습니다. 마치 월급을 모으는 것 처럼요.

이게 바로 버핏과 버핏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벤자민 그레이엄이 말하는 가치투자입니다.

물론 위대한 가치투자자도 가끔 포텐셜을 놓쳐 눈물 흘릴 때가 있습니다. 디즈니 매각 건처럼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워렌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래 세가지만 기억하면 될 것 같습니다.

  1. 버핏이 단순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이미 성장한 나무일 수도 있기 때문

  2. 버핏의 에너지 기업 투자는 기업의 능력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3. 새로운 기업에 투자한다면 이는 기술력이 좋아서가 아닌, 현금 창출 능력에 기인한 것이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한마디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The most realistic distinction between the investor and the speculator is found in their attitude toward stock-market movements. The speculator’s primary interest lies in anticipating and profiting from market fluctuations. The investor’s primary interest lies in acquiring and holding suitable securities at suitable prices.”

“투자자와 투기꾼의 가장 현실적인 차이는 주식 시장 움직임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발견된다. 투기꾼의 주요 관심사는 시장 변동을 예측하고 이익을 얻는 데 있다. 반면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는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증권을 획득하고 보유하는 것이다.”

-Benjamin Gra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