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이제 반도체 안줘
8월 26일, 미국이 반도체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AI 기술 개발에 활용도가 높은 (머신러닝 필수품)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카드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시행한 것입니다.
너네 이제 만들지도 마
10월 7일, 미국이 반도체 제조 목적 품목과 관련된 거래에 대한 규제를 확대했습니다.
8월 시행한 규제는 반도체만 주지 않는 규제였는데, 이제는 제조도 방해하는 것입니다.
"BIS is also informing the public that specific activities of “U.S. persons” that ‘support’ the “development” or “production” of certain ICs in the PRC require a license."
"또한 우리 산업보안국(BIS,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은 중국(PRC, People's Republic of China) 내 특정 집적회로(IC)의 개발 또는 생산을 지원하는 미국인의 특정 활동에 면허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린다."
참고: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EAR),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개발 생산을 돕는 미국인은 면허가 필요하고
중국에 위치한 28개의 기업은 생산하는데 허가가 필요한 품목이 늘어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Naura Technology Group은 미국인 노동자들의 개발 작업을 중지하기에 이릅니다.
보복성 조치는 아닙니다. 규제를 따르는 것 뿐이죠.
생각보다 중국은 규제에 순순히 응하고 있습니다.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EAR)이 뭔데?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EAR)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이며,
주로 이중으로 사용되는 품목을(군사적 용도로도 사용 가능한 품목) 제재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은 왜 이러한 규제를 시행하고, 또 강화하는 것일까요?
중국의 반도체 수요는 전세계 24%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에도 타격이 없을 수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제 내용(EAR)에 따르면 중국은 exascale computing1 기능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고 이를 무기 설계 및 시험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해당 규제는 군사 보안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임을 설명했습니다.
*exascale computing1: 초당 10¹⁸ IEEE 754 배 정밀도 연산 이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컴퓨팅 시스템
"Potential international rivals in the AI market are creating pressure for the United States to compete for innovative military AI applications. China is a leading competitor in this regard ... "
AI 시장에서의 미국의 잠재 경쟁자들은 미국이 혁신적인 군사 AI 어플리케이션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는 압박을 만들고 있다. 해당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국은... "
미 의회 조사국(CRS,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은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AI 시장의 경쟁자들이 미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은 어서 군사적 목적의 AI를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참고: Artificial Intelligence and National Security,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필자가 생각했을 때 이는 군사적 목적을 명분 상 이용한 기술 제재입니다.
EAR은 이중 사용 품목을 제재할 때 사용되어 왔고, 마침 반도체는 군사적으로도 활용 가능해 명분이 생긴 것입니다.
중국의 성장 고도화를 방해하기 위한 것입니다.
반도체를 사수하라: 미중 양국에게 반도체가 갖는 의미
반도체는 근 30년 간 매우 큰 성장을 이루어낸 미국의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 입니다. 이 빠른 성장을 기반으로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 매출의 49.3%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의 꿀단지를 지키기 위해 여러 국가를 상대로 제재를 해왔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1945년 2차 대전 이후 구 소련이 반도체 기술을 카피하는 행위를 수출 규제로 막아냈고,
198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시장을 장악하자 직권 조사2를 통해 높은 관세로 압박을 가해 협정을 맺었습니다.
*직권 조사2 : 미상무부 직권으로 기업들의 제소 없이 특정국 수출품의 덤핑 여부 등을 조사하고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무역 제재 수단
미국의 꿀단지, 이번엔 중국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IC(집적회로) 시장에서 2010년 1424억 위안에서 2020년 8848억 위안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는 세계 성장률보다 3.75% 높은 CAGR 20.24%의 성장률입니다.
전반적인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점유율이 확대되는 속도가 빠르지만
수입도 그만큼 많아 IC 시장에서의 자체 수급 능력은 점유율에 비해 낮은 상황입니다. (2020년 IC수입 규모 3,500달러)
이를 알고 있는 중국은 이전부터 자체 수급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반도체 제조(Fabrication)와 조립 및 테스트(Assembly, Packaging & Testing)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는 중입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Semiconductor Equipment and Materials International)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까지 IC 제조 공장인 팹을 31개 건설 예정에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건설 예정인 12개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제조를 따라잡아도 부족한 것은 있었습니다. 기술력입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중저가의 반도체 생산을 따라잡은 것이지 AI나 모델링 같은 고도화 된 기술력은 아직 뒤쳐져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고도화 된 기술력이 바로 규제 내용에서 언급했던 exascale computing입니다.
정말 쉽게 말해 '매우 매우 빠른 연산 속도'를 의미합니다.
이 exascale computing을 사용한다면 사이버 보안, 화학물질 관리 및 연구, 식품 생산, 의학 등 정말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빠른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나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력에서 이 exascale computing은 필수입니다.
이제 다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 기술력은 정말 다양한 분야(아직 존재하지 않는 분야 포함)에서 활용될 수 있는 첫 길목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군사력까지 따라오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중국의 시진핑은 마오쩌둥의 사상을 이은 '공부론'(공동부유)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같이 잘 먹고 잘 살자'를 의미하는 공부론을 중심으로 목표를 세운 중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체 소득을 증진시키고 내부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세금을 조정하는 등 구매력을 증진 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중국이 부동산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도 신용(대출)이 포함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덩치가 커지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부동산에서 호되게 당했습니다.
참고: [부동산] 중국이 사랑한 부동산, 외면하고 싶은 문제로 돌아오다
내수 경제를 부동산으로 챙기고 있었는데 잘나가던 기차가 멈춘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국에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력은 더욱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또 다시 무역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은?
여기서 다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중국에게 이렇게나 중요한 산업인데, 중국은 왜 별다른 대응이 없지?'
중국이 반드시 챙겨야만 하는 기술력이고,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분쟁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이전 무역 분쟁이 큰 이슈로 대두 되었을 때,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졌는지 조사해봤습니다.
무역 분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주장해오던 보호무역3을 배경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중국의 기술력 갈취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중국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됐습니다.
*보호무역3 : 특정 산업의 보호를 위해 자국에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높게 매기는 행위
이에 중국은 반발했고, 서로 관세를 부과하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거래를 제한하고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기까지 하는 등,
양국의 보복 조치는 서로의 경제력을 담보로 한 겨루기였습니다.
당시 미 의회예산국은 무역분쟁 이후 미국의 실질 소비, 투자, GDP는 감소하고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투자도 크게 감소했었습니다.
현재 거시적인 불확실성과 금리, 환율 상황은 2018년 당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로 규제에 대해 대응을 하기에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 줄 요약:
1.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는 대외적으로는 군사적 목적, 실질적으로는 기술 제재
2. 중국은 반도체 제조 및 조립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가는 중 - 그러나 기술력이 부족, 미국이 제재하는 것은 자국 기술력의 유출
3. 중국에게 반도체는 성장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지만, 규제에 대해 맞수를 두기엔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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