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광고, 아마존의 플랫, Amgen의 호라이즌 인수 시도.

작년만 해도 여러 대기업들이 반독점법으로 이슈가 되었고,

올해는 엔비디아가 반독점법 이슈로 시끄럽습니다.

대체 반독점법은 왜 이렇게 자주 들리는 것 같고, 왜 이렇게 기업들을 못살게 구는 것일까요?

The Bosses of the Senate, 조셉 케플러의 정치 만화.

“The Bosses of the Senate”, an 1889 political cartoon by Joseph Keppler

반독점법 뜻: 반독점법이란? 어떤 규제인가

“혼자 먹지마!”

반독점법은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방지해, 기업 간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법률입니다. 기업 간 경쟁이 있어야 경제가 성장하고, 시장 지배, 가격 담합, 입찰 조작, 시장 배분 등 독점적 지위를 사용한 다양한 불공정 거래 행위가 생기면 소비자가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주요 법률로는 1890년에 제정된 셔먼법, 1914년의 클레이튼법, 연방거래위원회(FTC)법이 있습니다.

최초의 반독점: 셔먼법 (Sherman Antitrust Act of 1890)

셔먼법은 1890년에 제정된 미국의 첫 번째 주요 반독점법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19세기 말, 미국에는 대기업의 인수합병이 만연해 이에 대항하기 위해 존 셔먼 상원의원이 1890년 발의한 이 법은 오늘 날까지 미국 독점규제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두 가지 주요 범주를 금지합니다.

  1. 다수 주에 관련된 사업자나 외국 기업과의 거래 및 상업활동을 제약하는 모든 계약, 기업합병, 기업결합, 합의

  2. 다수 주에 관련된 사업자나 외국 기업과 함께 거래나 상업활동을 독점화하거나, 독점화를 기도하거나 독점화를 위하여 합의하는 행위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와 창업자 존 D. 록펠러.

셔먼한테 찢겨버린 –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는 1870년 존 D. 록펠러가 설립한 회사로, 1870년대 후반부터 1880년대 초반까지 가파른 성장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원유 생산, 운송, 정제, 저장,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해 효율성이 극대화 되어 있었지만, 경쟁하며 성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경쟁사들을 몰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사가 위치한 특정 지역에서 가격을 급격히 인하하여 경쟁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킨 후 다시 가격을 인상한다거나, 철도 회사들과 비밀리에 협약을 맺어 경쟁사보다 낮은 운송료를 부과 받는 대신, 경쟁사에게는 높은 운송료를 부과하게 만드는 등…

이렇게 지속적으로 미국 각지 석유 회사들을 사들였고,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게 됩니다. 1878년이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억제하고 혁신을 저해했습니다.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기술 발전이 지연되고, 산업 전체의 효율성이 감소된 것입니다.

1906년, 미국 정부는 셔먼법을 적용하여 스탠다드 오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911년 미국 대법원은 스탠다드 오일이 셔먼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고,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는 34개의 독립된 기업으로 분리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의 브라우저 전쟁 당시 점유율.

셔먼한테 찢길 뻔한 – 마이크로소프트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는 우리가 아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같은 웹브라우저입니다.

1994년 10월 13일에 첫 번째 버전인 Mosaic Netscape 0.9으로 출시, 빠르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1994년 12월 15일에 정식 버전 1.0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이후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며 주요 브라우저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들의 인기 비결은 페이지가 로딩되는 동안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하여 사용자 경험을 크게 향상 시킨 것에 있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웹 브라우저들이 페이지 전체가 로딩될 때까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가 인기를 모는 모습을 보고 샘이 났을 것입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95년 8월, 윈도우 95를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윈도우는 운영체제고 Mosaic Netscape는 웹브라우전데 무슨 상관이냐고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95와 함께 첫 번째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그 익스플로러 맞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우 운영체제에 기본으로 포함시켜 사용자들이 별도로 웹 브라우저를 설치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편의성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1996년과 1997년까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의 시장 점유율은 유지되었지만, 그 이후부터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미국 법무부와 20개 주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셔먼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습니다.

2000년, 연방 지방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셔먼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고, 회사의 분리를 명령했습니다.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처럼요.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는 항소했고, 항소심에서는 잭슨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점이 문제가 되어 다른 판사에게 이관되며 재검토로 이어졌습니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환경이 변화되었습니다. 전 행정부에 비해 반독점 규제에 덜 적극적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유리하게 작용되었고, 결국 2001년 11월 분리 명령은 일부 행위를 제한하는 합의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이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분리되었다면… 시가총액 1위 자리가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의 독식 만화.

셔먼으로는 부족했다

셔먼법은 기업의 독점적 행위와 카르텔을 금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구체적인 규제 방안이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일부 기업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전에 언급했던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가 법의 허점을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시 되짚어 보자면: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게 된 시점이 1878년, 셔먼법 제정이 1890년인데 미국 정부가 스탠다드 오일을 걸고 넘어진 것이 1906년?

법 제정 후 16년 동안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자마자 소송 당했는데 말입니다.

“우리 다른 회산데요?”

여러 회사들이 각자의 주식을 신탁회사에 양도하고, 신탁회사는 이 주식을 관리하며 실질적으로 모든 회사를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방식인 트러스트 방식은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가 셔먼 법을 피해가게 만든 주요 꼼수였습니다. 모든 기업이 하나의 기업‘처럼’ 행동하지, 법적으로 하나의 기업은 아니기에 셔먼 법으로는 규제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독점은 아니지 않나요? ㅎㅎ;”

임의 가격 조절은 셔먼 법이 규제하려던 독점이 아니었습니다. 독점을 위해 가격 조절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철도 기업들과의 비밀 계약 또한 셔먼 법이 규제하려던 독점이 아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규제되던 사안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결국 치열한 사투 끝에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는 반독점의 심판을 받았고, 해당 사례는 셔먼법을 보완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클레이튼 법과 연방거래위원회법입니다.

클레이튼: 하면 안되는 거, 정확히 말해줄게

1914년 제정된 클레이튼법(Clayton Antitrust Act)은 셔먼법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이 법은 특정 반경쟁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였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격 차별 금지: 동일한 상품을 다른 구매자에게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 금지.

  • 독점적 거래 금지: 특정 상품을 구매할 때 다른 상품도 함께 구매해야 하는 조건부 거래 금지.

  • 기업 합병 규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합병이나 인수 행위 금지.

  • 이사 겸직 금지: 경쟁 기업 간에 동일인이 이사를 겸직하는 행위 금지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의 아니꼬운 노림수들이 반영되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클레이튼 법은 그 후 수 차례 개정되며 발전했습니다. 1936년 차별적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Robinson-Patman 법, 1976년 합병을 추진하는 회사들로 하여금 합병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연방 정부에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독점규제 당국이 합병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Hart-Scott-Rodino 개정법이 이에 해당됩니다.

1982년 미국 법무부는 AT&T를 상대로 클레이튼법 제 7조(경쟁을 실질적으로 줄이거나 독점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합병 또는 인수의 금지)을 적용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T&T는 당시 미국의 전화 통신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고, 결국 AT&T는 7개의 지역 벨 운영 회사로 분리되고 말았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 우리가 기만이라면 기만이다

같은 해 제정된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 FTC Act)은 불공정한 경쟁 관행을 감시하고 규제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연방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FTC Act의 Section 5는 “불공정한 경쟁 방법 및 기만적 행위 또는 관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FTC가 행정적 집행 권한을 부여 받았다는 점은 반독점법 집행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존 법무부가 행하던 반독점 소송은 법적인 소송만 다룰 수 있었지만, 행정 명령 기관이 생기면 절차를 간소화 시킬 수 있어 신속한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03년, FTC는 VISA와 MasterCard가 회원 은행들이 American Express나 Discover 카드를 발급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를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American Express와 Discover가 새로운 발급 은행을 확보하거나 기존 은행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고 경쟁 및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 이러한 반경쟁적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명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American Express와 Discover는 회원 은행들을 통해 자사 카드를 더 자유롭게 발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신용카드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처럼 반독점법은 기업의 독점적 지위 오남용을 방지해 거시적인 시장 성장을 도모한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가격 조절로 인해 피해 받는 기업들은 없어지고, 누구나 같은 선상에서 경쟁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시장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입장에서는 듣기 싫은 소리일 수 있습니다. 독점을 하고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그 기업에게는 둘도 없는 좋은 소식이거든요.

그런데 진짜 강자는 경쟁 속에서 태어납니다. 경쟁하지 않는 기업의 독식은 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배가 부른 기업은 시장의 성장을 저해시키고, 이는 당연히 시장에 혼자 남아있는 독점 기업의 성장 또한 저해됨을 의미합니다.